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공동구매의 허와 실

# 경기침체의 늪이 더 깊어졌다. 코로나19란 돌발 악재까지 겹친 탓이다. 국내 증시는 꽁꽁 얼어붙었다. 14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11.5% 급락했다. 당연히 불확실성이 시장을 휘감았고, 부동산 시장도 함께 위축됐다.

# 이 때문인지 최근엔 듣도 보도 못한 ‘대체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와 음원 투자가 대표적이다. 좋아하는 그림이나 음악을 소유하고 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 흥미로운 점은 미술품과 음원에 투자하는 방식이 공동구매나 대리구매 형태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100만원짜리 그림을 100명이 쪼개 구입하고, 매매 시 수익을 나눠 갖는 식이다. 얼핏 큰돈이 들 것 같지 않아 이런 유형의 투자에 관심을 갖는 개미들이 숱하다.

# 하지만 새로운 투자 형태인 만큼 리스크도 따져봐야 한다. 수익률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고,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환금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술품 공동구매의 경우엔 ‘적법성 논란’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와 음원 투자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미술품 투자와 음원 투자가 새로운 투자처로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액을 투자해 미술품을 공동구매한 후 재판매해 수익을 내는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적은 돈으로 유명화가의 그림을 소장할 수 있는 데다 짭짤한 수익도 올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미술품의 가격이 오를지 장담할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물며 적법한 투자가 아니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단돈 1만원만 있으면 유명 화가의 작품이 내 것이 된다.” 미술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미술품에 관심이 없더라도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거래되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혹할 만하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최근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는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8일 핀테크 업체 핀크와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투게더가 진행한 앤디 워홀의 ‘LOVE 311’ 공동구매는 시작 10분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총 2227만원을 모집하는 데 100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아트파이낸스라고 불리는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가 새로운 대체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술품 공동구매의 구조는 간단하다. 한 작품을 지분 형태로 쪼개서 여러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차후 재판매를 통해 올린 수익을 나눠 갖는다. 1000만원짜리 그림을 1000개의 지분으로 나눈 후 1000명의 투자자에게 1만원에 판매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투자자가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두가지다. 적은 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소유한다는 만족감과 재판매 시 올릴 수 있는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다. 유명 미술품의 경우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관심 때문인지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도 부쩍 늘었다. 저마다 연 수십 퍼센트에서 수백 퍼센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몇몇 업체는 공동구매로 매입한 미술품의 지분을 개인끼리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피카소와 같은 유명 화가의 작품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가 많다는 걸 떠올리면 매력적인 투자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투자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다.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미술품의 적정 가격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미술품 가격은 작가 명성, 작품 인기, 구매자 취향, 이전 소유자, 주제, 시대적 유행, 미술품 시장의 경기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미술품이라고 가격이 무조건 오르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국내외 경기침체 등으로 미술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미술품 시장의 거래규모는 2017년 4942억원에서 2018년 4482억원으로 1년 만에 9.3% 감소했다. 2014년(3496억원) 이후 4년 동안 이어진 성장세가 꺾인 셈이다. 위험요인은 또 있다. 투자한 미술품을 되파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재판매가 되지 않으면 투자한 돈이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인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미술품도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은 맞지만 작품의 창작시기, 희소성, 완성도, 전시 이력 등 매우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작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일도 있고, 재판매에 애를 먹는 경우도 숱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품 시장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미술품 투자의 리스크는 생각보다 크다”고 꼬집었다.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방식이 적법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관련 업체들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활용해 투자자금을 모은 뒤 미술품 거래를 통해 남긴 수익을 돌려준다. 하지만 이 업체들은 금융투자업체가 아니다. 사고라도 터지면 투자자가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미술품을 쪼개서 파는 플랫폼을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기의 위험성도 높다. 투자자가 산 미술품의 지분이 증권인지 소유권인지도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사고가 났을 때 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투자자금을 모집하고 수익을 내는 투자의 일종이라면 금융당국에 신고나 등록을 해야 하지만 등록된 업체는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을 통해 미술품에 투자한 투자자는 금융소비자로 분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주목받는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

금융당국의 의견도 비슷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투자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수익률을 제시하는 등 투자 영업이 이뤄지고 있으면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기업은 관련 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비슷한 문의가 있어 불법금융 대응반을 통해 살펴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홍기훈 교수는 머지않아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아직은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의 규모가 작고 이렇다 할 사고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잠잠한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의 도산, 사기 등의 사고가 터지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품 투자는 미술에 관심이 있는 고액의 자산가가 아니라면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할 만한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개인은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펀드 등 금융 상품을 통해 접근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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