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한국車의 역주행, 정부는 아는가
[김필수의 Clean Car Talk] 한국車의 역주행, 정부는 아는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33
  • 승인 2019.04.1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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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바뀌는 자동차 산업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른 속도로 전환되고 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데다, 공유경제 모델이 갈수록 세를 넓히고 있어서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완성차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완성차업체들이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이런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업체들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업체들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120여년간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완성차업체 중심으로 흘렀다. 자동차 선진국의 완성차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주름 잡을 수 있었던 건 엔진과 변속기를 기반으로 한 수직 하청구조를 통해서였다. 특히 자동차부품수가 약 3만개에 이를 정도로 자동차가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기도 힘들었다.

이런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 변화의 물결이 일어난 건 10여년 전 전기차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전기차가 막 등장할 때만 해도 완성차업체들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자동차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수직적 산업구조를 수평구조로 바꾸는 등 기존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쉽게 해결되지 못할 줄 알았던 전기차의 단점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주행거리와 내구성은 크게 개선됐고, 충전소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보조금이 없어져도 전기차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란 얘기다. 이미 자리를 잡은 하이브리드차는 물론 수소연료차까지 상용화하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더욱 넓어질 게 분명하다.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자율주행 기술도 자동차 산업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릴 때가 오면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소유의 대상이었던 자동차를 사용ㆍ공유의 대상으로 바꿔놓을 공산이 크다.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변화는 또다른 변화도 불러온다. 그중 대표적인 게 일자리 감소다. 무엇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수가 절반가량 적다.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산업에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것도 일자리 감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공유경제로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면,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들 게 뻔해서다. 

이런 결과를 예상한 일부 완성차업체는 벌써부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GM이다. GM은 3년여 전부터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 각지에 있는 7개 공장을 폐쇄했다. 폭스바겐도 최근 8000여명의 직원을 줄이는 등 체중감량에 나서고 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이 부쩍 늘어났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기는커녕 되레 역주행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산업에 적합한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은 여전하다. 고비용ㆍ저생산ㆍ저효율ㆍ저수익 등 ‘1고高 3저低’로 대표되는 고질적 문제도 국내 자동차 산업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변화하는 속도는 필자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 필자는 당초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점유율 싸움이 30년간은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자율주행기술 등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공유경제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그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과거의 10년보다 앞으로의 1년이 더욱 빠르게 변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준비가 미약하다. 선진국 대비 자율주행ㆍ친환경 기술, 공유경제 모델 등에서 3~4년은 뒤처져 있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중심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둘러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먹거리는 물론 일자리도 잃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인식 전환과 빠른 조치가 필요할 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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