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철수하면…

현대차는 현대차대로, 쌍용차는 쌍용차대로 녹록지 않다. 르노삼성은 노사 갈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고, 한국GM은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중 가장 급한 건 한국GM이다. GM 본사가 점유율 제고를 꾀하기보단 정리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까지 퍼부은 상황이지만, 한국 철수 우려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뭘 해야 할까.
 

한국GM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GM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황이 신통치 않다. 고비용ㆍ저생산 구조의 고착화와 연례화된 노조파업은 물론, 형식적인 정부의 기업지원 정책, 통상임금 문제, 최저임금 인상, 근무시간 축소 등까지 겹쳐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시장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고, 새로운 시장 창출도 녹록지 않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도 선진국 대비 3~4년 정도 뒤진 상태다. 

각 기업별로 안고 있는 숙제도 만만찮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선 문제, 점차 낮아지는 영업이익률, 해외시장 점유율 개선 문제 등을 안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던 닛산 로그의 배정을 중단하겠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고, 국내 점유율은 최하위로 떨어진 지 오래다. 쌍용차는 SUV 생산업체라는 한계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의 상황은 특히 안 좋다. 군산공장 철폐 이후 정부가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좋은 차를 만들어 점유율을 올리기보다는 엉뚱한 일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함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연구개발(R&D)을 떼어내 법인을 분리했다. 최근엔 국내 물류센터를 4개에서 3개로 줄이는 물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수년 전 메리 바라 GM CEO가 말한 것처럼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완성업체’로의 전환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의 비효율적인 공장 철수’를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GM은 북미 5개 공장 폐쇄 발표로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의식했는지 한국GM의 실사 결과를 보지도 않은 채 공적자금을 우선 투입하면서 ‘국내 존속’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한국GM의 지역 공장의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5월 한국GM 군산공장은 폐쇄됐다. 부평공장은 향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연구시설과 핵심설비가 모여 있는 만큼 우려가 적은 편이다. 창원공장은 다르다. 다마스 단종 이후 경차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은 경차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점유율이 부쩍 줄어들었다. GM의 향후 정리대상이 창원공장일 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한국GM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보다는 되레 ‘전체적인 정리’만을 강조하고 있어 한국 철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GM은 산은에 약속했던 준중형 SUV 국내 개발권을 중국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던 필자로서는 결국 소도 외양간도 모두 잃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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