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 신산업 규제 완화하자
[양재찬의 프리즘]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 신산업 규제 완화하자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48
  • 승인 2019.07.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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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17 택시제도 개편방안은 낡은 틀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는 모빌리티다.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업계의 상생안은 혁신산업의 모델을 제시하는 시금석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정부 정책에선 혁신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사진=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는 모빌리티다.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업계의 상생안은 혁신산업의 모델을 제시하는 시금석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정부 정책에선 혁신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사진=연합뉴스]

모빌리티(이동) 플랫폼 사업을 허용하는 택시제도 개편 방안이 나왔다.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운송면허를 내주고, 해당 사업자는 운행차량 대수를 할당받는 대가로 사회적 기여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 기여금을 택시감차 비용으로 활용하며, 택시 총량을 관리한다. 사업자는 운행차량을 모두 직접 소유해야 하고(‘타다’처럼 렌터카는 안 된다), 기사는 택시기사 자격증 보유자만 가능하다. 

이쯤 되면 택시회사를 새로 설립하라는 얘기다.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란 명칭과 달리 기존 택시업계 보호대책에 가깝지 혁신성장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 규제를 풀기는커녕 진입장벽을 더 쌓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산업 육성이나 소비자 편익 증진보다 내년 총선거를 의식해 택시업계 표를 더 고려한 것 같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논란의 한 축이었던 타다 입장에선 운행 중인 1000여대 차량 구매에만 300억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택시면허 매입비용(서울 개인택시 면허 프리미엄 7500만~8000만원×1000대)으로 750억~800억원이 필요하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사업할 엄두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정부 대책은 기존 택시업계의 피해를 줄이면서 신생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의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혁신성장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2014년 우버엑스를 시작으로 지난해 카카오 카풀, 올해 타다와의 갈등 과정에서 제기된 택시업계의 요구는 상당 부분 반영된 반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은 공유경제에 대한 정책적 고민은 약해 보인다. 

정부 대책대로라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재개할 가능성은 적다. 평일 출퇴근 2시간씩 허용되는 카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타다나 다른 플랫폼 사업자 또한 운송면허를 취득하려면 기여금 납부, 차량 소유, 택시기사 자격 획득 등 부담이 만만찮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가 모빌리티다. 모빌리티 업계와 기존 택시업계의 상생 방안은 4차 산업혁명으로 향해 가는 혁신산업의 모델을 제시하는 시금석이다. 신규 업체의 폭넓은 진출입을 허용하고, 당국의 규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거꾸로다. 정부가 운송면허권을 쥐고서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한편 운행 차량과 기사에 대한 자격요건까지 여러 규제와 역차별을 안겼다.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 활성화한 승차공유나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이 국내에선 자리 잡기 힘든 구조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기술 진화와 소비자 욕구 변화를 반영하는 변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산업과 신산업간 갈등이 나타나고, 이를 정부가 나서 지혜롭게 조정해야 한다. 정부가 기존 산업을 지나치게 보호하면 미래 신산업 태동과 산업 발전이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갈등을 조정할 때 우선하는 기준은 ‘국가는 신규 사업과 기존 사업 중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정부 역할은 국민 편익을 증진하는 혁신을 북돋고, 신산업의 활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처럼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이 절실한 우리나라 실정에선 더욱 그렇다. 

3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을 융합하는 ‘O2O 경제’의 빠른 확산이 4차 산업혁명의 요체이고, 그중 하나가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모빌리티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유숙박, 공유주거, 공유주방, 공유인력 등으로 업역業域이 확산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하나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주방 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플랫폼 택시를 신종 ‘운수업’으로 보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존 산업의 융ㆍ복합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강점이다. 택시제도 개편을 국토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 ‘신산업심의위원회(가칭)’를 두고 공유경제를 포함한 미래 신산업과 관련된 규제개혁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정부의 택시대책은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내년 초 실행에 들어간다는 일정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 특히 미래 신산업 전문가 그룹과 교통 소비자(국민)를 참여시켜야 한다. 그럴싸한 제도를 만들어도 소비자가 불편하거나 비용 부담이 커 외면하면 실패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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