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맛있게 매운 성장기

한국인의 ‘소울푸드’ 떡볶이가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 편의점에선 즉석에서 조리한 떡볶이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일본에선 현지 유튜버의 ‘떡볶이 먹방’이 1000만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한국 음식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떡볶이는 이번에야말로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편의점 GS25는 2020년 11월 11일 베트남 현지에서 ‘떡볶이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사진=GS리테일 제공]
편의점 GS25는 2020년 11월 11일 베트남 현지에서 ‘떡볶이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사진=GS리테일 제공]

우리의 소울푸드라고 해외에서 먹히리란 보장은 없다. 떡볶이가 대표적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떡의 쫀득한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국가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떡볶이의 매운맛도 수출 장벽으로 꼽혔다. 그런데 최근 떡볶이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떡볶이 붐’이 일어난 곳 중 하나는 베트남이다. 여기에 진출한 편의점 GS25(GS리테일)는 2020년 11월 11일을 ‘떡볶이의 날’로 정하고 현지 매장에서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농림축산식품부ㆍ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협업한 행사로, 떡볶이 구매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떡볶이 인지도 확산을 꾀했다. 베트남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 건 현지에서 떡볶이의 인기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GS25가 베트남 내 편의점 83곳에 조리대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떡볶이를 만들어 판매할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2017년 베트남 진출 이후 다양한 즉석식품을 테스트로 판매해왔다”면서 “그중 떡볶이의 반응이 가장 좋아 현장에서 구입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떡볶이의 인기가 뜨겁다. 떡볶이 HMR(Home Meal Replacement) 브랜드 요뽀끼를 판매하는 업체 영풍을 통해 ‘떡볶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영풍은 일본을 필두로 전세계 80개국에 떡볶이를 수출하고 있는데,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액(1000만 달러ㆍ약 10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두배가량 증가한 액수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일본 내에서 떡볶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여파가 홍콩ㆍ대만 등 다른 중화권 국가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아시아 국가에서만 떡볶이를 찾은 건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떡볶이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가 프랑스에 수출한 떡볶이 금액도 2016년 6만 달러(약 6500만원)에서 2020년 11월 현재 13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이하 누적)로 2배 이상이 됐다. 특히 10~30대 젊은 여성층이 떡볶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1000만뷰 기록한 떡볶이 먹방 

이처럼 각국에서 떡볶이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체 떡볶이 수출량과 수출액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1만1067톤(t)이던 떡볶이 수출량은 올해 1만5406t으로 39.2%나 증가했다. 2009년 총 떡볶이 수출량이 778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올해 11월까지 떡볶이의 누적 수출액도 4846만 달러(약 527억원)로 전년(3431만 달러ㆍ373억원) 대비 41.2% 늘어났다. 

흥미로운 점은 ‘떡볶이의 세계화’ 열풍이 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첫번째 떡볶이의 세계화 열풍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한식재단(현 한식진흥원)을 설립하고 “김치ㆍ비빔밥ㆍ막걸리와 함께 떡볶이를 세계화하겠다”고 밝혔다. 떡볶이 분야에 5년간 14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떡볶이의 세계화는 사실상 실패했다. 언급한 것처럼 떡의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해외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게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 떡볶이의 세계화가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도 부메랑으로 날아왔다. 당시 여러 전문가들이 “한식의 세계화는 예산만 쏟아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입을 모았던 이유다. 

그렇다면 11년이 흐른 지금은 뭐가 다를까. 무엇보다 떡볶이의 세계화를 이끄는 주체가 ‘관官’에서 현지 소비자로 바뀌었다. 일본에서 떡볶이 열풍에 불을 붙인 건 현지 유튜버다. ‘먹방’ 유튜버인 기노시타 유우카(Yuka Kinoshita)가 자신의 채널에 올린 떡볶이 먹방 영상(2018년)은 조회수가 1174만뷰에 달했다. 떡볶이 수출업체 관계자는 “일본에서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떡볶이 먹방’ 등이 인기를 끌면서 떡볶이 수요가 늘었다”면서 “K팝, K드라마, K영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음식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 된다”고 말했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한국 음식으로 옮겨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K팝, K드라마, K영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한국 음식으로 옮겨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K팝’ 스타는 떡볶이 세계화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BTS 멤버 지민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지민이 동대문의 한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는 사진이 전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BTS 지민이 먹는 빨간 음식’이 무엇인지 수소문하는 게시물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는 떡볶이가 세계인의 관심을 끈 기폭제가 됐다. 

이경희 경희대(외식경영학)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따라 하고자 하는 심리가 식문화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음식 문화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에서 음식으로…

흥미로운 점은 떡볶이에 ‘자발적’으로 손을 뻗는 소비자가 늘면서 떡볶이의 단점으로 꼽히던 ‘식감’의 장벽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거다. 떡볶이 수출업체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식감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단점을 상쇄할 수 있도록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소스 등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떡볶이의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긍정적 전망이 일단 많다. 떡볶이가 ‘문화’의 등에 올라탔다는 점 때문이다. 이경희 교수는 “마늘과 고춧가루 등 자극적 냄새와 맛 때문에 외면받던 김치가 세계적 음식이 된 데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계기가 됐다”면서 “김치에 비해 자극적인 향이나 맛이 덜한 떡볶이의 경우 세계 시장에 자리 잡을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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