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MC사업부 CEO 잔혹사] 그 자리에만 앉으면 고개 숙였다
[LG MC사업부 CEO 잔혹사] 그 자리에만 앉으면 고개 숙였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21
  • 승인 2019.01.10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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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의 CEO 선택
겸직 결과는 다를까

“독이 든 성배가 따로 없다.” 최근 12년간 5명의 CEO가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본부장 자리에 올랐다는 걸 풍자한 말이다. 이 기간 LG전자 MC사업부는 6번의 흑자와 6번의 적자를 냈다. 실적이 악화할 때마다 ‘구원투수’가 등판했지만 대부분 불만 질렀다. 이들 중 연임에 성공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지난해 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례적으로 HE사업본부장 권봉석 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게 하는 강수를 뒀지만, 앞날을 예측하긴 어렵다. 더스쿠프(The SCOOP)가 LG전자 MC사업부의 CEO 잔혹사를 취재했다.

조준호 전 MC사업본부장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끝에 교체됐다.[사진=뉴시스]
조준호 전 MC사업본부장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끝에 교체됐다.[사진=뉴시스]

■ 초콜릿폰 영광에 취해… = 2006년 LG전자 MC사업부는 갈림길에 섰다. 경쟁사의 모토로라의 ‘레이저’가 시장을 석권하던 시기였다. ‘싸이언’ 브랜드를 밀던 이 사업부는 그해 1분기 어닝쇼크(영업손실 89억원)의 늪에 빠져버렸다. 

그럼에도 내심 믿는 구석이 있었다. 2005년 말 출시한 ‘초콜릿폰’이 흥행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막대 모양의 초콜릿 과자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했다. 2007년 상반기 중 판매량 1000만대를 달성하며 LG전자 휴대전화 최초로 ‘텐밀리언셀러’에 가입했다. 이 제품으로 MC사업부는 LG전자에서 가장 짭짤한 부서로 탈바꿈했다. 2007년(8086억원), 2008년(1조4242억원) 연속 영업이익이 치솟았다. 2008년 2분기에는 MC사업부 영업이익률이 14.4%에 달했다.

초콜릿폰의 후속작인 ‘샤인폰’ ‘프라다폰’ 등도 연이어 히트했다. 이를 계기로 LG전자는 2009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눈부신 성적표의 주역은 2007년 MC사업본부장에 오른 안승권 LG전자 부사장(이하 당시 직함)이었다. 초콜릿폰은 파격적 디자인이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안 사장의 혜안이 스며든 제품이다.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2009년 LG전자 최연소 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트렌드 변화를 읽는 눈이 뛰어나다는 건 그가 받은 최고의 평가였다.

하지만 세상은 안 사장의 눈보다 빠르게 바뀌었다. 2007년 애플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이 세계시장을 흔들었다. 아이폰의 세번째 시리즈인 ‘아이폰 3GS’를 발매하던 2009년 한국에도 열풍이 불었다. 그런데 안 사장은 피처폰에 주력했다. LG전자가 제일 잘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스마트폰의 대항마”라며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하드웨어를 뛰어넘는 피처폰 ‘맥스’를 내놓은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적자가 쌓인 LG전자 MC사업본부의 CEO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 통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적자가 쌓인 LG전자 MC사업본부의 CEO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 통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에 재미를 들인 소비자는 더 이상 피처폰에 지갑을 열지 않았다. 오판은 계속 이어졌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운영체제(OS)의 대세로 떠오르던 시기, LG전자는 엉뚱하게 윈도 OS를 탑재한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삼성전자마저 자체 OS에서 안드로이드로 궤도를 틀던 해였다. 부진을 털기 위해 꺼낸 카드는 ‘뉴초콜릿폰’이었다. 메가 히트작인 초콜릿폰 명성에 기댔지만, 더 큰 실패만 떠안았다.

아쉬운 고가 피처폰 전략

LG전자 MC사업부는 2010년 2분기 충격적인 성적표(1300억원 적자)를 받았다. LG그룹은 LG전자 사령탑을 교체했다. 남용 부회장이 물러나고 오너 일가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올렸다. ‘독한 경영’을 선언한 구 부회장은 MC사업본부장에 안 사장 대신 박종석 부사장을 앉혔다.

■ G3 깜짝 반등했지만…= 2012년 스마트폰 시장에선 “LG전자가 반등의 역사를 쓸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LG전자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가 합심해 만든 역작의 이름이 ‘회장님폰’이라는 웃지 못할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렇게 ‘옵티머스G’가 세상에 나왔다. 실제로 옵티머스G엔 LG디스플레이ㆍLG화학ㆍ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이 최상의 기술을 넣었다.

완성도를 끌어올린 결과였을까. 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오랜 침체에 빠졌던 MC사업부는 2012년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7분기 만이었다. 후속작 ‘옵티머스G 프로’ ‘G2’ 등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했다. 기본에 충실했던 옵티머스G의 성공 노하우를 계승한 게 성공으로 이어졌다. 2014년 5월 출시된 ‘G3’ 역시 호평일색이었다. 박종석 부사장은 “G3는 10 00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벽한 세계 3위를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2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분기별로 흑자폭이 늘어나긴 했지만 주변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었다. 밑에선 중국 제조사들이 굴기를 꾀하고 있었다. 한국 시장엔 단통법이 도입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교체 수요가 감소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 때마침 박종석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본부장직에서 하차했다. 2015년 3월 LG전자 MC사업부의 조종간을 잡은 건 조준호 LG 대표이사 사장이었다.

■ 실패 스리콤보 = 조 사장은 ‘예상 밖 인물’이란 평가가 많았다. 안승권 사장, 박종석 사장처럼 MC사업부의 수장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 맡아왔는데, 조준호 사장은 ‘마케팅통’으로 분류되는 인사였다. 왜 그런 인사를 단행했을까. 

IT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G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LG전자는 하드웨어만은 최고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기술만은 애플과 삼성전자를 따라잡았다는 거였다. 부족한 건 ‘마케팅’과 ‘혁신’이란 외부 평가에 조 사장을 앉힌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량을 기술력이 아닌 마케팅 싸움의 결과물로 봤던 거다.” 

뼈아픈 G5의 실패

실제로 조 사장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G4’는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천연가죽을 커버 소재로 택했다. ‘G5’는 스마트폰 최초로 ‘모듈화’를 적용했다. ‘V10’엔 세계 최초로 전면 듀얼 카메라를 장착됐다. ‘V20’은 특화된 오디오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최초로 쿼드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를 탑재한 건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 모든 결정은 실패로 돌아갔다. “기술력은 신선하지만, 소비자 니즈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다시 LG전자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2015년 3분기부터 적자가 이어졌다. 조준호 사장은 사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고, 2017년 황정환 부사장이 사업을 이끌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018년 3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에, 4분기 실적도 적자가 확실해 보인다. 이 때문인지 LG전자의 MC사업본부의 수장은 황 부사장에서 권봉석 사장(HE사업본부장 겸직)으로 바뀌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단행된 첫번째 정기 임원인사였다.

LG전자 관계자는 “HE사업본부에서 이뤄낸 올레드 TV성공 체험과 1등 DNA를 MC사업본부에 이식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원했든 그렇지 않든 그의 손엔 ‘독배’가 쥐어졌다. 권 사장은 과연 MC사업본부에서 웃으며 퇴장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그럴 리 없다”에 한표를 던졌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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