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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과학법 발표 전후 시점에
버핏과 우드 TSMC 지분 팔아치워
美 “첨단반도체 20% 생산” 목표
세계 반도체 회사 가치 흔들 수도

대만 신주시에 있는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대만 신주시에 있는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과 캐시 우드는 왜 한창 수익을 내는 TSMC 지분을 대량 매도했을까. 워런 버핏은 2022년, 캐시 우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대만 반도체회사 TSMC 지분을 대량 매도했다. 두 대가의 TSMC 지분 매도 전후 시점에서 나타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책 변화는 우연일까.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가 운영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 소속 펀드가 지난 23일 대만 반도체 회사 TSMC 주식 8599주, 엔비디아 주식 2362주를 매도했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에도 TSMC 지분을 여러 차례 매입했지만, 매도에 나선 건 2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 첨단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TSMC는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돼 있다.

■ 버핏과 우드의 TSMC 매도=글로벌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인기가 한창인 지금, 캐시 우드의 투자 결정은 이례적이다.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회장은 26일 “AI는 인터넷 버블과 같은 과대광고가 아닌 실제”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2월 넷째주 미국 증시는 반도체회사 엔비디아와 같은 AI 관련주의 약진으로 3대 지수 중 2개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TSMC 주식은 두달 동안 17.37%, 지난 1년간 33.33% 상승했다. 

유사한 일은 2년 전에도 있었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22년 3분기 TSMC 지분을 41억 달러어치나 매입했다. 그런데 버크셔해서웨이는 같은해 4분기 TSMC 지분 90%를 매도했다. 2023년 1분기에는 나머지 지분까지 모두 매도했다. 워런 버핏이 불과 석달 만에 투자를 철회한 일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캐시 우드의 TSMC 지분 매각은 지난해 시작된 엔비디아 지분 매각과 묶어 AI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캐시 우드는 지난해 내내 엔비디아 주식을 팔았고, 대신 AI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다우지수, S&P500지수가 최고점을 갱신한 만큼 수익 실현으로도 볼 수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2022년 3분기 TSMC 지분을 매입하고, 몇개월 만에 대량 매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2022년 3분기 TSMC 지분을 매입하고, 몇개월 만에 대량 매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 SEC, 언론 보도 종합]
[자료 | SEC, 언론 보도 종합]

워런 버핏은 지난해 5월 버크서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TSMC 단타를 두고 입을 열었다. 버핏은 주총에서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잘 경영되는 회사 중 하나지만, 회사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재평가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의 긴장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다소 궁색한 설명이다. 버핏은 지난해 4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TSMC는) 놀라운 사람들과 경쟁력을 갖춘 회사지만, 차라리 미국 내에서 (비슷한) 회사를 찾고 싶다”고 했다. 

■ 매도 타이밍 ‘우연의 연속’=워런 버핏과 캐시 우드가 밝힌 TSMC 매도 이유에는 공통점이 없다. 우드는 지정학적 위기를 언급하지 않았고, 버핏은 AI 노출 축소를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의 매도 타이밍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반도체과학법이다. 

캐시 우드가 TSMC 지분을 매각한 후 첫 거래일인 26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대담에서 “2030년까지 미국 내에서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생산량은 현재 10% 정도지만, 첨단 반도체(18나노 이하 DRAM이나 128단 이상 3D 낸드)는 모두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증산만으로는 5~6년 만에 0% 비중을 20%로 늘릴 수 없다. 글로벌 반도체회사들의 생산거점을 옮기지 않는 한 불가능한 목표다.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은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회사들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은 보조금을 받은 회사들이 중국과 같은 미국의 우려대상국에서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했다. TSMC는 미국 반도체 보조금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 회사다. TSMC는 400억 달러를 들여서 2021년 6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워런 버핏이 TSMC 지분을 매입하고, 매도하기까지의 몇 개월 동안 미국에서 있었던 가장 큰 정치적 사건도 반도체과학법이었다. 반도체법은 인프라법(IRA)과 함께 대규모 보조금을 포함한 데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묶어두는 가드레일 조항까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최종 서명을 한 게 2022년 8월 9일이다. 버핏은 이후 TSMC 지분을 90% 매도하고, 이듬해 1분기에 전량 매도했다. 버핏이 반도체법 이후 TSMC의 위치를 재평가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지난 23일 TSMC 지분을 2년 만에 매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지난 23일 TSMC 지분을 2년 만에 매도했다. [사진=연합뉴스]

피터 안드레아스 브라운대 교수가 지난 2019년 펴낸 ⌜밀수꾼의 나라, 미국⌟이라는 책은 미국이 지식재산의 탈취와 탈환에 능한 나라인 것을 잘 보여준다. 안드레아스 교수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정부 보조금은 1791년 알렉산더 해밀턴 재무 장관이 영국 방적기 모조품을 미국에 설치해준 영국 직조공에게 생활비로 지급한 48달러”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인 결과 2022년 8월 반도체과학법이 만들어졌고, 이에 근거해 2024년 2월 “미국에서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한다”는 목표가 정해졌다. 미국이 만약 이 비중을 계속 늘려나간다면 첨단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내수시장의 흐름대로 흘러가고, 여러 반도체회사의 가치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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