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에 군침 흘린 기업들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결합상품에 할인혜택을 제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낼지는 미지수다. 탄탄한 자본을 갖춘 대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졌다가 실패한 곳이 알뜰폰 시장이라서다. KT스카이라이프가 KT의 자회사란 점도 달갑지 않다. 애초 알뜰폰이 대기업 이통사의 독과점을 깨라고 도입한 정책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알뜰폰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많은 기업들이 알뜰폰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사진=연합뉴스]
많은 기업들이 알뜰폰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위성방송기업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알뜰폰 사업을 위한 TF팀을 조직하고 방향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KT스카이라이프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핵심 경영지표인 가입자 수가 감소세다. 2018년 427만명, 2019년 418만명, 올해 3월엔 415만명으로 감소했다. 

당연히 실적도 나쁘다. 2017년 7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8년과 지난해 모두 700억원을 밑돌았다. 전망도 밝지 않다. 위성방송 사업자의 입지는 시장에서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인터넷TV(IPTV)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넷플릭스ㆍ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의 공세도 거세다.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 사업 진출을 통해 노리는 건 ‘결합상품 록인(Lock-in) 효과’다. 이통3사의 IPTV 서비스가 쏠쏠한 효과를 봤던 그 비즈니스 모델이다. 유료방송 서비스에만 가입한 고객은 타사 서비스로 옮기는 게 쉽다. 하지만 이 고객이 이동통신ㆍ유료방송ㆍ초고속인터넷 등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에 가입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사로 옮길 경우 패키지 상품 가입에 따른 각종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없어서다. 알뜰폰 사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할인 혜택을 키우고, 위성방송 고객을 효과적으로 묶겠다는 게 KT스카이라이프의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제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알뜰폰 사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려다가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홈플러스ㆍ이마트 등 유통공룡도 큰코다쳤다. 이들은 2013년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 회복을 위해 알뜰폰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망도 밝았다. 단말기 수급, 유통 판로 등을 이미 매장 내에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사보다 낮은 요금제를 운영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동원했다. 

이마트의 경우, 상품 구매액에 따라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매력적인 연계 혜택도 담았다. 하지만 두 회사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사업을 철수했다. 가입자 수 10만명을 유치하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알뜰폰과 위성방송의 결합

최근의 사례로는 KB국민은행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출시했다. 정부가 공을 들이는 혁신금융서비스 1호 상품으로도 선정됐던 만큼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알뜰폰 사업자로는 최초로 5G 요금제를 선보였다. KB금융그룹 계열의 금융상품을 많이 쓸수록 휴대전화 요금이 할인되는 혜택 역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과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리브엠은 올해 4월 가입자 5만명을 돌파한 뒤 현재 6만50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이 ‘연내 가입자 100만명’을 목표로 내세웠던 걸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새 먹거리 사업으로의 알뜰폰의 성과는 왜 신통치 않을까. 이는 알뜰폰의 시장 경쟁력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756만3580명이다. 지난해 4월 810만2482명을 기록한 뒤 매월 감소세다.

2018년 7월 이후 12% 수준을 유지해온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6월 11%대로 떨어졌고, 올해 3월(10.9%)엔 11%선도 무너졌다. 알뜰폰 점유율이 10%대까지 떨어진 건 2016년 10월 이후 41개월 만이다. 두 자릿수 점유율이 무너지는 것도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알뜰폰의 부진의 원인으로는 ‘5G 서비스 대응 실패’가 꼽힌다. 알뜰폰의 5G 가입자 수는 754명뿐이지만, 이통3사의 5G 가입자 수는 588만423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국내 이동통신시장 경쟁력의 근본인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게 진짜 이유라는 지적도 많다. 

요금이 파격적으로 낮은 것도 아닌 데다, AS 등에선 이통3사를 따라잡기 어려워서다. 알뜰폰은 유통 마진을 줄여 요금을 할인하기 때문에 대다수 사업자가 대리점은 물론 고객센터도 두지 않는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요금만 보고 알뜰폰으로 넘어왔다가 다시 이통3사로 되돌아가는 고객이 최근 부쩍 늘었다”면서 “이통3사의 경우 주변에 직영 대리점도 많고 고객센터 연결도 원활하지만 알뜰폰은 이런 서비스가 부족하다 보니 답답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물론 KT스카이라이프의 진출이 침체된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고, 본업인 위성방송의 점유율도 끌어올릴 묘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정책 사업의 일환이었던 알뜰폰의 도입 목적을 떠올려보자. 경쟁력을 갖춘 콘텐트와 서비스로 무장한 업체가 고가의 요금제로만 소비자를 홀리는 이통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라는 거였다. 알뜰폰 사업자는 좀더 저렴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엿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현재 이통3사가 거느리고 있는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35.0%를 넘는다. KT스카이라이프의 모회사 역시 KT다. 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 진출기가 성공하더라도 이통3사의 알뜰폰 시장 지배력만 더 높아질 거란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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