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식비
배달음식 횟수 줄이고 식단 짜야

“한달에 식비로 얼마를 쓰시나요?” 쉬운 질문 같지만 쉽게 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배달음식이 인기를 끈 이후엔 이런 경향이 더 짙어졌다. 하지만 식비는 가계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확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40대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월 식비로 135만원을 쓰는 부부였다.

코로나19로 식비가 부쩍 늘어난 가정이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식비가 부쩍 늘어난 가정이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혜미(가명·40)씨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지난해 1년간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만 받았는데, 학교 진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몇개월 전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아이의 뜻에 따라 영어학원을 추가로 등록했지만 한씨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또래 친구들은 이미 1학년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닌 터라 실력 차가 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한씨는 속을 태웠다.

아이가 늦깎이로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건 한씨의 교육관 때문이기도 하다. 한때 한씨는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특별한 추억 없이 쳇바퀴 돌듯 학교·학원만 반복하는 삶을 아이에게 짊어지우기 싫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나둘씩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딸아이와 함께 놀 친구들도 사라졌다. 아이가 영어학원에 보내 달라 떼를 썼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쨌거나 자녀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고, 자녀는 친구들과 계속 만날 수 있게 됐으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셈이다.

문제는 한씨가 걱정해야 할 게 자녀교육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한씨는 자녀 영어학원에 한달에 29만원씩 쓰는데, 머지않아 수학학원(월 25만원)도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게 되면 순식간에 자녀 학원비로만 54만원을 써야 하니 한씨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소득도 분명치 않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 최익현(가명·43)씨의 월소득은 야근·특근을 할 때(월 500만원)와 그렇지 않을 때(월 400만원)의 편차가 무척 컸다. 한씨는 현재 프리랜서로 웹디자인 일(월평균 120만원)을 하면서 소소하게 돈을 벌고 있는데, 일거리가 없는 기간도 종종 있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한씨는 프리랜서 일을 접고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 복직할 생각이 전혀 없다.  쉬는 동안 몸 상태가 많이 나빠졌고, 아이를 키우는 데 익숙해져서인지 디자인 회사를 다닐 때처럼 밤낮없이 야근할 자신감도 약해졌다. 하지만 점점 써야 할 돈은 늘어가는데 자신의 아르바이트 소득으론 감당하기 어려워지니 한씨의 스트레스는 점점 늘어만 갔다.

수입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어드는 탓에 계획성 있게 돈을 쓰기도 어려웠다. 한씨는 물론 남편의 회사도 상여금이나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다 보니 부부는 명절비나 휴가비 등 갑작스러운 지출이 발생할 때마다 신용카드를 찾았다. 할부금 액수는 줄어들 줄 몰랐고, 부부의 가계부가 적자가 나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이유로 한씨는 계획성 있는 재무목표를 세우기 위해 상담실을 찾았다.

부부가 필자에게 요청한 솔루션은 이렇다. 이른 시일 내에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고, 아내의 수입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충분한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아울러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빌라(시세 2억5000만원)에서 살고 있는 부부는 같은 동네가 아니라도 좋으니 아파트에서 꼭 살아보고 싶어 한다. 현재 잔액이 5500만원 남은 대출금을 모두 갚고 이사 준비까지 하려면 여윳돈이 꽤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감한 지출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단 얘기다.

사연을 충분히 들었으니 이젠 두사람의 가계부를 살펴보도록 하자. 월평균으로 계산한 부부의 월소득은 570만원. 남편이 450만원을 벌고 아내가 120만원을 번다. 정기 지출로는 공과금 9만원, 식비 135만원, 통신비 30만원, 주유비 30만원, 교육비 29만원, 대출 상환 21만원, 용돈 총 100만원, 반려견 비용 15만원, 보험료 64만원, 병원비 8만원, 신용카드 할부 58만원 등 499만원이다.

비정기 지출로는 명절·경조사비(연 250만원·이하 1년 기준), 각종 세금(50만원), 자동차 보험료(200만원), 의류비(250만원) 등 750만원이다. 월평균 62만원을 쓰는 셈이다. 부부가 가진 금융성 상품은 연금보험 10만원과 적금 30만원이 전부다. 이렇게 부부는 총 601만원을 쓰고 31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소득이 불분명한 탓일까. 지출이 과한 항목들이 눈에 띄었다. 3명이 생활하는 데 식비가 135만원이나 드는 건 분명 문제다. 한씨는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요리를 하는 게 귀찮다”고 말했다. 그래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가 적지 않았는데, 여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한씨에게 앞으로는 힘들더라도 꼭 식단을 짜고 요리를 해 식비를 아끼라고 주문했다. 남편에게도 야근이 있는 날이면 인근 식당에서 밥을 사먹지 말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부부는 135만원이었던 식비를 100만원까지 줄여보기로 했다. 2차 상담에서 필요한 경우 더 줄여볼 생각이다.

통신비(30만원)도 살짝 손을 봤다. 6개월 전 스마트폰을 바꾼 부부는 기기값을 할인받기 위해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었는데, 요금제를 바꿔도 문제가 없는데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둘 다 데이터가 남아돌고 있어 더 저렴한 요금제로 바꿨고, 이에 따라 30만원이었던 통신비는 24만원으로 6만원 줄었다.

가벼운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식비(35만원), 통신비(6만원)를 줄여 총 41만원을 절약했다. 따라서 31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는 10만원 흑자가 됐다. 물론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지출항목도 점검을 해야 부부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세한 방법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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