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이해관계자들 충분히 토론하고 정부가 적극 나서야
[양재찬의 프리즘] 이해관계자들 충분히 토론하고 정부가 적극 나서야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40
  • 승인 2019.05.27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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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ㆍ타다 갈등’ 둘러싼 民官 설전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공개토론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타다 설전’을 계기로 신산업 태동의 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사진=뉴시스]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공개토론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타다 설전’을 계기로 신산업 태동의 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사진=뉴시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설전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최 위원장은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이 대표를 향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맞받아쳤다.

설전의 당사자와 주제, 발언내용 모두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다. 정부의 장관급 인사와 기업 대표가 맞붙는 모습은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다. 인허가 등 권한을 쥔 정부가 갑甲이라면 그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인은 을乙이기에. 과거 권위정부 시절에 이랬다간 괘씸죄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는 등 손보기 대상에 올랐을 게다.

설전의 주제도 핫(hot)했다. 택시기사가 목숨을 끊으며 제기한 이슈인데다 이재웅 대표는 관련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대표다. ‘무례하다’ ‘출마하시려나’ 등 일부 발언 수위는 아슬아슬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좌고우면하며 주저하는데 금융정책을 관할하는 금융위원장이 나선 게 좀 어색했다. 그래도 어차피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를 공론화한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적잖은 숙제를 던졌다.

사실 승차공유 논란은 7년 묵은 낡은 이슈다. 원조 격인 미국 우버가 서울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 2013년인데 여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 태동했던 국내 카풀업체는 줄줄이 퇴출됐다. 우버를 필두로 디디추싱(중국), 리프트(미국), 그랩(싱가포르), 고젝(인도네시아) 등 해외 승차공유 업체들이 승승장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물품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고 빌려주는 공유경제는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특히 활발한 분야가 모빌리티(이동)다. 피해가 크다고 주장하는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우리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사이 해외업체들은 증시에 상장해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이는 한편 음식배달, 심야 약품배송, 출퇴근용 패스 도입, 자율주행(로봇) 택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공유차량을 운행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산업과 서비스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글로벌 무한경쟁 체제에서 자본은 수익성이 있는 신산업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뛰고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는 차량공유 서비스산업에서 한국만 갈라파고스(고립된 섬)화하자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까지 빚고 있다. SK텔레콤, 현대차ㆍ기아차, 미래에셋, 네이버 등이 그랩과 디디추싱 등에 투자한 금액이 수천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모빌리티 혁명은 승차공유, 자율주행, 전기차 등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는 세 갈래 혁신축이 머지않아 차량 한대로 모아져 ‘자율주행 공유 전기차’ 형태를 띨 것으로 관측한다. 이런 세계적 흐름을 거스른 채 ‘차량소유 내지 택시이용, 자가운전, 내연(기관)차’를 고집하다간 국제 미아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간 승차공유 업계와 택시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 이번 ‘타다 설전’을 계기로 더 늦기 전에 승차공유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과 함께 신산업 태동의 길을 터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특히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 다른 나라들도 승차공유 업체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없지 않았다. 엉거주춤 시간을 끌지 말고 지난 3월 사회적대타협기구가 도출한 카풀 관련 합의안부터 이행하도록 반대하는 일부 택시업계에 대한 설득에 나서라. 기존 택시업계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결합해 택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최종구 위원장과 이재웅 대표 간 설전이 주목받자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냈다. 한글과컴퓨터 창업주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타다’가 요즘 6500만원 정도 한다는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정부는 이 면허를 타다 같은 사업의 면허로 전환해주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출신의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도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이 면허를 매입하게 하자’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갈등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공개토론이 활발함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정책의 핵심 축은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다. 이 둘을 조화시켜 나가려면 이해관계자들은 충분히 토론하고, 정부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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