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신재생 계획의 맹점 “여당 총선공약 탄소세는 또 없었다”
5차 신재생 계획의 맹점 “여당 총선공약 탄소세는 또 없었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423
  • 승인 2021.01.12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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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량 늘리기로는 한계
탄소중립 위한 전략도 없어

2020년 12월 29일 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를 위한 전략들을 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계에는 희소식이지만, 정작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집권여당이 21대 총선공약으로 내세웠던 탄소세는 이번에도 도입되지 않았다.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거다.[사진=뉴시스]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거다.[사진=뉴시스]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종 에너지(소비) 기준으로는 13.7%, 발전량(공급) 기준으로는 25.8%까지 끌어올린다. 또한 2034년까지 건물 분야에는 신재생에너지 345만6000TOE(석유환산톤), 산업 부문에는 620만2000TOE, 수송 부문에서는 129만3000TOE를 보급한다. 이를 통해 6900만tCO2의 온실가스를 줄일 예정이다. 2017년(1460만tCO2)의 4.7배다.”

정부가 2020년 12월 29일 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하 5차 기본계획)을 통해 이런 목표를 밝혔다.[※참고 :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에 따라 10년 이상의 기간을 대상으로 5년마다 수립한다. 정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기본계획과 연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중장기 목표와 이행방안을 제시한다. 이번 5차 기본계획의 기간은 2020~2034년이다.] 

발전량 기준으로 볼 때 2014년 발표한 4차 기본계획의 목표가 ‘2014년 4.9%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1.6%로 끌어올리는 것(연평균 0.7%)’이었고, 이번엔 사실상 연평균 1.0%씩 늘리는 것이니(2014년 4.9%→2034년 25.8%)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빨라지는 셈이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혁신 전략도 내놨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5가지(보급ㆍ시장ㆍ수요ㆍ산업ㆍ인프라)다. 먼저 보급혁신 전략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주체 다변화, 보급 확대를 위한 인허가ㆍ규제 개선, 민간ㆍ공공투자 활성화 지원 등을 내걸었다. 그중에서도 풍력 보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이 눈에 띈다. 풍력 인허가 효율성을 재고하기 위해 풍력 인허가 통합기구인 ‘풍력 원스톱 숍(One-Stop Shop)’을 도입하고,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도 제정한다는 거다.

시장혁신 전략으로는 장기계약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시장 개편, RPS 의무비율 상향조정(현재 상한 10→40%),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체계 개편 등을 추진한다. 신재생에너지 수요를 늘리고, 태양광 중심의 시장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확대한다는 취지다.

수요혁신 측면에서는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RE100(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이행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기로 했다. RE100 참여 주체를 산단과 지자체, 일반 국민으로도 확대한다. 

산업혁신 전략은 신재생에너지원별 유망 분야의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가령, 초고효율 태양전지와 소재ㆍ부품ㆍ장비 개발, 초대형 풍력 터빈과 부품 국산화, 고효율ㆍ고온 수전해 기술개발과 중대형 추출수소 기술 상용화 등을 적극 지원한다는 거다. 수요처를 늘리기 위해 고효율ㆍ친환경제품 시장도 확대한다. 

인프라 혁신 전략으로 전력계통을 보강하고, 운영관리 체계를 정비한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만큼 시간대별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체계적인 예측ㆍ관리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두고 지역 주민이 반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사진=뉴시스]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두고 지역 주민이 반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사진=뉴시스]

종합해보면 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담긴 혁신 전략은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연히 정부 발표 이후 증시에선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이 꿈틀댔다. 태양광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 풍력 타워를 제조하는 씨에스윈드 등은 물론 조선업계(해상풍력 수혜)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문제는 정부의 5차 기본계획에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에너지 전환을 유도할 만한 중요한 장치들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탄소제로화’ 방안이 빠져 있다. 사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궁극적인 목적은 탄소배출량 감축이다.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비중을 줄이면 탄소배출량은 감소한다.

관건은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설비가 줄어들 수 있느냐다. 현행 시스템대로라면 그렇지 않다.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가 RPS 의무비율을 채우거나 REC를 구매해 할당량을 충당하면 더 이상 신재생에너지는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일종의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참고 : RPS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자(공급의무자)는 총 발전량의 일부를 반드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해야 하도록 한 제도다. RPS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모자라는 양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REC를 구입해서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비율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의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보다 신재생에너지원의 가격이 경제성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이에 따른 가격체계가 구축돼야 기업들의 RE100 참여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RPS 의무비율을 10%(현행)에서 40%로 높이겠다는 게 의미 없는 조치는 아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다.[※참고 : 더구나 탄소세 도입은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치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선진국의 2030년 목표 달성 기준만 봐도 우리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 특히 독일은 2030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50% 이상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2034년에도 고작 25.8%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할 기구(거버넌스)가 없다는 것도 에너지 전환을 막는 리스크다. 현재 상황에서 시장참여자의 노력만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건 쉽지 않다. 일례로 태양광 발전의 경우, 이익만 노린 업자들의 난개발에 지역 주민이 환경 훼손을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전 지역 분산형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익 공유도 필요하다”면서 “현재로썬 조정 기준조차 없어 갈등만 키우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이익공유 기준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갈등 조정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커지는 만큼 전반적인 업무를 맡을 컨트롤타워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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