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공급 부족, 집값 풍선효과 대비책 있나
[양재찬의 프리즘] 공급 부족, 집값 풍선효과 대비책 있나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52
  • 승인 2019.08.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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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적지 않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상한제는 효과도 있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집값 풍선효과나 주택공급 위축 등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는 효과도 있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집값 풍선효과나 주택공급 위축 등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투기과열지구와 재개발이 진행 중인 아파트단지를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서울 전역 재개발 아파트가 대상이다. 투기 수요를 차단한다며 재건축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연장하고, 최장 5년의 거주의무 기간도 두기로 했다.

정부는 2017년 ‘8ㆍ2대책’과 2018년 ‘9ㆍ13대책’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무겁게 매기고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 정책을 폈다. 하지만 효과가 단기에 그치자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며 ‘공급 확대’ 정책을 병행했다. 그럼에도 지난 7월부터 서울 강남 등지의 아파트값이 꿈틀대자 ‘가격 규제’ 칼까지 뽑았다.

‘분양가 상한제’는 말 그대로 직접적인 가격통제다. 민간택지에 건설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을 ‘건축비+택지비+적정 이윤’으로 산정토록 하는 것이다. 시장의 가격조정 기능을 제쳐놓고 정부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고강도 조치다.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이 결코 적지 않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분양가가 20~ 30% 떨어지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최근 1년간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21.02%)이 집값 상승률(5.74%)의 3.7배에 이르는 불균형과 박탈감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니 단기적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떨어지겠지만, 재건축 대상인 기존 주택 소유주와 건설사들의 기대이익은 줄어든다. 1억원 정도 부담하면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었던 재건축단지라면 그 비용이 몇배로 커질 수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연기 또는 포기하는 등 위축될 것이다. 

 건설사들도 신규 아파트 건설을 줄이거나 꺼리게 된다. 그 결과, 중ㆍ장기적으로 보면 주택공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 1977년 이후 서너차례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가 몇년 뒤 슬그머니 사라진 이유다.  

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20% 이상 싸지면 청약 당첨자는 상당한 시세차익을 본다. 당첨만 되면 횡재할 수 있는 ‘로또 아파트’ 분양에 자금이 몰리며 분양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 정부는 전매제한 기간을 늘려 대응하겠다지만, 은행 돈 빌리기가 힘든 판에 10년 동안 집을 붙들고 있을 수 있는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분양가 상한제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인근에 막 지어진 새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도 유발한다. 또한 로또 아파트에 대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가격이 오를 수 있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될 때에도 그랬다.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집값 안정화에는 일조했지만 전셋값 급등을 야기하는 단초가 됐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자 상한제를 적용받는 분양을 기다리며 기존 주택 매매를 꺼리는 무주택자의 전세수요가 급증하며 전셋값을 끌어올렸다. 

공교롭게도 최근 시장 상황이 2007~20 08년과 흡사하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이후 33주 연속 하락했던 서울 전셋값이 7월 들어 반전, 6주 연속 상승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행정부 경제팀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민주당과 기재부 일각에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분양가 상한제 드라이브가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에 건설경기를 더 위축시켜 내년 총선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이와 달리 김 장관은 서울 아파트 급등이 재연되면 총선에 더 악재가 될 것이라며 10월부터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청와대도 손을 들어준 상태로 전해진다. 이래저래 분양가 상한제 카드에는 ‘내년 총선 이전 집값 안정’이란 정치적 고려가 담겼다. 

아직 40일 가까운 입법예고 기간이 남았다. 분양가 상한제가 역대 정부에서 수정ㆍ폐지ㆍ재도입ㆍ폐지를 반복한 이유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교과서로 삼는 참여정부에서 왜 실패했는지를 들여다보라. 그래도 단행해야 한다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꼭 필요한 지역에만 한정함으로써 집값 풍선효과나 주택공급 위축 등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장에 등을 돌리면서 성공하는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왜 먹혀들지 않는지도 차제에 살펴봐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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