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8년 IPO 분석

기업공개(IPO) 시장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IPO 시장이 부진한 국내 증시를 대신해 짭짤한 수익을 거둘 ‘대박 투자처’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현대오일뱅크, 호텔롯데, 교보생명 등 대어가 많다는 점도 IPO를 향한 관심을 부추긴다. 하지만 IPO 시장이 올해 달아오를 가능성은 반반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16년 이후 IPO 시장의 실적을 분석해봤다.

코스피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스피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 전망이 어둡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증시가 개장된 지 이틀 만에 1993.70포인트를 기록하며 2000포인트선을 내줬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가 박스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비둘기성 발언을 내놓은 후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안심하긴 어렵다. 나쁜 변수가 워낙 많아서다.

무엇보다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른바 ‘애플 쇼크’는 1분기에도 악재다. 글로벌 경기둔화·미중 무역전쟁 우려 등 지난해 주식시장을 괴롭힌 변수도 여전하다.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국제금융시장의 무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부결되면서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국내 상황도 신통치 않다. 한국경제를 이끈 반도체 수출(1월 1~10일)이 전년 동기 대비 27.2%나 감소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투자자의 관심이 증시가 아닌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쏠리는 이유다. 이를테면 ‘상장대박’이나 노려보자는 심리다.

하지만 IPO 역시 따져봐야 할 요인이 한두개가 아니다. 우선 상장효과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2016년 이후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기업 28곳(재상장·이전상장·스펙상장·리츠 제외)의 상장일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과 상장 이후 1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10.1%, -4.7%를 기록했다. 상장효과가 1개월이 채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좀 더 구체적으로 IPO 기업의 수익률을 살펴보자. 2016년 상장한 13개 기업의 상장일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15.3%를 기록했다. 언뜻 상장 대박인 듯하지만 투자기간을 조금만 늘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장 1개월·3개월·6개월 이후 평균 수익률이 각각 -4.5%, -10.1%, -12.5%로 갈수록 떨어졌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모주식을 배정받지 않는 이상 IPO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는 얘기다.

2017년 코스피시장에는 8개 기업이 상장했는데, 상장일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4%로 2016년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 IPO는 더 위축됐다. 코스피시장에 신규상장한 기업 수가 7개로 더 줄었다. 13개 기업이 상장한 2016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IPO로 끌어모은 자금의 규모도 7140억원으로 2017년 4조4480억원 대비 83.9%나 줄어들었다. 수익률 역시 다르지 않았다. 상장일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3.8%로 양호했지만 상장 1개월 후 수익률은 -8.4%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7개의 공모가 대비 상장일 수익률도 들쭉날쭉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36.5대 1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에어부산이었다. 147.5대 1의 높은 공모주 청약경쟁률을 보인 하나제약의 수익률(27.5%)은 경쟁률이 낮은 에어부산(36.5대 1·45.0%), 우진아이엔에스(11.17대 1·31.0%)보다 높지 않았다.

지난해 상장 기업 중 비교적 높은 공모주 경쟁률을 기록한 롯데정보통신은 상장 첫날 수익률은 다소 부진한 -2.6%를 기록하기도 했다. ‘IPO 시장’이 그만큼 불확실해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코스피시장 진입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잇달아 공모철회·상장연기 등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SK루브리컨츠(3월)를 시작으로 프라코·HDC아이서비스·CGV베트남·드림텍 등이 공모를 줄줄이 철회했다. 흥행에 실패하면서 공모가격이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바디프렌드·현대오일뱅크 등 지난해 IPO 대어로 지목됐던 기업도 ‘제값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IPO 시장도 부진한 모습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윤기림 리치빌 재무컨설팅 대표는 “지난해 국내 증시를 괴롭힌 대내외 악재는 올해도 증시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며 “변동성 확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IPO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6년 이후 IPO 침체

반론도 있다. 지난해 상장을 연기했던 대어급 기업들이 올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상장이 유력한 기업은 교보생명·현대오일뱅크·호텔롯데 등이다. 박중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IPO 시장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상장 기업 수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공모금액이 10조원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보생명의 공모규모가 2조원에 달하고 상장 가능성이 언급되는 호텔롯데의 경우 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의 IPO가 예정대로 추진되면 공모금액이 8조~1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IPO 시장이 한껏 달아오르더라도 무턱대고 투자 규모를 늘려선 큰코다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가의 변동성이 크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공모 성과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을 확인하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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