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3편
보험 보장 주기적으로 살펴야
중요한 때 보장 못 받을 수 있어
중복 많다면 해지하는 것도 답
월 소득 대비 보험 비중 잘 따져야

한국인은 ‘암’을 무척 두려워한다. 한번 걸리면 완치가 쉽지 않다는 점, 치료를 위해 큰돈이 빠져나간다는 점이 공포심을 키워서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를 찾는 상담자들의 상당수는 암 관련 보험에 꽤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중에서 ‘제 역할’을 하는 보험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문제를 짚어봤다.

자신의 보험이 폭넓은 보장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의 보험이 폭넓은 보장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듀 푸어’란 말이 있다. ‘교육(education)’과 ‘가난(poor)’의 합성어로, 자녀 교육을 뒷바라지하느라 가난에 빠진 계층을 가리킨다. 월급 받는 평범한 직장인의 상당수는 에듀 푸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평균 41만원이었다. 2명이면 82만원, 3명이면 124만원으로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교육비는 늘어만 간다. 통계청이 밝힌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평균 43만7000원이지만 중학생은 57만5000원, 고등학생은 초등학생보다 1.6배에 달하는 69만7000원이었다.

이재석(가명·42)씨와 한성희(가명·41)씨도 점점 불어나는 자녀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맞벌이 부부다. 14살과 11살 두 자녀를 키우는 두 사람은 올해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갑작스럽게 불어난 ‘교육비 폭탄’을 맛봐야만 했다. 이미 적자로 돌아선 지 오래인 가계부는 적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번 늘어난 학원비는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지인들의 말에 겁이 난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결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1차 상담에서 파악한 부부의 월소득은 570만원으로,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320만·25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54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6만원, 금융성 상품 40만원 등 660만원이다. 한달에 적자만 90만원이 발생한다.

2차 상담에선 곧바로 지출 줄이기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식비·생활비(30만원), 가구 렌털비(7만원), 통신비(10만원), 교통비·유류비(10만원) 등 57만원을 절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적자 규모는 90만원에서 33만원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부부의 미래를 설계하려면 넉넉하게 여유자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 시간에도 계속해서 지출 줄이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한달에 83만원이 빠져나가 ‘대수술’이 필요한 보험료부터 살펴보자. 가장 큰 문제는 부부의 보험료를 지나치게 많이 설정했다는 점이다. 실손보험만 내는 두 자녀의 보험(총 10만원)을 제외하면 73만원이 부부의 보험료로 빠져나간다.

보장 항목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중요한 때에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장 항목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중요한 때에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가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몇년 전, 아내의 사촌 동생이 암에 걸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꽤 큰 충격이었는지 아내는 ‘암 보험을 늘리자’고 남편을 설득했고, 비슷한 나이대여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남편도 동의했다.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부부는 암 관련 보장을 대폭 추가한 새로운 보험에 여럿 가입했다.

이런 부부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필자도 얼마 전 “항암 약물치료가 보험 적용이 안 돼 비급여로 했더니 목돈이 크게 나갔다”는 지인의 하소연을 들었다. 비싼 돈을 들여가며 보험에 들었는데, 정작 중요한 때에 써먹지 못한다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이런 불상사를 겪지 않으려면 주기적으로 자신의 암보험 보장을 살펴보고 빈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부부의 암 보험엔 큰 문제가 있다. 다른 상담자들의 보험과 비교해 보면 비용 대비 보장 수준에서 별 차이점이 없다. 총 13개에 달하는 부부 보험의 상당수는 보험사에 지급하는 사업비가 꽤 높게 설정돼 있었다.

또 보험끼리 보장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효율성이 떨어졌다. 몇몇 보험이 10년 만기 갱신형 상품인 것도 문제다. 이러면 10년 주기로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부부와 머리를 맞대며 보험 가짓수를 대폭 줄였다. 중복 보장이 많은 보험은 과감히 해지하고, 사업비가 많은 보험은 저렴한 보험으로 대체했다. 10년 만기 갱신형 상품도 모두 없앴다. 기존 보험의 보장항목도 손봐 폭넓게 보장하면서도 비싸지 않도록 재구성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부부는 보험료를 83만원에서 40만원으로 43만원이나 줄일 수 있었다.

자녀 교육비(85만원)도 조금 줄이기로 했다. 언급했듯 부모에게 자녀 교육비는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가 쉽지 않은 지출항목이다. 부모가 그만큼 자녀 양육에 소홀히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부부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월 85만원 지출은 분명한 과소비다. 매월 적자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부는 전형적인 ‘에듀 푸어’다. 더구나 3년 뒤 교육비는 또한번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첫째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둘째가 중학생이 돼서다. 필자는 이런 점을 꼬집으면서 부부를 설득했고, 교육비를 85만원에서 65만원으로 20만원을 줄이기로 부부와 최종 합의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불어 40만원씩 총 80만원이 빠져나가는 부부의 용돈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부부는 즐겨 갖던 직장 동료, 지인들과의 술자리 참석을 최대한 삼가고,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값도 아끼기로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한달에 10만원씩 내는 미용비도 5만원으로 줄였다. 미용실을 즐겨 가는 아내는 횟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남편도 미용실에서 하던 새치 염색을 ‘셀프 염색’을 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이렇게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43만원(83만→40만원), 자녀 교육비 20만원(85만→65만원), 부부 용돈 40만원(총 80만→40만원), 미용비 5만원(10만→5만원) 등 108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33만원 적자도 75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제 부부의 미래를 위한 재무 솔루션을 세울 차례인데,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부부는 저축을 거의 하지 않는다. 월 40만원씩 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하지만 리스크가 큰 이 상품들을 ‘저축’이라고 보긴 어렵다. 개인연금이나 연금저축 등 노후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재무설계를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마지막 편에서 마저 다뤄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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