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6월 국내 시총 변화 분석
시총 순위에 영향 미친 코로나19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기록한 카카오가 시가총액 순위 3위로 올라서는 등 국내 증시의 시총 순위가 출렁이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올해 1월에서 6월 사이의 시총 상위 50개 종목의 변화를 분석한 이유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주가 지수는 상승했지만 시총 50위 종목의 절반에 달하는 25개의 시총 순위가 하락했다. 이런 차이를 만든 건 역시나 코로나19와 백신이었다.

투자시장의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국내 증시 상장 종목의 시총 순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사진=뉴시스]
투자시장의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국내 증시 상장 종목의 시총 순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사진=뉴시스]

카카오가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 카카오의 주가는 연일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5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한 후 6월 23일까지 48거래일 동안 주가가 떨어진 날은 17일에 불과했다. 그사이 주가는 11만1600원에서 16만9500원으로 51.8% 상승했다.

카카오의 무서운 상승세는 국내 시가총액 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 1월 초 9위(35조208억원)였던 카카오의 시총 순위는 6월 14일 3위로 뛰어올랐다. 사상 첫 3위를 기록한 카카오의 이날 시총은 64조1478억원으로 네이버(63조5699억원·4위)보다 5779억원 많았다,


카카오의 상승세를 이끈 원동력은 ▲자회사 카카오뱅크의 올 하반기 증시 상장 ▲카카오커머스 흡수합병(9월 예정) ▲카카오 손해보험의 보험영업 예비허가 등의 호재다. 금융·유통으로 무한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 플랫폼의 성장성이 시총 증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상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무서운 기세로 시총을 불리는 사이 국내 증시의 시총 순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올 1월 4일부터 6월 22일까지 국내 시총 순위 1위부터 50위(코스피·코스닥 합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 종목의 시총 변화를 분석했다.

국내 주식시장 시총 1·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켜냈지만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다. 올해 초 8만300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6월 22일 8만원으로 하락했다.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메모리 가격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작용한 탓이었는데, 이는 SK하이닉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6월 22일 두 회사의 시총은 1월 초 대비 각각 17조9093억원(삼성전자), 2조9120억원(SK하이닉스) 감소했다. 시총 3·4위를 차지한 종목은 언급했듯 카카오와 네이버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시총 순위는 9위에서 3위로, 네이버의 시총 순위는 5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1월 초부터 6월 22일까지 시총 상위 50개 종목의 순위는 크게 출렁였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50개 종목 중 시총이 감소한 곳은 14개였다. 시총 상위 50개 종목 중 순위가 하락한 종목은 25개였고, 상승한 종목은 18개였다. 시총 순위가 변하지 않은 종목은 5개였다.[※참고: 나머지 종목 2개는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SK바이오사시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다. 두 회사는 상장과 동시에 시총 순위 50위권에 진입했다.]


올해 6개월 동안 시총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은 해운업체 HMM이다. 1월초 53위에서 6월 22일 27위로 반년 만에 26계단이 올라갔다. 이 기간 HMM의 시총은 5조4073억원에서 14조972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회복과 가파르게 상승한 해운운임의 덕을 톡톡히 봤다.

50개 중 절반은 시총 순위 하락

대한항공의 시총 순위도 급등했다. 대한항공의 시총 순위는 올 1월 65위에서 지난 22일 40위로 25계단 상승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산하면서 해외여행 정상화가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9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해외여행 시 자가 격리를 면제해 주는 ‘트래블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완화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대한항공의 시총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HMM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93억원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이밖에도 두산중공업(57위→39위)과 빅히트에서 사명을 바꾼 하이브(50위→31위)의 시총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두산중공업은 소형 원전 개발 기대감, 하이브는 BTS의 신곡이 4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시총 순위가 상승한 종목도 있다. 은행주가 대표적이다. KB금융의 시총은 지난 1월부터 6월 22일까지 5조5926억원 늘었고, 시총 순위는 20위에서 17위로 상승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시총은 KB금융보다 적은 4조7033억원의 증가했지만 순위는 24위에서 19위로 5계단이나 올랐다. 같은 기간 시총 순위가 32위에서 29위로 상승한 하나금융지주의 시총도 3조6479억원 증가했다. 금리인상 이슈가 은행주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코로나19 완화 기대감에 치료제와 백신 관련 종목의 시총은 크게 감소했다. 이는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총 순위를 통해 알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으로 올 1월 시총 6위를 지키고 있었던 셀트리온의 시총은 이후 9조536억원 감소했고, 순위도 9위로 3계단 내려앉았다.

셀트리온의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의 사정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총 순위는 16위에서 21위로 떨어졌다. 1월 시총 순위 38위였던 셀트리온제약은 58위로 낮아지면서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코로나19 백신 관련주인 SK바이오팜의 시총 순위는 28위에서 42위로 14위나 내려갔다.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곳은 신풍제약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으로 지난해 3월 18일 7800원에서 올 9월 18일 19만8000원으로 25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치료제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탔고, 지난 6월 22일 7만9800원으로 떨어졌다. 1월 초 주가인 12만2000원과 비교하면 34.5%(4만2200원)나 하락한 수치인데, 그사이 신풍제약의 시총 순위도 45위에서 79위로 34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완화 기대감과 금리인상 이슈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의 시총 순위가 상승했고, 그렇지 않은 종목의 시총 순위는 하락했다는 얘기다.

시총 순위 ‘훅’ 떨어진 제약·바이오

은성민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총 순위의 변화를 통해 투자자가 어떤 종목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이 확대하면서 코로나19 정상화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등 코로나19의 위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경기회복 기대감과 코로나19 우려가 엇갈리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도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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