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은 코스피에 집중
대부분 상장일 종가보다 하락
인기 대비 성적은 글쎄…

공모주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잘 골라잡기만 하면 주식을 산 지 고작 하루 이틀 만에 2~3배의 수익을 거뜬히 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공모주를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수백 혹은 수천대 1의 청약경쟁률은 기본이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공모주들의 성적표는 과연 어땠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인기 공모주 10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했다. 

상장 당일 상한가를 찍은 공모주 중에 현재 주가가 더 오른 기업은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상장 당일 상한가를 찍은 공모주 중에 현재 주가가 더 오른 기업은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지난 3월 9~10일 주식시장 상장일(18일)을 받아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모주 청약’을 시작했다. 예상했듯 시중의 돈이 몰려들었다.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335대 1, 첩첩이 쌓인 청약증거금은 63조6198억원이었다.

청약 건수가 239만8167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6만5000원짜리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의 1인 평균 청약증거금이 주당 2653만여원(총 청약증거금÷청약 건수)에 달했다는 얘기다.[※참고 : 올해부터는 공모주 균등 배분 방식이 도입돼 소액 청약자도 최소 청약증거금을 내면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 종전에는 청약증거금 액수에 비례해 공모주를 배정했다. 새로운 배분 방식 덕분에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는 최소 청약증거금(32만6000원)만 낸 이들도 공모주를 1주씩을 배정받았다. 다만 청약경쟁률이 너무 높으면 균등 배분 방식을 해도 ‘최소 1주’는 배정되지 않는다.]

사실 공모주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 고르기만 하면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시초가가 상한가 기록ㆍ공모가의 2.6배 상승)’은 기본이고, ‘따상상(공모가의 3.38배 상승)’까지 노릴 수 있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는 이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1주의 시초가는 13만원이었다. 장을 시작할 때부터 가격(공모가 6만5000원)이 두배로 뛴 셈이었다. 상장 당일의 종가는 16만9000원을 기록했다. 따상이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주의 초반 기세는 쉽게 꺾인다’는 또다른 속설도 입증했다. 따상을 찍은 다음날부터 주가가 계속 하락하더니 지난 3월 31일(이하 동일 기준) 현재 12만5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여전히 공모가보단 높은 수준이지만 초반 기세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공모주들의 성적은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는 먼저 지난해 상장한 종목 가운데, 청약증거금 상위 5개 종목과 청약경쟁률 상위 5개 종목을 추렸다.

청약증거금 상위 5개 종목은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 빅히트(58조4237억원), SK바이오팜(31조3112억원), 명신산업(7조183억원), 교촌에프앤비(4조7024억원)다. 청약경쟁률 상위 5개 종목은 이루다(3039대 1), 영림원소프트랩(2493대 1), 한국파마(2035대 1), 포인트모바일(1843대 1), 하나기술(1802대 1)이다. 이들 10개 종목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10곳 중 상장일 종가 대비 현재 주가가 오른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상장 후 ‘따상’을 실현한 5개 종목(카카오게임즈ㆍSK바이오팜ㆍ명신산업ㆍ교촌에프앤비ㆍ하나기술)의 성적표도 평범했다. 이중 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가 오른 곳은 명신산업(50.9%)이 유일했다.

시초가 대비 주가가 오른 종목도 3곳(명신산업 96.2%ㆍ카카오게임즈 9.2%ㆍSK바이오팜 5.1%)에 불과했다.[※참고 : 상한가의 마지노선인 30% 수익률에는 못 미치지만 29.9%의 수익률을 냈으면 사실상 상한가로 분류했다.] 

청약증거금 톱5 성적표 = 청약증거금이 많이 몰린 기업에는 공모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났다. 5개 기업 중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한 4곳이 코스피에 상장했고, 빅히트를 제외한 4곳이 따상을 찍었다. 쉽게 말해 청약증거금이 많이 몰리는 코스피 기업이 따상을 찍을 확률이 높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장일 종가 대비 현재 주가가 오른 곳은 명신산업과 따상을 찍지 못한 빅히트뿐이었다. 유일하게 시초가 및 상장일 종가 대비 현재 주가가 높았던 명신산업의 경우, 공교롭게도 공모가가 65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청약증거금 58조5543억원이 몰리면서 1524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가는 2만4000원이었다. 시초가는 4만8000원이었고, 상장 당일 종가는 6만2400원이었다. ‘따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떨어져 현재 5만2400원을 기록했다. 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16.0%다.

공모주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익이 그만큼 있다고 해야 할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공모주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익이 그만큼 있다고 해야 할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방탄소년단으로 유명한 빅히트 공모주는 60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높은 공모가 탓인지 ‘따상’에는 실패했다. 시초가는 25만3000원으로 공모가(13만5000원)보다 1.87배 오르는 데 그쳤고, 당일 종가는 20만500원으로 오히려 시초가보다 떨어졌다. 현재 주가는 24만3000원으로 조금 올랐지만, 역시 시초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초여름 상장한 SK바이오팜도 ‘따상’은 무난히 달성했다. 4만9000원이던 공모가는 9만8000원으로 출발했고, 당일 종가는 2.59배 오른 12만700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에도 상한가(21만4500원)를 달성하면서 ‘따상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현재 10만3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엔 따상 가뭄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명신산업 역시 ‘따상’에는 문제가 없었다. 공모가(6500원)의 두배(1만3000원)로 시초가를 시작했고, 상장일 종가 역시 1만6900원을 기록했다. 상장 다음날에도 상한가는 아니지만 약 20% 주가가 상승했다. 현재 주가는 2만5500원이다. 시초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96.2%, 상장일 종가 대비로는 50.9%나 올랐다. 

교촌에프앤비 주가 역시 완전한 ‘따상’은 아니지만, 따상이나 다를 바 없는 시초가와 상승세로 상장 당일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 이후엔 주가가 떨어져 현재 1만80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41.8%다. 

청약경쟁률 톱5 성적표 = 청약경쟁률 톱5 기업들은 청약증거금 톱5 기업들과 달리 모두 코스닥에 속해 있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5곳 중 1곳(하나기술)만이 따상에 성공했다. 코스닥 기업들의 따상이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따상에 성공했다고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청약경쟁률 톱5 중 유일하게 ‘따상’에 성공한 하나기술의 공모가는 3만5000원이었고, 시초가는 7만원이었다. 상장일 종가는 9만1000원이었다. 따상을 기반으로 한때 주당 15만원대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뒷심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현재 주가는 5만6700원으로 상장일 종가(9만1000원)보다 37.7% 떨어졌다. 이루다와 영림원소프트랩은 각각 3039대 1, 249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따상은커녕 상장일 종가가 시초가에도 못 미쳤다.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현재 주가는 상장일 종가보다 각각 38.5%, 3.7% 떨어졌다. 

받는 순간 하락 걱정

다만 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가 오른 곳도 있긴 하다. 한국파마와 포인트모바일 2곳인데, 따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들이다. 시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시사하는 사례다. 한국파마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이슈와 함께 한때 주가가 9만원대를 넘기기도 했다. 

3월 29일 현재 주가는 3만7550원이다. 포인트모바일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주가가 뛰었는데, 현재 주가는 5만900원이다. 따상, 따상상 등 공모주의 초반 기세가 향후 주가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잘 보여준다. 

자! 이제 종합해보자. 더스쿠프가 공모주 청약에 흥행한 10개 종목을 살펴본 결과, 몇가지 사실이 드러난다. 첫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주식시장에 입성한 공모주 대부분이 높은 주가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입성한 지 열흘이 채 안 돼 상장일 종가가 무너지고, 시초가마저 붕괴된 공모주도 많았다. 공모주에 태생적으로 거품이 껴 있다는 방증이다.

둘째, ‘공모주=따상’은 코스피 기업에 주로 적용되는 공식이라는 점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상장일에 상한가를 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따상을 기록했던 기업의 주가가 여전히 좋은 것도 아니다. 언급했듯 청약증거금 톱5에 속한 코스피 기업 중 명신산업을 제외하면 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 수익률이 형편없다. SK바이오팜 –18.9%, 교촌에프앤비는 –41.8%다. 

이처럼 공모주의 ‘따상’이나 ‘따상상’이 향후 투자가치를 보증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상이나 따상상으로 출발했다는 게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오를 만큼 오른 채 출발했기 때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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