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 재무설계 中

운전자보험. 가격이 비싸지 않은 탓에 가입자 대부분은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은 보험에도 100세 만기·적립금 등 보험료만 늘리고 가입자에겐 불필요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 저렴한 보험도 한번 더 짚어 봐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40대 맞벌이 부부의 보험료를 손봤다.

운전자보험에도 불필요한 보장항목이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전자보험에도 불필요한 보장항목이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 부도로 직장을 잃으면서 소득이 반토막 난 윤상현(가명·49세)씨. 급한 마음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워낙 급여(월 110만원)가 적은 탓에 예전 같은 생활이 힘들어졌다. 자연히 윤씨는 아내 한영희(가명·45세)씨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직장 생활을 하는 한씨의 소득(월 220만원)이 상대적으로 윤씨보다 많아지면서 실질적인 가장의 위치가 뒤바뀌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윤씨는 집 밖에서나 안에서나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두 자녀(16·15세)를 보고 있을 때면 더 그랬다. 곧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를 위해서 학원을 늘리려고 했었는데, 그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한씨는 신경질이 났다. 남편과의 말다툼도 점점 늘어만 갔다.

그렇다고 재테크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애당초 모아둔 목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활비 대출자금(480만원·연이율 5.8%)은 원금을 갚지 못한 채 이자(월 3만원)만 내고 있다. 윤씨 부부는 지금부터라도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부부의 월소득은 총 33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안에서 최소한 100만원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불어날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다. 긴 상담 끝에 부부는 대출자금 상환→전세자금 확보→자녀들 사교육비→노후준비 순으로 재무목표를 세웠다. 워낙 소득이 적어 4가지 목표를 전부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목표대로 밀어붙이자”는 부부의 의지를 믿고 최대한 지출을 줄여보기로 했다.

이제 윤씨 가계부를 살펴보자. 부부는 소비성 지출 363만원, 비정기 지출 월평균 20만원, 금융성 상품 3만원 등 총 386만원을 쓰고 56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 상담에서 교회헌금(7만원), 통신비(11만원), 생활비(20만원) 등 38만원을 절감해 초과지출을 56만원에서 18만원으로 줄였지만 아직 허리띠를 한참 더 졸라매야 한다.

현재 윤씨 부부는 자녀들 학원비·교재비(64만원)의 대부분을 첫째에게 쓰고 있다. 둘째는 공부에 별 생각이 없고, 첫째가 공부 욕심이 많아 보내달라는 학원에 전부 등록해줬다고 한다. 재무상담에서 자녀의 교육비·양육비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지만, 소득의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교육비는 부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 좀 줄일 필요가 있었다.

윤씨 부부에게 자녀 교육비를 당분간 줄여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현재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외에 둘째까지 학원을 보내야 할 경우를 생각해 보라는 말도 건넸다. 다행히도 윤씨 부부가 흔쾌히 동의했다. 앞으로는 집중적으로 공부할 부분만 학원을 보내고 나머지는 TV 교육방송이나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학원비·교재비는 64만원에서 34만원으로 30만원 줄어들었다.

다음은 보험료(24만원)다. 한씨의 건강보험(6만원)과 운전자보험(4만원), 두 자녀 보험(14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윤씨는 용돈(20만원) 안에서 따로 실비보험료를 내고 있어 보험료 항목에 넣지 않았다. 한씨는 “예전에 보험설계사 일을 했었는데 보험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한씨의 운전자보험은 손볼 필요가 있었다. 환급시 적립금을 받기로 돼있는 윤씨의 운전자보험은 100세 만기다. 100세까지 운전할 일이 없을 텐데 굳이 그때까지 보험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100세 때 환급금을 받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였다.

요새 적지 않은 보험사가 교통사고시 합의금을 지원하는 운전자보험을 1만~2만원대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운전자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운전자보험에 추가 가입하려는 소비자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합의금 외에 별다른 보장항목이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윤씨에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해 운전자보험을 4만원에서 1만원으로 변경했다. 6만원짜리 건강보험도 적립금 1만원을 빼 5만원으로 줄였다. 따라서 보험료는 24만원에서 20만원으로 4만원 줄어들었다. 이번엔 아내 한씨의 도서 관련 비용(구매비 및 모임비 25만원)을 1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한씨는 재테크 관련 도서를 매주 사다 읽고, 느낀 점을 오프라인 모임에서 나누는 걸 즐긴다.

모임에서 서로 독서토론을 하는 것까진 좋다. 문제는 이 모임에서 식사나 술자리가 파생된다는 점이었다. 취미생활은 존중하지만 부부의 소득 수준을 생각하면 책값과 모임 회비에 25만원씩 쓰는 건 사치에 가까웠다. 마지막으로 한씨의 용돈도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였다. 윤씨는 용돈 안에서 통신비와 보험료를 내고 있어 줄일 수가 없었다. 아쉽게도 대출금(480만원)은 일단 그대로 둬야만 했다. 적금 3만원이 재테크의 전부인 윤씨 부부에게 원금을 한번에 갚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부는 다음 상담에서 조금씩이라도 원금을 갚아나갈 방법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윤씨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이번 상담에서 부부는 자녀 학원비·교재비(64만원→34만원·30만원), 보험료(24만원→20만원·4만원), 도서 구매비·모임비(25만원→10만원·15만원), 한씨 용돈(20만원→10만원·10만원) 등 59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상담 때 줄였던 금액(38만원)까지 더하면 총 97만원을 줄인 셈이다. 이에 따라 56만원 적자였던 부부 가계부도 41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워낙 소득(330만원)이 적은 탓이었을까. 여유자금을 100만원 이상 남기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낼 순 없었다. 그렇더라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재무설계의 기본은 주어진 금액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다. 윤씨 부부에게 맞는 재무 솔루션의 세세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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