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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2023년 영업이익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
기분 좋은 호실적에 주가 반등해
통신·비통신 두루두루 성과 냈는데
구독 플랫폼 T우주 흥행세 꺾여
이프랜드 4분기 MAU는 역성장
SK텔레콤 아이버스의 핵심인데…
관련 산업 반등 여부도 불확실

실적이 좋았다. 경쟁사 이익은 역성장했는데 홀로 분전했다. 주가도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울 만큼 좋다. SK텔레콤이 최근 함박웃음을 짓는 이유다. 그렇다고 아픈 손가락이 없는 건 아니다.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신사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SK텔레콤의 아이버스(AI+UNIVERSE) 사업군의 두바퀴 T우주와 이프랜드의 얘기다.

이프랜드의 지난해 4분기 MAU가 역성장했다.[사진=뉴시스]
이프랜드의 지난해 4분기 MAU가 역성장했다.[사진=뉴시스]

SK텔레콤이 지난해 호실적을 올렸다. 2023년 이 회사는 매출 17조6085억원, 영업이익 1조7532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8.8% 증가한 수치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실적은 더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2.4%, 7.7% 감소했다. 

SK텔레콤만 플러스 실적을 기록한 건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분야 등 전 사업에서 고른 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5G 가입자 비중을 68%로 끌어올린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매출은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비非통신 실적도 좋았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조만간 1000만명을 달성한다. 전년 대비 각각 30.0%, 36.6% 늘어난 데이터센터 매출(2024억원)과 클라우드 매출(1406억원)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 분석➊ 호실적 속 그림자 = 다만, 이런 좋은 성적표에도 ‘옥에 티’는 있었다. 구독 서비스(T우주)와 메타버스 플랫폼(이프랜드)의 성장이 둔화했다는 점이다. 

둘은 SK텔레콤이 2022년 ‘SK텔레콤 2.0’ 시대를 선언하면서 앞세운 5대 사업군 중 하나인 아이버스(AI+UNIVERSE)의 핵심사업들이다. 음성 비서서비스 에이닷(A.)과 함께 SK텔레콤의 대표 신사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데이터센터ㆍ클라우드 사업과 달리 두 사업의 기세는 주춤한 모습이다. 

구독서비스 T우주의 총 거래액(GMV)은 지난해 4분기 342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1.4% 늘어났지만, 증가폭은 1분기(10.6%), 2분기(3.8%), 3분기(4.3%)보다 훨씬 적었다. 매분기 20만명씩 기록하던 가입자 순증 실적도 지난해 4분기엔 20만명을 밑돌았다.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T우주는 제휴처를 확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T우주는 제휴처를 확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T우주는 아마존 무료배송과 함께 생활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수십가지의 혜택을 제공하는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로 2022년 8월 론칭했다. 그사이 23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은 건 놀라운 성과지만,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점은 문제다. 특히 지난해 5월 T우주가 ‘유튜브 프리미엄’을 혜택으로 추가했는데도,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했다는 점은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역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이프랜드가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360만명에 그쳤다. 직전 3분기 420만명에서 14.2% 줄었다. 2022년 4분기(370만명)와 비교해 봐도 MAU 지표가 낮아졌다. 

이프랜드는 그간 MAU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온힘을 쏟아왔다. 2022년 말엔 북미ㆍ유럽ㆍ중동ㆍ아시아 등 49개국에 글로벌 버전의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경제시스템을 도입했고, 1만6000여개의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를 추가했다. 그런데도 MAU가 줄었다.  

■ 분석➋ 성장전략과 또다른 그림자 = 이 때문인지 SK텔레콤은 T우주와 이프랜드의 기세를 살리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4분기 성장 속도가 느려진 T우주를 업그레이드한다. 전세계 1위 OTT 넷플릭스와 손잡고 결합상품도 출시한다. 파급력 있는 제휴처를 확대하면서 AI 기반 구독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진화하겠다는 거다. 

이프랜드 역시 생성형 AI와의 결합을 추진한다. 유저에게 좀 더 차별화한 서비스 이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둘을 둘러싼 산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건 악재다. T우주가 속한 구독경제 산업은 고물가ㆍ경기침체 탓에 구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프랜드가 속한 메타버스 산업은 붐이 꺼져버렸다.

애플의 신제품 ‘비전프로’가 메타버스 산업의 반등 포인트가 될 줄 알았는데, 아직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비전프로는 애플이 애플워치 출시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신제품인 데다 회사의 미래전략을 담은 결과물이어서 시장의 기대가 뜨거웠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는 평가와 함께 초기 구매자들의 반품도 잇따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기만 하더라도 시장 예상보다 잘된다던 사업들이었는데,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라면서 “두 서비스는 SK텔레콤이 2.0 버전을 선언하면서 재편한 아이버스 사업군의 핵심이었는데, SK텔레콤이 예년보다 아이버스를 언급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주가는 최근 이틀(2월 19~20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호실적이 부각된 덕분이다. 이 기세를 이어가려면 이프랜드와 T우주의 분발이 시급하다. 지금의 성장 둔화는 산업이 자리를 잡기 전에 발생한 ‘일시적인 성장통’이어야 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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