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맞벌이 부부 소득 괜찮지만
낭비 심한 지출 줄여야

여기 40대 맞벌이 부부가 있다. 둘 모두 중소기업에 다닌다. 그래서인지 소득이 남부럽지 않고, 저축 여력도 괜찮다. 그런데도 이 부부의 가계는 ‘적자’다. 유치원에 다니는 외아들에게 많은 돈을 쓰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식비·보험료 등 쓸데없이 지출하는 돈이 너무 많다. 1억원 가까운 대출금도 부담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40대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출 다이어트의 기본은 ‘식비’를 줄이는 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출 다이어트의 기본은 ‘식비’를 줄이는 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살배기 아들을 둔 최경희(가명·48)씨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일어나자마자 유치원에 가야 할 아이를 씻기랴 출근 시간을 제때 맞추랴 정신이 없어서다. 남편 김현수(가명·46)씨도 출근 준비 때문에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더구나 최씨의 출근시간이 꽤 이른 편이어서 자녀의 등교를 제대로 도와주는 게 쉽지 않았다.

2년 전, 부부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자마자 자녀의 유치원 등교를 도와줄 도우미를 구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퇴근 이후에도 아이를 돌보기 바쁘다. 아내보다 퇴근 시간이 조금 이른 김씨는 퇴근하자마자 유치원으로 가서 아이를 데려온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지만 늦은 나이에 결혼해 자녀를 얻은 부부는 “아이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부부의 일과가 아이와 함께 시작하고 끝나지만 두 사람이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이유다.

최근 부부는 아이를 위한 저축 계획도 세웠다.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자녀 이름으로 1억원을 모으겠다는 거다. 아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기죽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게 부부의 뜻이다.

하지만 지금 가계부 상태로는 도저히 저축여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부부는 나름대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어 자녀 자립을 위한 플랜을 세워봤지만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연금이나 부동산을 통해 노후대책을 세우는 건 언감생심이나 다름없었다. 부부는 이참에 재무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기로 결심하고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다.

필자가 보기에 김씨 부부는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부부의 월 소득은 740만원. 부부는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남편이 440만원을 벌고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소비성 지출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공과금 27만원, 식비 81만원, 배달음식 40만원, 정수기 렌털비 3만원, 교통비 48만원, 통신비 26만원, 부부 용돈 100만원, 대출 상환 70만원, 보험료 79만원, 자녀 교육비 48만원, 자녀 등하교비(도우미) 25만원, 잡비 1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40만원 등 총 597만원을 쓴다.

비정기 지출은 명절·경조사비(연 200만원·이하 1년 기준), 휴가비(100만원), 각종 세금(180만원), 자동차 보험료(190만원), 의류비(290만원) 등 960만원이다. 한달에 80만원씩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꽤 많다. 적금 총 60만원, 변액연금 10만원, 청약저축 총 20만원, 펀드 5만원 등 95만원에 달한다. 부부는 총 772만원을 지출하고 32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쌓인 적자는 이따금씩 받는 성과급으로 해결한다고 부부는 말했다. 약간의 적자가 있긴 했지만 부부에겐 큰 장점이 있었다.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점이다. 주택담보 대출(잔액 9000만원)을 끼고 사긴 했지만 66㎡(약 20평) 크기의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아내가 결혼 전 살았던 33㎡(약 10평)짜리 빌라도 갖고 있다. 결혼할 때 빌라를 팔려고 했지만 선뜻 구매하려는 이가 없어 전세를 줬다. 이밖에 펀드(1500만원), 만기가 거의 끝나가는 저축보험(1000만원), 예금(800만원) 등 모아놓은 돈도 꽤 많다. 적자가 나고 있다는 점을 빼면 부부의 재무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정년이 짧다는 건 아무래도 고민스럽다. 다른 상담자들과 다르게 부부가 저축에 꽤 신경을 쓰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부부가 세운 재무 목표는 크게 5가지다. 대출금 잔액 9000만원을 4년 안에 모두 갚는 것,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 자녀 교육비를 확보하는 것,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 비상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부분은 대출금 상환인데, 4년 만에 1억원에 달하는 돈을 갚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부부도 다른 상담자들처럼 대대적인 지출 조정이 필요했다.

일단 1차 상담에선 가볍게 줄일 수 있는 항목들만 살펴봤다. 먼저 월 40만원씩 쓰는 배달음식비와 식비(81만원)다. 두 항목을 합하면 부부는 한달에 먹는 비용으로만 121만원을 쓰는 셈이다. 남편 김씨의 회사는 복리후생 차원에서 식권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씨는 “밥맛이 별로”라는 이유로 직원들을 데리고 회사 밖에서 식사를 종종 한다. 부부는 퇴근 이후 식사는 무조건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이러니 식비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필자가 회사 일과 성장기 자녀의 육아를 동시에 하는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식비를 줄이는 건 지출 다이어트의 기본이다. 그런 맥락에서 남편에겐 가급적이면 회사 식권으로 점심을 해결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렇게 부부는 배달음식비를 4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식비를 81만원에서 61만원으로 줄였다. 총 50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32만원 적자를 보고 있던 가계부도 18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밖에도 김씨 부부의 가계부엔 줄일 수 있는 지출항목이 많다. 79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는 물론이고 100만원이나 쓰는 용돈도 다이어트 대상이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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