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다드 좇던 사모펀드 부실만 커졌네
글로벌 스탠다드 좇던 사모펀드 부실만 커졌네
  • 강서구 기자
  • 호수 376
  • 승인 2020.02.17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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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 뭐가 문제인가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과 편법을 저지른 금융회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금융당국도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보인다. 시장의 활성화만 좇은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사모펀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해봤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8000억원가량이 판매된 DLF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품에서 손실이 확대하고 있어서다. 라임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부실자산 매각·수익률 돌려막기·불완전판매 등 환매 중단으로 제기된 의혹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중간 실사 결과, 라임자산의 손실률은 최대 50%로 추산된다.

당연히 사모펀드를 기획·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기만한 각종 편법과 불법이 판쳤기 때문이다. DLF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문책 경고의 중징계(금융감독원)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에서 금융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일침이다.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겠다며 풀어 놓은 규제가 최근 사모펀드 사태를 키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 과정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형 헤지펀드(사모펀드)의 기틀이 마련된 건 2011년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 관련 모범규준을 제정’하면서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하는 국제적 흐름, 글로벌 자본경쟁 시장의 참여, 투자자의 요구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입에도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세는 더디기만 했다.

그러자 2013년 12월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의 역동성 제고를 위한 사모펀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의 헤지펀드 순자산 비중은 8.83%에 이르지만 한국은 0.09%(2012년)에 불과할 정도로 모험자본인 사모펀드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저금리 기조에도 시장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것도 사모펀드 활성화의 명분이었다.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완화 방안은 2015년 7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기준을 자기자본 60억원 이상에서 20억원 이상으로 변경해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더불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했던 규정을 등록제로 전환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등록제에 반발한 곳은 연기금이다. 등록제가 운용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당국의 인가가 안정적인 사모펀드 운용사임을 인증하는 필터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기금의 우려는 투자자의 책임 강화하는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로 비치면서 무시됐다.


2011년 등장한 한국형 헤지펀드

등록제 시행으로 2015년 19개였던 사모펀드 전문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217개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1위 자산운용사인 라임자산에서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에 비춰보면, 연기금의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던 셈이다.

2013년 발표한 개편방안에서 설정한 개인투자자의 최소투자한도는 5억원이었다.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감안해 일반투자자의 투자자제한 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제도 도입초기에는 최소투자금액 기준을 적용해 수적으로 접근하고 점진적으로 순자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가 최소 투자한도 규제가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반발했다. 시장에선 최소 투자한도가 도입되면 일반투자자의 접근이 제한돼 사모펀드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는소리까지 나왔다. 언론도 사모펀드를 키운다던 정부가 뒤통수를 쳤다며 금융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 때문인지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개인투자자 최소투자한도는 1억원(경영참여형 3억원)으로 낮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모펀드 설립 시 보고해야 하는 사항을 16개 항목에서 7개 항목으로 줄이고, 보고 주기도 분기에서 반기(자산 100억 이상)와 연간(자산 100억원 미만)으로 완화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 실장은 “사모펀드의 활성화는 필요했다”면서도 “사모펀드의 주요 세부내용을 보고하지 않는 등 투명성이 약한 게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전문 자산운용사 수는 크게 증가했다. 2015년 2조7500억원에 불과했던 한국형 헤지펀드의 순자산 규모도 34조5300억원으로 15배 가까이 늘어났다. 
문제는 사모펀드 시장이 양적 성장을 할 때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은 더 허술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2018년 ‘사모펀드 감독프로세스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사모펀드 감독시스템을 간소화했다.

사모펀드 점검표를 배포해 운용사가 사모펀드를 자율점검하고, 관련 내용을 사후 보고 시 첨부하도록 했다. 더불어 사후 보고서 전수심사를 폐지하고 보고서 중 일부를 표본 추출해 시장동향과 특이사항을 점검하는 형식으로 바꿨다. 인력 부족 등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였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와 허술한 관리·감독이 사모펀드의 일탈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인력 부족 탓에 허술해진 관리·감독

전문가들이 이제는 사모펀드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송홍선 실장은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과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며 “사후보고 강화 등을 통해 시장 성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시장 활성화만 노린 규제완화가 사모펀드 사태를 키웠다”며 “규제 완화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지지만 처벌 규정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진국 금융사가 국내 금융사보다 문제가 적은 이유는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이라며 “불법·편법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징벌적 과징금·시장 퇴출 등의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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