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T의 가능성과 의문들

“3기 신도시엔 지하철 같은 버스가 다닐 것이다.” 1월 3일 정부가 ‘슈퍼 BRT 표준지침’을 내놨다. 지하철처럼 정류장에서 딱딱 멈추는 버스를 개통하겠다는 계획인데, 3기 신도시 일부 지역이 시범지구로 선정됐다. 교통대책이 제때 마련되지 않아 신도시 주민들이 교통대란을 겪어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효율 좋은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BRT 전문가인 고준호 한양대(도시대학원) 교수는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준호 교수를 만났다. 

고준호 교수는 “BRT 시스템은 교통대책의 만능열쇠가 아니다”고 주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준호 교수는 “BRT 시스템은 교통대책의 만능열쇠가 아니다”고 주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BRT, 낯선 용어다. 간단히 풀어 달라.
“간선급행버스체계(Bus rapid transit)의 약자로, ‘도로 위 지하철’로 불린다. 버스의 속도, 정시성 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시스템이다. 20년 전부터 전세계 수많은 도시에 보급됐고 서울시 역시 그런 도시 중 하나였다. 도로 곳곳에 구분된 버스전용차로는 BRT를 구성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다.”

✚ 신도시에 버스전용차로를 만들겠다는 전략인 건가.
“국내엔 전용차로 중심으로 BRT가 보급됐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전용차로 구축은 가장 기본단계에 불과하다. 실제로 서울시 전용차로에선 교통정체가 수시로 발생하지 않나. 정부 구상은 기존 BRT의 효율성을 업그레이드해 진짜 지하철처럼 빠르게 버스를 이용하게 하자는 거다. 앞에 ‘슈퍼’를 붙인 것도 그런 맥락이다.”

✚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나.
“방법은 많다. 가령 정류장 선지불시스템을 도입하면 승ㆍ하차 시간이 단축될 거다. 교차로에서 버스에 우선통행 신호를 부여하거나 지하차도ㆍ교량을 만드는 것도 글로벌 도시가 활용 중인 BRT의 일환이다.”

✚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두고 우려가 많았다. BRT는 꽤 효과적인 전략처럼 들리는데.
“맞다. 무엇보다 BRT 사업은 지하철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월등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BRT 노선 설치비용은 1㎞당 30억원이다. 경전철(460억원)과 지하철(1000억원)보다 훨씬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짧다. 오히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우리의 도입은 늦은 편이다. 몇몇 도시에선 이미 핵심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 3기신도시 교통지옥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건가.
“낙관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값이 저렴한 만큼 한계도 뚜렷하다.”

신도시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교통대책이 화두로 떠오르지만 교통 인프라는 쉽게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신도시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교통대책이 화두로 떠오르지만 교통 인프라는 쉽게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사진=연합뉴스]

✚ 어떤 한계인가.
“BRT가 고급화할수록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편의성이 줄어든다. 전용차로를 구축하려면 차선 하나를 통째로 내줘야 한다. 교차로 신호를 버스 위주로 짜면 그만큼 일반도로가 정체를 겪는다.”

✚ 차가 있는 시민도 BRT를 이용하게끔 유도할 순 없나.
“무턱대고 그럴 순 없다. BRT의 수송량이 적어서다. 굴절버스(버스 2칸을 굴절마디로 연결한 버스) 등 대안이 있긴 하지만, 결국 버스다. 100명 남짓을 수용하는 게 최대치다. 배차 간격을 촘촘히 할 수도 없다. 버스의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BRT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다.”

✚  또 어떤 요소가 있나.
“가령 교차로와 정류장의 간격이 너무 가까우면 곤란하다.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가 교차로를 막거나 버스가 교통신호에 막혀 정류장을 떠나지 못하고 다른 버스의 정차를 지연시킬 수 있어서다. 국제 BRT 평가기관인 ITDP의 평가기준엔 ‘시설’ ‘브랜드 및 정보시스템’ ‘통합 및 연계체계’ ‘운영서비스’ ‘감점항목’ 등 5가지 주요 항목이 있고, 그 밑으로 3~12개의 세부항목까지 갖추고 있다. 기존 도로교통 시스템 가운데 버스의 속도만 끌어올리는 전략이기 때문에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우리 정부도 평가기준인 슈퍼 BRT 지침을 만들었다.
“정부 차원에서 BRT 수준을 높이려고 해도 사업주체는 결국 지자체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텐데, 언급했던 문제들 때문에 쉽지 않다.”

저비용 BRT, 한계도 뚜렷

✚ 또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단순히 시스템을 만들고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게 사업의 목적이 되면 안된다. BRT가 뛰어난 효율을 증명한 건 사실이지만 교통문제를 해소할 만능열쇠는 아니다.”

✚ 정부의 슈퍼 BRT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원칙은 간단하다. 시민들이 타고 싶은 버스여야 한다. 시민 관점에서 최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설계해야 한다. 도시교통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이다. 시민이 가야 하는 지역과 어떻게 닿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령 지금 논의되고 있는 슈퍼 BRT 노선의 경우, 서울 중심부와의 접근성이 부족하다. 더 끈질기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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