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좇다 오리알 되자 직원 ‘토사구팽’ 하나
정권 좇다 오리알 되자 직원 ‘토사구팽’ 하나
  • 김정덕 기자
  • 호수 294
  • 승인 2018.06.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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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해외인력 구조조정 괜찮나

건설업계에 인력이 남아 돌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건설 사업 부진으로 유휴인력(고용은 돼 있지만 쓰지 않는 인력)이 생기면서다. 이 때문인지 건설사 중 일부는 해외인력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1년 무급휴직을 실시한 곳도 있다. 문제는 건설사의 해외실적 악화가 정부의 정책을 무분별하게 좇은 결과라는 점이다. 토사구팽당한 직원들이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건설사 해외인력 구조조정 논란을 취재했다. 

건설사들은 지난 10여년간 정부를 좇아 해외플랜트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사진=뉴시스]
건설사들은 지난 10여년간 정부를 좇아 해외플랜트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사진=뉴시스]

해외시장에 힘을 쏟던 건설사들이 해외플랜트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S건설은 2016년 플랜트 부문에서 4조107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엔 2조9264억원으로 줄었다. SK건설도 같은 기간 3조1187억원이던 플랜트 부문 매출이 1조6015억원으로 감소했다. 플랜트 사업이 주력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전체 매출이 5조6016억원에서 4조50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플랜트 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업계의 출혈경쟁으로 사업성이 떨어졌다. 단가 경쟁을 하다 보니 일감을 수주해도 남는 게 없는 경우가 숱했다. 2014년 중반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저유가 상황으로 플랜트공사 발주까지 줄었다. 사업장 관리능력 부족에 따른 우발성 채무도 불어났다. 해외플랜트 사업 부진은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나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사업 부진이 유휴인력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부터 올해 1분기 사이 GS건설과 SK건설의 플랜트 인력은 각각 2792명에서 2490명, 3085명에서 2828명으로 줄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전체 직원도 5212명에서 4822명으로 감소했다. 그래도 건설사들이 줄이지 못한 해외인력은 한직에 순환배치되기도 했다. 언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거다. 

아예 무급휴직을 단행한 곳도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2월말 해외플랜트 부문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제안, 약 150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기간은 1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환경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놀고 있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다 주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된 직원들 중엔 “억울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해외에서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왜 쫓겨나거나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하느냐”는 거다. 떼쓰기식 울분이 아니다. 해외플랜트 사업의 부진은 정부정책과 그 정책을 불나방처럼 좇은 건설사에 1차적인 책임이 있어서다. 

 

건설사들이 해외플랜트에 본격 진출한 건 10여년 전부터다. 당시 이명박(MB) 정부가 자원외교를 펼치면서 해외플랜트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지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 5대 플랜트 강국 진입’을 목표로 삼아 수출입은행을 통해 천문학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지원하고, 무역보험공사를 통해선 수조원의 지급보증을 해준 것은 단적인 예다. 

정부 따라 해외로 간 건설사들

건설사 해외플랜트 지원정책은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건설사의 해외진출을 끊임없이 독려했다. 2015년 7월 이란 핵협상 타결로 미국의 경제 제재가 풀린 2016년 초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란을 직접 방문해 각종 건설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정도다. 건설사들은 이런 정부의 행보에 발맞춰 해외로 나갔다. 그 과정에선 금융혜택 등 숱한 지원을 받았다.

일부에선 이란의 부실한 재정 상황이 계약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모두 기우로 치부됐다.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아니라 정부의 정치적 행보에 편승해 해외사업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인력 구조조정의 도마에 오른 해외플랜트 부문 직원들의 “억울하다”는 주장을 귓등으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외 인력을 구조조정한 건설사 실적이 그리 나쁜 것도 아니다. GS건설, SK건설, 대림산업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더 늘었다. 특히 GS건설과 대림산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1530억원(이하 전년 대비 증가율ㆍ181.2%), 1060억원(139.3%) 더 늘었다. 2016년 대비 2017년 실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 건설사 오너와 CEO들은 직원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고통분담은 전혀 하지 않았다. 수억원 혹은 십수억원의 상여금까지 챙겼다. 직원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법도 하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일단 유휴인력을 순환배치하거나 위로금과 함께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은 것은 다툼의 소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대규모 무급휴직을 단행한 대림산업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근로기준법 제46조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휴업기간에도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연봉의 월평균치)의 7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토사구팽 식의 인적관리를 막기 위한 법 조항이다. 대림산업의 무급휴직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민주노총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의 최진수 노무사는 “판례는 정전이나 화재로 인해 근무를 못하게 되는 경우에도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해외 플랜트 사업 환경이 좋지 않아 유휴인력이 생겼다는 이유로 무급휴직을 단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무급휴직을 신청한 이들 가운데는 출산ㆍ육아휴가로 돌린 이들이 많다”면서 “이메일을 통해 전혀 강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진행했고, 동의하지 않은 이들은 100% 급여를 다 받으면서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무급휴직 불법성 여부 따져 봐야

하지만 대림산업의 주장처럼 ‘무급휴직자들이 자발적 동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대림산업이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난 2월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림산업의 무급휴직 정상인가’라면서 불법성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최진수 노무사는 “휴가(출산ㆍ육아)는 ‘본인의 신청’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 회사가 일괄적으로 실시하는 게 아니다”면서 “휴가와 휴직은 적용 근거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엄밀히 구분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두루뭉술하게 대규모 무급휴직을 휴가처럼 취급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거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급휴직을 하면 그게 다시 성과연봉제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그들(대림산업 무급휴직 대상자)이 다시 돌아왔을 때 과연 이전 상황과 똑같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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