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편의점과 알뜰폰이 만났을 때
알뜰 편의점과 알뜰폰이 만났을 때
  • 심지영 기자
  • 호수 398
  • 승인 2020.07.27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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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뜰폰 중간 성적표

편의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시대다. 편의점은 알뜰폰 사업자와 손잡고 유심 판매뿐만 아니라 전용 요금제도 내놓고 있다. 기존 이통3사(SKT·KT·LG U+) 요금제에 비하면 반값으로 저렴한 데다, 대리점보다 접근성도 좋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편의점 입점을 원하는 이유다. 하지만 편의점이라는 강력한 오프라인 거점을 얻었음에도 알뜰폰 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편의점 알뜰폰의 중간 성적표를 분석했다.  

편의점 업계가 각종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 업계가 각종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민영(가명)씨는 최근 지인을 통해 신형 스마트폰 공기기를 구매했다. 그는 기기를 받자마자 사용하려고 했지만 어느 이통사에서 개통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싶었지만 6만~7만원이라는 요금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뜰폰(가상이동통신망·MVNO)을 알아보던 그는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방법은 너무도 간단했다. 편의점에서 유심을 구입한 다음 홈페이지에 접속해 요금제를 고르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끝이었다. 그는 “신청서를 제출하자 대기할 필요도 없었다”면서 “유심 구입 후 개통하기까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휴대전화 ‘유심칩’을 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다수 편의점 업체가 알뜰폰 사업자의 유심을 판매하고 있어서다. 일부 편의점 업체들은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파격적인 가격의 전용 요금제도 출시한다. 최근 GS25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무제한 반값 요금제를 출시해 화제가 됐다. 매일 데이터 5GB에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 ‘데이터·통화 마음껏 Pro’의 요금은 월 3만9740원이다. 기존 이통3사의 비슷한 요금제가 최소 6만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값’이 맞다. 

GS25는 U+알뜰모바일 미디어로그와 제휴를 맺고 2017년부터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해 왔다. GS25 측은 “6월 기준 GS25 요금제 가입자가 15만명에 달한다”며 “광고를 크게 하지 않아도 알뜰한 소비자들이 직접 요금제를 찾는다”고 말했다. CU도 자체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 3월에는 LG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과 손잡고 CU안심 유심 요금제를 내놨다. 월 3만3000원만 내면 데이터 11GB에 음성통화·문자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제휴카드 할인을 적용하면 월 결제금액은 1만3000원대로 더욱 낮아진다. CU 측은 “데이터를 유독 많이 쓰는 소비자나 주부·청소년 등 비싼 요금제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는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 3사 인스코비(FreeT)·에넥스텔레콤(A모바일)·에스원(안심모바일)과 제휴를 맺고 20여개 이상의 전용 요금제를 갖췄다. 이중엔 편의점 업계 최저가인 월 3300원(음성 50분·데이터 500MB) 요금제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요금제를 갖춘 덕분인지 이마트24의 1~6월 알뜰폰 유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8.1%나 증가했다.

미니스톱은 인스코비와 손잡고 월 9900원부터 시작하는 ‘미니 요금제’를 제공한다. 세븐일레븐은 전용 요금제는 없지만 KT엠모바일 등의 유심을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이전보다 편의점서 알뜰폰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편의점마다 가성비를 내세운 요금제를 선보이는 게 수요가 늘어난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사업자는 기존 통신망 사업자의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래 있는 망을 가져오니 네트워크 투자비용이 없고, 마케팅 비용도 적어 저렴하다. 기존 이통사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면 기기 할부금 포함 요금은 10만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가성비를 추구하거나 재테크에 관심 있는 소비자 사이에선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다. 이마트24 측은 “월 3300원, 6900원 요금제 등 최저가 요금제에 반응이 좋다”며 “요금제 종류가 다양해 개인의 사용 패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전용 요금제 내는 편의점

그렇다면 편의점 업체가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모객효과를 노릴 수 있다. 소비자는 원하는 요금제 가입을 위해 특정 브랜드의 편의점을 방문하게 된다. 고정적인 소비자를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셈이다. GS25 관계자는 “유심을 사러온 소비자가 다른 제품까지 구매하는 효과도 있다”며 “유심 판매 매장도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이유는 생활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CU 관계자는 “편의점은 테스트베드로 쓰일 만큼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해외에서 프리페이드(선불) 유심 판매가 활발하듯 국내 편의점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이유는 유심 판매 수익이다. 유심의 개당 가격은 7000~8000원대로 높진 않지만 새로운 수익원임에 틀림없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편의점을 택한 이유는 뚜렷하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아서다. 대리점이 없는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오프라인 판매처는 이통사 판매점, 우체국 등에 그친다. 이통사 판매점에선 기존 3사와 함께 취급되다 보니 알뜰폰은 뒷전이기 일쑤다. 우체국엔 약 11개 사업자가 입점해 있어 포화 상태나 다름없다.

우체국마다 판매량 편차가 심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반면 편의점은 전국 방방곡곡에 있어 대리점 역할을 대신할뿐더러 그 자체로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창직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편의점에 입점하길 원하는 알뜰폰 사업자가 많다”며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 조금이라도 판매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은 ‘참지 않는’ 소비자의 니즈도 충족해 준다. 유심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직접 요금제를 선택하고 세부 사항을 설정하는 ‘셀프 개통’으로 10~20분 만에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 구입한 휴대전화를 당장 쓰고 싶은 소비자들은 유심을 배송 받는 대신 편의점에서 사는 걸 선호한다”며 “온라인으로 가입하고 편의점에서 유심을 픽업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편의점도 알뜰폰을 살리는 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체들은 전년 대비 유심 판매량이 늘었다고 입을 모으지만, 알뜰폰 전체 가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800만명대 선이던 월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700만명대(795만명)로 떨어졌고, 지난 5월엔 735만명으로 줄었다. 알뜰폰 사업체의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는 많은 데 그중 가입자가 늘어난 곳은 소수”라며 “편의점 판매량 증가만으론 가입자 감소분을 상쇄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편의점이 알뜰폰 판매에 나선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편의점 업계가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처음 편의점서 알뜰폰 판매를 시작했을 땐 저렴한 요금과 다양한 옵션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한 편의점 점주는 “알뜰폰 판매 자체는 오래전에 시작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해 사업을 중간에 접었다 다시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알뜰폰 가입자

편의점이 판매처로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의 알뜰폰 사업자 관계자는 “무작위로 들어간 편의점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 않거나, 있어도 매대에 내놓지 않아 찾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며 “편의점에서 다양한 알뜰폰 요금제를 판매한다는 걸 모르는 소비자도 여전히 많다”고 토로했다. 편의점과 알뜰폰 사업자의 만남이 눈에 띄는 결실로 이어지진 않았단 얘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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