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넷플릭스인가” 응답이 시작됐다
“왜 넷플릭스인가” 응답이 시작됐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72
  • 승인 2020.01.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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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국 진출 4년의 기록

파급력이 생각보다 세다. 경쟁관계에 놓여있던 기존 사업자들이 급하게 공동전선을 구축할 정도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트에 매료되는 소비자가 가파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료라면 질색을 하던 소비자도 조금씩 지갑을 열고 있다. 한국 진출 4주년을 맞는 넷플릭스, 이들은 ‘왜 넷플릭스인가’란 질문에 응답을 하기 시작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넷플릭스 한국 진출 4년의 기록을 정리해 봤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4년이 지났다. 국내 미디어 산업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4년이 지났다. 국내 미디어 산업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의 글로벌 성장 전략은 코드커팅(Cord-cutting)이었다. 케이블방송ㆍ인터넷TV(IPTV)ㆍ위성방송 같은 유료방송을 끊고 넷플릭스를 선택하게 하는 건데, 한국에선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유료방송과 넷플릭스의 가격 차이가 크지만 우리는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한국 소비자들은 콘텐트에 지갑을 여는데 인색하다. 굳이 넷플릭스를 선택할 동기가 부족하다.”

2016년 1월, 글로벌 OTT(Over the Top) 서비스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미디어 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선 최고사업자로 통할지 몰라도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의 코드커팅 전략이 난항을 겪을 게 뻔했다. 10만원 수준인 미국 유료방송과 달리 국내 유료방송은 1만~4만원 안팎의 저가 서비스였다. 채널수가 많고 다양한 콘텐트도 확보하고 있었다. 국내 미디어 환경에 익숙해진 시청자가 유료방송을 끊고 넷플릭스로 발길을 돌리는 건 쉽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업계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넷플릭스가 그간 한국 미디어 시장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넷플릭스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현재 2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8년 초 유료 가입자가 40만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세다. 

과거 넷플릭스를 깔보던 국내 사업자들도 지금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넷플릭스가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도 모자라 한국인의 콘텐트 소비성향까지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토종 OTT 시장 재편 = 사실 넷플릭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건 한국에도 비슷비슷한 OTT사업자가 숱했기 때문이었다. 가령 국내 이통3사는 모두 OTT 사업자였다. SK텔레콤은 ‘옥수수’를 서비스했고, KT는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는 ‘LTE 비디오포털’을 통해 외국 영화와 스포츠 중계 등을 선보였다. 지상파 3사도 연합해 ‘푹(pooq)’을 운영했다. 미디어 대기업 CJ E&M의 ‘티빙’도 위력적인 플레이어였다.

이들 대부분은 각사의 주요 서비스를 이용하면 OTT 서비스를 덤으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사실상 무료 서비스였던 셈이다. 당연히 가격경쟁력을 갖춘 토종 OTT의 틈바구니 속에서 넷플릭스가 생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푹과 옥수수는 2019년 9월 통합, ‘웨이브(WAVVE)’가 됐다. CJ E&M과 JTBC는 합작 플랫폼 론칭 계획을 알렸다. KT와 LG유플러스는 기존 서비스를 개편한 ‘시즌’과 ‘U플러스 모바일tv’을 각각 내놨다. 치열하게 경쟁만 하던 토종사업자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서비스 이름까지 바꾼 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넷플릭스를 향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국내 사업자들이 ‘넷플릭스 공포’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엿볼 수 있다. 국내 최대 OTT 서비스로 꼽히는 웨이브의 요금제를 보자. 출범 전 35가지에 달하던 요금제를 지금은 3가지로 간소화했다. 그런데 변경된 요금제는 넷플릭스의 3단계 요금제와 비슷한 구조다. 더구나 넷플릭스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누굴 겨냥한 정책인지는 답이 쉽게 나온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다. 

■ 오리지널 콘텐트의 힘 = 2019년 방영됐던 킹덤. ‘회당 제작비 20억원’ ‘조선시대 권력다툼을 소재로 한 이색 좀비물’ ‘높은 완성도’ 등 장점이 숱하게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게 있었다. 

넷플릭스를 통하지 않고선 어디서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킹덤이 상영되는 기간,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는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했기 때문인데, 이런 콘텐트들을 ‘오리지널 콘텐트’로 불린다. 쉽게 말해, 넷플릭스가 소비자를 묶어두기 위한 락인(Lock in) 전략이 ‘킹덤’을 통해 구현된 셈이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콘텐트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는 회사다.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에 투자한 금액은 2018년 76억 달러(약 8조8000억원)로 추정된다. 그해 넷플릭스의 매출이 157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출의 절반(48.1%)가량을 콘텐트 확보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이중에서도 드라마 ‘킹덤’, 영화 ‘옥자(2017년)’,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2018년)’ 등 한국을 타깃으로 제작한 콘텐트는 가입자 수를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었다.

오리지널 콘텐트 전략은 국내 미디어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다른 OTT 사업자도 ‘독점 콘텐트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가령 웨이브는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을 콘텐트 제작에 쏟겠다”고 선언했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건 결국 콘텐트의 질이기 때문에 국내 OTT 사업자들도 콘텐트 제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자간의 합종연횡도 콘텐트 경쟁력이 강점인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고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소비자 태도도 바꿔 = 넷플릭스는 국내 미디어 소비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국내 소비자들은 디지털 콘텐트에 지갑을 열 때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만 해도 디지털 콘텐트에 돈을 내는 사용자는 9.2%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조사에선 11.3%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18~24세(34.5%)와 25~34세(32.9%)의 비중이 높았다. 넷플릭스 국내 유료 결제자 연령대 분포가 20대(41.0%)와 30대(29.0%)에 몰려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조사다. ‘오리지널 넷플릭스’는 유행에 민감한 20ㆍ30대 세대에겐 꼭 봐야 하는 콘텐트로 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코드커팅의 비밀

물론 지금도 넷플릭스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 미디어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공정위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고객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요금 및 멤버십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용약관을 비롯, 6개의 약관이 시정 조치의 대상이었다.

문제는 또 있다. 젊은 세대만 열광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에선 넷플릭스발發 코드커팅이 진행되지 않았다. 2019년 상반기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 수는 3328만4271명으로 2018년 하반기(3272만4377명)보다 1.7% 늘었다. 최근 4년간 꾸준히 증가세였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으로 갈아타는 국내 소비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넷플릭스의 공세는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왜 넷플릭스인가’란 질문에 소비자가 응답하고 있어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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