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타다’ 달리게 하면서 제도 보완하자
[양재찬의 프리즘] ‘타다’ 달리게 하면서 제도 보완하자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62
  • 승인 2019.11.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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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정부 선언한 날 기소된 ‘타다’
타다처럼 기존 업계와 영역이 겹치는 신산업은 태동 단계에서 이해충돌을 빚기 마련이다. 이때 정부와 정치권이 현명하게 조정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아쉽게도 정부와 정치권은 미적대기만 했다. [사진=연합뉴스]
타다처럼 기존 업계와 영역이 겹치는 신산업은 태동 단계에서 이해충돌을 빚기 마련이다. 이때 정부와 정치권이 현명하게 조정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아쉽게도 정부와 정치권은 미적대기만 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8일 오전 국내 최대 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19’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 정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바로 그날 오후, 검찰은 면허 없이 택시 서비스를 운영한 혐의로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서비스 ‘타다’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비전을 선언한 날, 4차 산업혁명의 한축인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스타트업과 대표가 범법자로 재판에 넘겨지는 넌센스가 빚어졌다. 뒤늦게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검찰 기소가 성급했다’ ‘신산업을 막아선 안 된다’고 나섰다. 이것이 대한민국 행정 현주소다. 

문 대통령은 그날도 “개발자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분야별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어서 우리 인공지능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규제란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해 신산업 태동을 가로막지 말자는 것이다.  

대통령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분야별(부처간) 장벽 철폐 강조는 어제오늘 발언이 아니다. 경제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않자 정책의 무게중심을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성장에 두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그런데 관련 업계의 반발과 행정(재량)권 약화를 염려하는 정부부처부터 미적댄다. 어렵사리 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와도 선거에서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정쟁에 밀려 심의는 부지하세월이다. 

‘타다’ 건도 그랬다. 카풀 등 새로운 모빌리티(이동)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타다는 11~15인승 렌터카의 경우 운전자 파견이 허용된다는 점에 근거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열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타다가 서비스를 개시한 지 1년이 돼 가도록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소되자 “법원 판단에 따르겠다”고 했다. 장관은 국회에 나와 검찰 탓을 했다. 이럴 바엔 정부, 특히 국토부는 왜 존재하는가.   

차량공유 서비스는 세계적 흐름이다. 원조 격인 우버는 63개국, 60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된다. 중국에선 디디추싱, 동남아에선 그랩이 대표적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타다가 검찰에 기소된 그날, 우버는 우버 운전기사와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금융서비스 ‘우버머니’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가 차량공유 서비스를 진화시키며 모빌리티 혁명을 맞는 지금, 한국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 ‘모빌리티 후진국’으로 밀려났다.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한 현대차와 SK 등 대기업들이 해외 승차공유 업체에 투자하는 상황까지 빚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도 서비스 초기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 미중 양국은 새로운 서비스를 허용하고,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법과 제도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미국은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 서비스 운전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도 차량 연한 제한, 운전자 경력 및 범죄기록 조회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업체 차원에서 호출 수수료를 면제하는 식으로 택시 140만여대를 디디추싱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상생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신산업 태동, 특히 타다처럼 기존 업계와 겹치는 서비스 영역에선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조정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마땅하다. 신산업과 기존 업계의 상생을 꾀하는 관점의 조화도 긴요한데, 우리는 미적대다 사법적 영역으로 넘기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60여개국에서 이뤄지는 모빌리티 산업이 한국처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완비된 나라에서 뒤처진 사실은 아이러니다. 이러다간 여타 분야 신산업 창출의 불씨까지 꺼뜨릴 수 있다. 정부는 남 탓 하지 말고 이제라도 갈등 조정에 적극 나서라.

20대 국회는 얼마 남지 않은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신산업 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하는 입법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제발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등 민생ㆍ경제 법안을 연내 처리하라. 그것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는 길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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