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황금노선과 부동산
시세는 정책에 따라 오락가락

지하철이 없던 동네에 지하철이 생겼다. 단박에 부동산 가격이 뛰어오를 만한 일이 생긴 거다. 정말일까. 가격을 살펴봤더니 개통 시점 1년 뒤에야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하철보다 아파트 가격을 띄운 뭔가가 있었다는 건데, 그건 ‘투기 자금’이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우이신설선을 중심으로 지하철 황금노선과 부동산 시세를 분석해 봤다. 

우이신설선이 개통된 직후에도 정릉동 일대에서는 큰 가격 변화가 없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우이신설선이 개통된 직후에도 정릉동 일대에서는 큰 가격 변화가 없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17년 9월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운전자 없는 경전철’이 출발했다. 2량짜리 작은 경전철은 신설동에서 성북구를 지나 강북구 우이동으로 이어졌다. 2009년 착공을 시작한 지 8년 만이었다. 경전철 우이신설선의 개통으로 지하철이 없던 동네에 역세권이 생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호재’를 운운했다. 우이신설선은 정말 부동산 가격을 건드렸을까.

우이신설선에는 총 13개 역이 있다.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우이신설선 이전에도 지하철이 있었던 신설동역(지하철 1ㆍ2호선), 보문역(지하철 6호선), 성신여대역(지하철 4호선)은 제외했다. 기준은 서울시가 2차 역세권으로 설정한 ‘반경 500m’로 잡았다. 아파트 정문 혹은 후문 등 입구를 기준으로 역에서 500m 이내에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정릉역이 18개로 가장 많았다. 두번째로 단지가 많은 곳은 돈암역ㆍ가오리역으로 5개였고 그 뒤는 보문역(4개), 솔샘역ㆍ솔밭공원역(3개) 등이었다.

자, 이제 전체 그림을 살펴보자. 언급했듯 2009년 착공에 들어간 우이신설선은 2016년 8월 시공사의 자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사업이 재개돼 2017년 9월에야 운행을 시작했다. 교통 호재가 영향을 미쳤다면 공사중단과 개통 시점에서 가격이 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단지가 가장 많은 정릉역 일대부터 확인해봤다. 정릉 우성아파트 전용면적 84.99㎡ 중층(5~10층)의 가격 변화를 확인해봤다. 2016년 4월엔 3억5900만원(9층), 6월엔 3억5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두달 후인 8월 공사가 일시 중단된 후에도 가격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3억7500만원(9층), 11월 3억7700만원(7층)에 거래됐다. 2017년 7월, 우이신설선이 개통되기 약 1개월 전에는 3억8900만원(5층)으로 실거래가 이뤄졌다. 개통 후에는 3억8000만원(2018년 1월ㆍ7층), 3억9300만원(2018년 4월ㆍ7층)을 기록했다. 2016년 개통 전부터 2017년 개통, 2018년까지 2년여간 5000만원 내에서 가격이 움직였다는 얘기다.

그럼 교통 호재로 가격이 올랐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2017년 9월 우이신설선이 개통된 이후 2020년 5월 현재까지의 가격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개통 후 시점부터 지금까지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새로운 교통 호재가 없었으니 가격 상승폭이 5000만원보다 낮았을까. 


2018년 상반기 3억8000만원대에 거래되던 정릉 우성 아파트는 8월 4억원(9층)을 넘겼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2월엔 4억7000만원(8층)에 거래되기도 했다. 2019년 내내 4억5000만~4억6000만원 수준으로 거래되던 아파트는 2020년 2월 5억2400만원으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20 16년부터 2018년까지 5000만여 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셈이다. 

정릉 우성 아파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환승역인 3개 역(신설동역ㆍ보문역ㆍ성신여대입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우이신설선 10개 역은 모두 강북구(8개)와 성북구(2개)에 걸쳐져 있다. KB부동산 리브온 자료를 바탕으로 강북ㆍ성북구와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평당 매매가의 변동률을 확인해봤다. 기간은 2017년 5월부터 2020년 4월까지로 잡았다.

자료에 따르면 우이신설선이 관통하는 지역과 서울시 전체의 상승률이 유난히 높았던 시기는 2018년 8~10월이다. 특히 우이신설선 역이 가장 많이 있는 강북구의 상승폭이 컸다. 이 지역의 가격이 2016~2018년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 호재(지하철 개통)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가 있었다는 거다. 그건 시장 흐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강북ㆍ성북구의 매매가 변동률이 크게 상승한 시점은 투기성 자금이 몰린 직후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규제를 발표한 시점과 맞물린다. 2018년 9ㆍ13대책이 발표됐을 때 매매가 변동률은 8%대(강북구)까지 치솟았지만 정책 발표 이후에도 5%, 2%대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서울 전체 거래가 줄어들며 2019년 상반기 내내 강북ㆍ성북구 역시 조용한 안정세를 띠었다. 그러다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매매가 변동률이 다시 꿈틀했다. 

부동산 규제책ㆍ코로나19 등이 맞물리면서 강남 권역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자, 반대급부로 강남 외 지역의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강북구도 그중 한곳이었다. 지하철 등 교통 호재로 가격이 꿈틀댄 게 아니라 ‘투기 자금’이 이동하면서 부동산을 끓인 셈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강남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며 2020년 1~4월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안정세를 보였다. 4월에는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강북ㆍ성북구는 오히려 짧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어디서 온 돈들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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