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

“집 걱정 없이 일하고 아이 키울 수 있는 나라.” 문재인 정부의 신혼부부 주택 정책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통계는 정책을 비웃는다. 혼인율ㆍ출산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첫째 이유로 많은 젊은층이 ‘주택’을 꼽는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결국 답은 공공임대주택뿐이다. 총력을 다해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은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 주택 정책부터 제대로 정비하자”고 꼬집었다.[사진=연합뉴스]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은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 주택 정책부터 제대로 정비하자”고 꼬집었다.[사진=연합뉴스]

 ✚ 신혼희망타운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수도권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 주변 시세 70%는 혜택이 아니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이 가격이면 입주할 수 있습니까’라는 간단한 설문만 벌였어도 실제 수요를 알 수 있었을 거다. 억 단위의 현금을 쥐고 있는 신혼부부가 몇이나 될 것 같나.”

 ✚ 신혼부부 주거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많다. 그런데도 어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의 공급 자체가 턱없이 적다. 이들이 원하는 주택 조건은 다른 계층보다 까다롭다. 직장과의 거리와 출산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인프라를 갖췄으면서도 저렴해야 한다. 또한 길게 머물 수 있는 안정적인 주택을 원한다. 답은 공공임대주택이다.”

 ✚ 공급임대주택 공급 소식도 제법 들리는데.
“문재인 정부의 목표가 매년 13만호 공급이다. 주거복지를 강조하는 정부가 세운 최대치가 이렇다. 반면 공공임대주택이 시급한 소득과 자산, 주택 소유 유무로 추산한 ‘무주택 서민가구’는 275만 가구다.”

 ✚ 간극이 상당히 크다. 
“노력으로 채울 수 있는 간극이 아니다. 그렇다고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이 신혼부부로 가는 것도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절반 이상이 노년층이다.”

 ✚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릴 순 없나.
“땅이 없다. 그린벨트를 풀 수는 없지 않겠는가. 공급을 주도하는 LH와 SH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민간과 협업하면 시세차익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다. 진퇴양난이다.”

 ✚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솔직히 인정하자. 정부의 공약, ‘집 걱정 없이 일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는 당분간 오기 어렵다. 난제다. 하나씩 풀었으면 좋겠다.”

 ✚ 어떻게 풀 수 있나.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신혼희망타운이야 부정적 이슈긴 해도 언론이 조명하면서 제법 이름을 알렸다. 이를 노리고 전략을 짜는 서민층 신혼부부가 아예 없진 않을 거다. 하지만 과거 수많은 신혼부부 타깃 정책은 제대로 홍보되지 않기 일쑤였다. 정책을 일일이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치열한 경쟁률을 예상해 지레 겁을 먹었다. 실제로 청년을 대상으로 모집한 행복주택은 경쟁률이 100대 1을 넘기는 사례가 속출한 반면, 신혼부부 타깃 행복주택은 미달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 홍보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나.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도 공급 목표를 못 채웠다. 주택 건설이란 게 원래 숱한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지 않나. 꼭 ‘행복주택’ ‘뉴스테이’ 등 이름을 붙여 프로젝트 식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2~3채라도 좋으니, 지자체가 주도하는 도시재생ㆍ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서 공공임대 비중을 더 늘리자.”

 ✚ 신혼부부가 공공임대주택을 기피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급에만 치중하다보니 교육ㆍ보육 인프라가 소외됐다. 도시계획단계에서부터 촘촘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관계부처가 다른 탓에 쉽지 않다. 수도권 인근 지역에 폐교가 늘어난다는 얘기를 듣고 이 부지를 활용할 방안을 연구하다가 얼마 전 관뒀다. 교육부 소관이라 협업이 어렵다고 하더라. 인프라와 공급 정책을 한데 묶은 패키지형 정책이 시급하다.”
 
 ✚ 주택 문제로 힘든 신혼부부들에게 조언 한다면.
“중장년 세대의 탐욕으로 치솟은 부동산 시장을 신혼부부 세대에게 함께 나눠 쓰자고 하는 건 참 뻔뻔한 일이다. 집 때문에 결혼이 어렵다는 하소연은 국가적인 비극이다. 민관 가리지 않고 총력을 다해 이들이 편하게 몸을 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