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블랙박스 기본 탑재와 나비효과
[김필수의 Clean Car Talk] 블랙박스 기본 탑재와 나비효과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31
  • 승인 2019.03.29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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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시장 앗아가는 완성차업체들

현대차ㆍ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신형 쏘나타’에 블랙박스 기능을 내장했다. 소비자로선 반길 일이다. 별도로 블랙박스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블랙박스를 만들어왔던 중소기업들은 ‘블랙박스 나비효과’에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이 개척한 시장을 앗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다. 현대차ㆍ기아차가 편익을 따지기 이전에 상생을 고민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현대차ㆍ기아차가 블랙박스를 기본 탑재하면 중소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현대차ㆍ기아차가 블랙박스를 기본 탑재하면 중소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무슨 기본 옵션을 탑재할 것인가.” 이는 완성차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평가할 때 디자인ㆍ연비ㆍ가격뿐만 아니라 어떤 옵션이 포함되는지까지 종합적으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이런 맥락에서 완성차업체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자동차용품 성격의 편의장치다. 가격은 높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선 이런 편의장치를 기본 옵션으로 탑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하이패스 기능이다.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정산하기 위해 정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시간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차로가 늘고, 운전자들 사이에서 하이패스가 반필수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은 건 이런 이점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룸미러에 하이패스 기능을 기본 옵션으로 탑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완성차업체들이 하이패스를 기본 옵션으로 탑재한 게 중소 자동차 용품업체에는 큰 악재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판매했던 하이패스 장치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현대차ㆍ기아차만 하이패스 기능을 내장해도 중소기업들이 입는 타격은 상당히 크다. 하이패스 장치를 별도로 구입할 필요가 없는 소비자에겐 긍정적인 변화지만, 초기부터 하이패스를 개발ㆍ제작한 중소기업으로선 졸지에 먹거리가 없어진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차ㆍ기아차는 최근 ‘신형 쏘나타(3월 출시)’ 론칭 이후 출시되는 인기모델에 내장형 블랙박스를 기본으로 장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선 하이패스 사례와 마찬가지로 취지는 좋다. 블랙박스는 교통사고 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 범죄 증거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장형 카메라에 다양한 첨단 기능을 가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개척하고 키워놓은 시장을 ‘소비자 편익’을 핑계로 숟가락을 얻는 셈이다. 그로 인한 후폭풍이 중소기업들을 덮칠 거란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손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블랙박스 탑재가 불가능했던 독일 시장을 바꾼 건 국내 중소기업들이 만든 블랙박스의 이로운 효과 덕분이었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로 왕성하게 수출했고, 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큰 이유다. 블랙박스는 2014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현대차ㆍ기아차가 블랙박스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존 전문 중소기업과의 상생 방안을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ㆍ기아차를 ‘흉기차’라고 비아냥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고려하지 않는 문어발식 경영도 이런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독일의 상생 시스템을 참조하고 고민해야 할 때다. 한편에선 아무것도 아닌 문제라고 여길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지하길 바란다. 이제는 현대차ㆍ기아차도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상생을 생각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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