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 노스’는 올해 초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 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상황은 냉전시대만큼이나 위태롭다. 이응준 작가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 작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흡수통일을 가정하며 우리가 전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일깨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다. 이듬해 독일이 통일에 성공했고, 소비에트연방이 해체했다. 서독의 헬무트 콜(1930~2017년) 총리는 붕괴 직전인 소비에트연방의 혼란을 놓치지 않고 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지속해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량이 몇조원을 기록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을 위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그림자도 있다. 고금리 영향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확대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 국내 1위(점포수 기준)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맘스터치’가 3억원대 과징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몰렸다. 3년 전인 2021년 맘스터치가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하려는 가맹점주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불이익을 준 건 ‘가맹사업법’ 위반이라는 공정위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디어는 공정위가 “가맹본사의 갑질에 철퇴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공정위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정말 점주의 눈물을 닦아준 걸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의문점도 숱하다. 더스쿠프가 視리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출현한 뉴스, 16세기 마르틴 루터가 단행한 종교개혁,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매스미디어로 자리 잡은 신문과 잡지…. 이 서로 다른 일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개발한 인쇄기술이다. 그의 인쇄기술은 문학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지식혁명이란 거대한 흐름을 열어젖히는 ‘방아쇠’ 역할도 해냈다.구텐베르크의 인쇄 기술은 그가 활동한 독일에만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는 1462년께 독일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던 로마 근교의 베네딕토회
박일문 작가가 지난 16일 죽었다. 자살로 알려졌다. 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책으로 알려진 작가다. 1992년에 발간된 이 소설은 ‘후일담 문학’으로 분류된다. 그는 민주주의가 이뤄진 1990년대에 자신이 관통해온 운동권 세대의 방황을 그렸던 작가였다.그래서 나에게 박일문 작가의 죽음은 한 세대의 마침표처럼 느껴졌다. 글이 발표되고 10여년 뒤 그는 성범죄로 교도소에 갔다. 그가 운동권 성폭력 실명공개의 대표 사례로 뽑혔음을 생각했을 때 그의 삶은 어떤 면에서 ‘클리셰(clich·진부한 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주
경주의 한 책방에서 김유림 시집 「세 개 이상의 모형」을 만났다. 책들이 가득 모여 있는 곳에서 꺼내든 시집은 23~33쪽에 접혔다 펴진 구김이 남아 있었다. 책끝에서 책등 쪽으로 접혔다 펴진 것으로 보아 제조 과정에서 구겨진 것이었다. 새 책은 어떠한 구김도 없어야 상품 가치가 있다. 하지만 조각칼로 그은 것처럼 구김이 졌다는 건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란 뜻이다. 시집의 구김은 23쪽 ‘나의 마음’에서 시작해 33쪽 ‘너의 의미’로 끝났다. 김유림의 시는 다솜했다. 꾸밈도 없었다. 그래서 지나치게 새것 같지 않은 시집의 구김과
# 윤석열 정부가 ‘3대 생활 규제 폐지’를 공언했다. 1월 22일 다섯번째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➊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폐지➋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➌ 도서정가제에서 웹 콘텐츠 제외 # 윤 정부는 세가지 모두 민생을 가로막던 전봇대를 빼는 것이라면서 홍보하고 있다. 여러 미디어도 ‘폐지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세가지 모두 따져볼 게 숱하다. 각각의 규제가 만들어진 배경이 있는 데다, 폐지가 상책上策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 폐지를 둘러싸고 찬반양론도 뚜렷하다. #
# 프랜차이즈 A 브랜드는 가맹점주에게 주방세제부터 행주까지 필수품목으로 구매를 강요했다. 심지어 시중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제품의 금액보다 훨씬 비싸게 공급했다. # 프랜차이즈 B 브랜드는 쓰레기통부터 빗자루까지 가맹점 필수품목에 포함했다. 브랜드 통일성과 관련 없는 것까지 필수품목에 넣었던 거다. “가맹본부가 정한 필수품목 중 불필요한 품목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12월 27일발표한 ‘2023년 가맹분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맹점주의 60.5%가 가맹본부로부터 불필요한 필수품목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 떼 몰고 간 왕 회장박이도어느 날 산신령이 나타나왕 회장의 꿈을 해몽하니금강산(金剛山)은 금광산(金鑛山)이로구나왕 회장 노다지 캐러 갔네소 떼 몰고 돈 지러 갔네피양에선 올래문 오라우돈 지고 오라우갚아도 되고 말아도 되는 돈이라면돈 지고 오라우가디요, 암 가야디요일가친척이 그립고동포애가 넘쳐돈 지고 갈랍니다모슬포에선 돈 지러 간다는데피양에선돈 지고 오라네부짓집이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왕 회장, 3년도 못 가 쪽박만 찼다네금강산은 금강시산(金僵屍山)*이런가햇볕으로도 녹일 수가 없구나.* 강시(僵屍)는 뻣뻣하게 얼어 죽은 송장을 뜻
# 고깃집 직원이 어떤 머리끈을 사용하는지가 고기의 맛이나 서비스의 퀄리티에 영향을 미칠까. 햄버거 전문점에서 어떤 빗자루를 쓰는지가 브랜드의 통일성을 좌우할까. 우리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가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가맹점에 머리끈이나 빗자루를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가맹본사로부터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필수품목’에 이런 자잘한 것들을 넣었던 거다. 필수품목이 가맹본사의 ‘갑질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그래서 공정위가
남북한 문인이 한자리에 모여 작가로서의 삶을 공유했다.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관 기행’은 11월 4일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진행됐다. 망명 작가들은 공모사업 선정 작가 및 등단작가가 참여했으며 남쪽에서는 망명 작가를 위한 멘토링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작가들이 함께해 10여명의 문인들이 모였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남과 북이 갈라지기 직전의 근대 문학 역사를 되짚은 문인들은 이후 남과 북에서 경험했던 작가로서의 삶과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망명 작가들은 북한을 떠나서 중국을 거쳐 한
세계 각지의 토착어와 그 보존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중요한 국제적 행사가 서울 중구 을지로의 페럼타워에서 11월 7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제4회 유네스코·겨레말큰사전 국제학술포럼’이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및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의 주최로 개최되며, 통일부와 외교부의 후원과 유네스코 본부의 협력 하에 진행된다.이번 포럼의 핵심 주제는 ‘토착어의 지속가능한 발전: 토착어로 문학하기와 토착어 자료 구축 활용’이며, 4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포럼은 토착어 문학 창작자와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토착어의 보존
#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은 피해 규모가 상당히 크다. 사기꾼들의 말에 속아 수천만원을 투자하는 피해자가 사건당 수백]명에 달한다. 비상장주식 사기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사기꾼들이 어떤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속이기에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하는 걸까. 그 답은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스크립트(대본)’에서 찾을 수 있다. 더스쿠프와 영상 플랫폼 Video B가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대본을 단독 입수해 영상으로 만들었다. 비상장주식 사기 ‘달콤한 거짓말’ 전편
소비자에게 중고차 시장은 악명이 높다. 허위ㆍ미끼 매물이 판을 치는 데다 신뢰도 낮은 판매상들이 난립해서다. 이는 중고차 직거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거래로 쓸 만한 중고차를 구입한다고 해도 난관은 남아 있다. ‘이 차가 내 차’라고 증명하는 이전등록 절차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앱을 론칭한 업체가 있다. 카방이다.판매상을 거치지 않은 채 중고차를 ‘직접 거래’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동차 등록이니 취ㆍ등록세 납부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귀찮은 절차는 또 있다. 중
#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중요한 건 이제 RE100을 충족하지 않으면 무역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RE100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원전으로 RE100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원전이 포함된 무탄소 에너지 캠페인인 ‘한국형 CF100’로 시장을 돌려놓
# 최근 우리는 “정유업계가 해외엔 좀 더 싸게, 국내엔 좀 더 비싸게 기름을 팔았다(통권 562호)”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 기사에는 “환율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댓글이 달렸고, 우린 ‘댓글에 답하다-석유제품 수출가격 논란’ 1편을 통해 답을 해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그럼에도 혹자는 ‘환율을 적용하면 결괏값이 달라질 것’이란 의문을 제기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정유사의 수출가격을 세가지 방식으로 환율을 적용해 다시 분석해 봤습니다. 1편에서
# 더스쿠프는 최근 정유사의 1~7월 석유제품 수출가격과 내수공급가격을 비교 분석해 “정유업계가 해외엔 좀 더 싸게, 국내엔 좀 더 비싸게 기름을 팔았다”는 내용을 담은 두건의 기사(통권 562호)를 보도했습니다. # 그러자 대한석유협회와 일부 독자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놨습니다. “환율을 적용해서 다시 분석해야 한다.”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을 비교하려면 환율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지금부터 이 댓글에 관한 답을 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지적은 타당하지 않은 데다, 설사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결과가 크게 달
이니셰린의 ‘절친’ 콜름이 파우릭에게 느닷없이 절교를 선언하고 파우릭이 나타나면 자리를 피하고 멀리하자 파우릭은 무언가 가벼운 오해 때문에 콜름이 삐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오해가 있었다면 풀어줘야겠다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콜름의 집을 찾아가지만 집은 비어 있다.파우릭은 콜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요량으로 빈집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둘러본다. 무료하게 콜름의 빈집을 둘러보던 파우릭의 표정이 차츰 묘해진다. 콜름의 집은 파우릭의 집과 다름없는 시골의 평범한 농가인데, 그 안에 채워진 물건들은 파우릭의 그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생
7월 마지막 날엔 건설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순위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순위다. 마치 수능 성적표처럼 시평 순위는 건설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의 한계선을 긋기도 한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 조합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때 시평 순위로 업체를 구분해서다. 시평 10위 내 업체로 입찰 조건에 제한을 거는 방식인데, 이를 근거로 입찰 기회가 달라질 수 있으니 건설사에 시평 순위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럼 시평의 기준은 무엇일까. 법적 근거를 보자. 건설산업기본법 제23조에 따르면, 시평 순위의 기
비상장주식 사기가 늘어나면서 사기꾼들에게 속은 피해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비상장주식 사기로 피해자가 잃는 것이 돈이 전부는 아니란 점이다. 누군가는 가정이 파탄날 위기에 처했고, 다른 누군가는 정신적 충격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 더스쿠프가 비상장주식 사기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아홉번째 이야기다.60대 정희진(가명·64), 40대 김민진(가명·42), 30대 박형진(가명·35). 이 세사람은 사는 곳, 나이, 직업, 학력이 모두 다르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세 사람은 하나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