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같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겁니다

# 때는 12월 초,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주말 없이 일하다보니 몸이 삐거덕거립니다. 비영리기관에서 의뢰한 가족캠프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길. 뿌듯한 마음과는 별개로 몸은 ‘좀 쉬고 싶다’며 아우성을 칩니다. 출장길에 동행했던 딸아이도 덩달아 안달복달입니다. 출장 가기 전 제가 약속 하나를 했기 때문입니다. “일이 끝나면 근처에 있는 온천 물놀이장에 가자.” 

# 몸상태를 보니 과연 물놀이장에 갈 수 있을지, 그곳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냥 집에 올라가자 말하고 싶지만 반짝이는 딸아이의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온천으로 향합니다.

# 온천 덕분일까요. 몸이 노곤해집니다. ‘오길 잘했다’ 싶습니다. 딸아이의 손에 끌려 야외로 나왔습니다. 물은 따뜻하고, 얼굴에 닿는 바람은 찹니다. 따뜻한 물과 찬 바람이 만나서 생긴 물안개가 몸을 감쌉니다. 생기가 돕니다. 마치 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만난 것 같습니다. 

# 추웠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옵니다. 날씨가 풀려서인지 딸아이는 요즘 산에 가자고 아우성입니다. 피곤하지만 고민 없이 딸의 손을 잡습니다. 이번엔 물안개 같은 아지랑이를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생명의 계절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