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 왜 뜨겁나
거품 낀 공모주의 민낯
공모주 투자 열풍 괜찮나

# 기업공개(IPO) 시장이 뜨겁다. 공모주 투자에 성공하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상장한 공모주 22개 가운데 6개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시초가가 상한가 기록)을 달성했다.

3월 18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에 63조6198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이유다. 오죽하면 시장에선 공모주 투자에서 ‘따상’은 기본이고 ‘따상상(공모가의 3.38배 상승)’은 옵션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 하지만 IPO 성적표는 알고 보면 초라하다. 올해 공모를 실시한 24개 종목 중 상장일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11곳에 이른다. 상장일 82.3%를 기록했던 평균 수익률(공모가 대비 종가)은 3월 31일 기준 46.5%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시초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 수치는 상장일 5.91%, 3월 31일 기준 -13.4%로 주저앉는다. 공모주 시장이 빨리 시드는 꽃처럼 너무도 빨리 식어버렸다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거품이 잔뜩 낀 공모주 시장의 민낯을 살펴봤다.

공모주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공모주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시초가가 상한가 기록)’ ‘따상상(공모가의 3.38배 상승)’ 공모주 청약에만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공모주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도 많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24곳(스팩상장·재상장·이전상장 제외·3월 31일 기준)이다. 재상장·스펙상장·이전 상장 등을 모두 포함하면 올해 3월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32곳에 이른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치다(각 연도 1분기 기준). 공모에 나선 기업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공모청약 열기에서도 투자자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올해 IPO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 SK바이오사이언스(3월 18일 코스피 상장)의 공모주 청약에는 63조6198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금액 1조4910억원의 42배가 넘는 금액이다. 공모청약 경쟁률은 335.4대 1에 달했다.

공모주 투자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올해 신규 상장한 22개 종목의 상장일 종가 대비 공모가 평균 수익률은 87.6%를 기록했다. 100만원어치의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라면 상장 첫날 87만6000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거다.

공모주 시장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모주 시장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따상’에 성공한 종목도 24곳 중 6곳(27.2%)이었다. 대상을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배 이상 오른 종목으로 넓히면 9곳이 된다. 신규 상장기업 10개 중 4개는 상장 첫날 2배 이상의 수익(공모가 대비)을 올렸다는 얘기다.

공모주 시장이 불타는 또다른 이유는 넘쳐나는 유동성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65조52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7조3932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시점을 올 3월 26일로 잡아도 예탁금 규모는 63조5002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유동성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공모주 배정 방식에 불만을 토로한 일반투자자를 달래기 위해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 : 증시에 풀린 유동성은 공모주 청약으로 흘러들었다.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에 각각 58조5543억원, 58조4237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이유다. 하지만 청약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배정받는 공모주가 많은 비례배정 방식 탓에 일반투자자의 불만이 커졌다.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공모주의 50% 이상을 모든 청약자(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경우)에게 똑같이 배정하는 일반청약자 균등방식을 도입했다.]

뜨거운 공모주 시장

하지만 공모주 투자 열풍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열풍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IPO 시장은 경기의 흐름을 크게 받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국면과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IPO 시장이 활활 타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투자 위험성이 높은 IPO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공모주를 향한 관심이 되레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이후 증시에 참여한 개인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이례적인 투자열풍’이 공모주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뜨거운 공모주 시장과 달리 국내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월 19일 3107.62포인트를 끝으로 3100포인트를 밑돌고 있다. 3월 들어서는 3000포인트대 아래로 떨어지는 날도 4거래일을 기록했다. 공모주 시장과 달리 국내 증시의 활력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공모주 시장이 상장 이슈가 끝나면 빠르게 식어버리는 단기투자시장으로 변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올해 상장한 종목들의 주가 흐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올해 신규 상장한 24개 종목의 공모가 평균 수익률(상장일 종가 대비)은 82.3%다. 이를 3월 30일 종가와 비교하면 수익률은 46.5%로 꼬꾸라진다. IPO 시장에서 단타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추이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모가가 6만5000원이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다. 시초가 13만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단숨에 상한가인 16만9000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승세는 하루 만에 끝났다.

상장 이튿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주가는 7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그 결과, 3월 29일 12만3500원을 기록하며 상장일 시초가인 1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뜨거웠던 공모주 청약 열기와 달리 상장 이후 주가 상승세가 짧게 끝났다는 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정 장세가 이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투자금이 공모주 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공모주 열기가 뜨거웠다고 하더라도 상장 이후에는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상장 첫날 이후 하락으로 돌아선 것도 지지부진한 시장의 영향을 받아서”라며 “공모주 투자시장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모주 투자 열풍 이어질까

문제는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차갑게 식어버렸을 때다. 공모주 시장이 침체하면 청약 미달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IPO에 나선 기업과 공모주 청약을 주관한 증권사 모두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공모주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 기업은 목표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해서다. 공모 주관사인 증권사는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공모주를 전부 떠안아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 열풍이 단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며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공모주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도 가파르게 식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식으면 투자자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공모주의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공모주 시장이 지금처럼 투자자의 관심을 받기 전에는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 사태를 겪은 기업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IPO의 목적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투자금을 유치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우량기업에 투자해 목표한 수익을 달성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공모주 투자 열풍이 이런 선순환을 만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모주 열풍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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