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동향, 정부의 축포와 통계의 민낯
3분기 가계동향, 정부의 축포와 통계의 민낯
  • 고준영 기자
  • 호수 366
  • 승인 2019.12.02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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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고르게 증가 자화자찬
그 속에 숨은 자영업자 위기

통계청이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통계를 발표했다. 1분위부터 5분위까지 소득이 고르게 증가했고, 소득분배지표도 개선됐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정말 우리나라 가계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걸까. 통계를 자세히 뜯어보면 다른 속사정이 보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19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정밀하게 해부했다.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득은 증가했지만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사진=연합뉴스]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득은 증가했지만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사진=연합뉴스]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11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빌려 전한 말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선 말을 아껴왔던 정부가 스스로 축포를 쏘아올린 셈인데, 이유가 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소득불평등 정도가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득력 없는 얘기가 아니다.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계층별 소득이 고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최하위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는 전년 동기 대비 소득이 4.3%, 2분위와 3ㆍ4분위는 각각 4.9%, 4.1%, 3.7% 늘었다. 고소득층인 5분위는 0.7% 증가했다. 1분위 소득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벗어난 건 2017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고소득층 위주로 소득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결과다. 

소득이 고르게 늘면서 소득분배지표도 개선됐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낮아진 건 단적인 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 가구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 가구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소득분배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배수가 높을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7을 기록했다. 2015년(각 연도 3분기 기준) 이후 줄곧 오르던 배율이 올해 처음으로 떨어졌다. 소득주도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고심하던 정부가 미디어를 향해 ‘자축 샴페인’을 터뜨린 이유다.

 

하지만 이는 통계를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의 얘기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근로자 가구와 근로자외 가구 등을 구분하지 않은 ‘평균치’다. 이렇게 전체 평균 소득으로 범위를 좁혀 통계를 보면 1분위 가구의 속사정을 알기 어렵다. 

먼저 1분위 소득의 질質부터 다시 따져보자. 5분위의 3분기 경상소득(정기적으로 얻는 소득) 중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폭으로 오른 건 근로소득이다. 가구당 평균 32만원의 근로소득이 증가해 전체 소득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1분위의 소득증가 원인은 이전소득이다. 이전소득은 보험금이나 정부보조금ㆍ연금 등의 불로소득을 말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6만9006원 증가했다.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3만1161원 줄고, 2만4464원 느는 데 그쳤다. 특히 근로소득은 7분기 연속 감소세(전년 동기 대비)를 띠었다. 

전문가들은 “1분위 소득이 증가한 건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 등의 정부 정책 효과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된 원인이 1분위의 ‘벌이’가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 지원이 늘어난 덕분이란 얘기다. 1분위와 5분위의 소득이 모두 늘었지만 소득의 질에선 차이가 있었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주장처럼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느냐에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기본 원칙은 소득이 늘면 소비가 활발해져 경제성장을 유발하고, 다시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소득양극화 해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 효과가 나타났는지는 미지수다. 소득이 늘었다면 소비가 증가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자영업계의 상황도 개선됐어야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자영업자 가구와 무직자 가구를 포함하고 있는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3분위를 제외하곤 모두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1분위 근로자외 가구다. 올 3분기 이들의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는데, 1~5분위 가운데서도 감소율이 가장 나빴다.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떨어졌다는 점도 문제다. 영세 자영업자들일수록 소득을 올리기가 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의 열악한 사정을 보여주는 통계는 또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산업별 대출금 통계를 보면 유독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부쩍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포진해있는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업’의 대출금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9%. 10.1% 증가했다.

전체 산업 대출 증가율이 6.9%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권에 손을 벌리는 자영업자들이 유독 많았는 방증이다. 특히 도ㆍ소매업의 대출 증가율은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제1금융권 대출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제2금융권 대출은 더 심각하다.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올 3분기 제2금융권에서 조달한 돈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8.3%, 20.1% 증가했다. 제2금융권에서도 도ㆍ소매업 대출 증가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빚을 내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카드수수료ㆍ임대료 등 자영업자들을 짓누르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소득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늘어나는 대출금은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정부는 3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이후 비상등이 켜진 자영업계의 상황을 냉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 효과 정말 있었나

장상환 경상대(경제학)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시장소득(근로소득ㆍ사업소득 등)은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데다 경기 상황에 크게 좌우되게 마련인데,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복지정책, 불공정거래 개선 등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할 수 있다”면서 “복지지출을 통해 1분위 소득을 늘려 소득불평등 구조를 완화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는 “다만, SOC 투자를 비롯해 근로소득을 늘릴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자영업자들의 소득수준을 높일 임대료, 프랜차이즈 불공정거래 문제 해결 등에 있어서는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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