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 코로나19 백신 수급 현황
정부가 확보했다는 백신 물량 7900만명분
이중 도입 확정된 건 고작 904만명분
나머지 6996만명분 도입 시기 불투명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영국·이스라엘·칠레 등 일부 국가에선 1회 이상 예방접종자가 전체 인구의 40~50%대에 육박하기도 한다. 한국은 어떨까. 정부 말을 들으면 백신 공급에 별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일부 미디어의 분석을 살펴보면 백신 절벽에 부닥친 지 오래다. 

팩트는 무엇일까. 먼저 숫자부터 정리해보자. 우리나라 국민 중 접종가능 인구(유아·임산부 제외)는 4400만명이다. 정부가 2021년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해 확보했다고 밝힌 백신은 7900만명분이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전국민이 백신을 맞고도 남을 양이다. 문제는 정부가 말하는 ‘확보’가 ‘도입’을 의미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지금까지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904만명분에 불과하다. 나머지 6996만명분의 백신은 국내에 언제 들어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세계 각국의 역학관계와 백신 안전성 논란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서다. 그런데도 정부는 “언젠가는 들어온다”“별문제 없다”면서 낙관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도대체 코로나19 백신은 얼마나 있고, 접종은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나19 백신 현황을 Q&A 형식으로 팩트체킹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두고 혼란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두고 혼란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 두달이 지났다. 국내 첫 예방접종은 2월 26일에 진행됐다. 대상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65세 미만 요양병원 입소자·종사자, 상급 의료기관 의료인,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구급대·역학조사관 등)이었다.

2분기부터는 취약계층과 사회필수인력, 교육인 등으로 접종 대상이 확대됐다. 4~5월 중 장애인·노인·노숙인 시설 등 코로나19 취약시설의 입소자·종사자, 유치원·어린이집·학교 교사, 만성질환자, 경찰·해경·소방관, 항공승무원이 접종을 시작한다. 

현재 국내서 접종 중인 백신은 화이자사의 mRNA 백신(핵산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바이러스 벡터 백신 두 종류다. 코로나19라는 질병만큼이나 백신도 낯설다. 두 백신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지만 면역력을 만드는 방식은 다르다. mRNA 백신은 우리 몸의 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단백질이 생기면 면역 시스템이 항체를 만든다. 

반면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코로나19가 아닌 무해한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 등)를 주입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데, 신체의 면역 시스템은 이를 없애기 위해 항체를 만든다. 하지만 백신을 맞는다고 곧바로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2회 접종을 해야 하고, 2차 접종 후 2~3주가 지나야 한다. 

그만큼 백신의 빠른 공급과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하다는 건데, 최근 이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백신 도입 계획이 수시로 달라지면서 ‘백신 물량을 제대로 확보한 게 맞느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백신 물량과 공급 현황을 중심으로 팩트체킹에 나섰다. 

Q. 정부가 말하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의 뜻은 뭔가.
A. 우선 ‘확보’라는 말의 의미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말하는 ‘백신 확보’의 뜻은 당장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갖고 있다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와 계약을 마쳤고, 도입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정해진 기간 내엔 가지고 올 수 있는 물량”을 의미한다. 정부가 확보했다고 발표한 백신 물량만큼 예방접종을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백신의 도입이 확정됐더라도 실제 도입 시기는 제약사의 생산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는 “공급 일정이 다가와야 도입 물량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확보’와 ‘도입’을 구분해서 국민에게 알리는 게 옳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백신 수급 현황을 ‘과하게 포장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Q. 코로나19 백신은 얼마나 확보했나.
A. 정부가 2021년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해 확보한 백신은 7900만명분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접종가능 인구(유아·임신부 제외)는 4400만명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올해 안에 모든 국민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정부가 확보했다는 물량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화이자 1300만명분, AZ 10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 노바백스 2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 국제백신공급기구(코백스) 1000만명분이다.[※참고: 정부는 백신 확보량의 기준을 ‘회’와 ‘명’을 혼용해 발표하고 있다. 1인당 2번 접종한다(얀센 제외)는 계산에서 그렇게 정한 듯하다. 더스쿠프는 독자 편의를 위해 ‘명’으로 기준을 통일해 적는다. 백신확보물량이 100명분이라면 국민 100명이 1·2차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7900만명분 중 당장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얼마나 있느냐다. 언급했듯 정부가 2021년에 확보했다는 7900만명분의 백신은 계약만 체결한 양까지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의 수는 현재 어느 정도일까.
 
정부가 올 상반기 도입이 확정됐다고 발표한 백신 물량은 904만명분(2번 접종 기준)이다. 이중 1분기에 135만명분의 백신이 국내에 들어왔다. 2분기엔 최소 769만명분의 백신이 들어올 예정이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전체 국민의 18%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904만명분을 제외한 6996만명의 백신이 언제 국내에 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 “11월 집단면역이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Q. 백신 접종률이 중요한가, 어떤 백신을 맞는 게 중요한가. 
A. 양쪽 모두 중요하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높다고 코로나19의 늪에서 빠져나왔다는 건 아니다. 어떤 백신을 접종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민 절반 가까이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칠레에선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다. 칠레 국민이 맞은 백신의 93%가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제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노백 백신은 미국·유럽에서 개발한 백신에 비해 예방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백신 접종만큼 코로나19 방역을 중시한 우리나라의 정책이 궤도를 잘못 잡은 건 아니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백신을 도입했나. 
A.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왔거나 도입이 확정된 904만명분의 백신은 모두 화이자·AZ산産이다. 이중 화이자사와 AZ와 직접 계약해 도입한 백신은 각각 350만명분·428만명분이고, 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에서 받은 화이자·AZ산 백신이 126만명분이다. 

아직 도입은 안 됐지만 계약을 마친 백신은 얀센(600만명분), 모더나(2000만명분), 노바백스(2000만명분)다. 여기에 화이자와 AZ의 백신 물량이 각각 950만명분, 572만명분(1522만명분)이 남아있고, 코백스의 백신도 874만명분을 더 받아야 한다. 총 6996만명분의 백신이 더 들어와야 하는 셈이다. [※참고: 지난 14일 얀센·모더나·노바백스 등의 백신 약 135만명분(271만회)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부는 제약사별로 도입할 백신 물량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Q. 그렇다면 얀센·모더나·노바백스 백신 등은 계획대로 수급할 수 있는가. 
A. 분명한 답을 하기 어렵다. 일단 모더나사는 미국에 3번째 접종용 백신 1억명분을 먼저 공급한다고 밝혔다. 얀센 백신도 문제가 있다. 미국 FDA는 혈전 부작용이 생긴 얀센 백신의 생산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국내 백신 확보 계획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역시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중 상당수가 상반기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얀센·모더나 백신 도입 시기가 하반기로 미뤄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11월까지 집단면역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계획대로 11월까지 집단면역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사진=뉴시스]

자! 이제 백신 공급 논란을 정리해보자.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의 양은 904만명분이다. 백신의 종류는 화이자와 AZ다. AZ 백신은 혈전 생성 부작용 논란이 있지만 30세 미만에겐 투여하지 않고, 그것을 60세 이상에게 접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변수로 작용하긴 어렵다. 일단 2분기까진 화이자·AZ 백신을 904만명에게 투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측에서도 “2분기까지는 화이자와 AZ 백신으로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화이자와 AZ 백신 중 남은 물량 1522만명분과 얀센·모더나·노바백스·코백스에서 공급하는 백신 5474만명분, 총 6996만명분이 언제 들어오느냐다. 정부는 “얀센·모더나 백신 둘다 제약사와의 계약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시기는 미뤄져도) 도입할 수 있다”면서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계획이 틀어질지 예측하긴 어렵다.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당장 대안으로 나온 한미 백신 스와프(백신을 지원받은 뒤 차후 생산해 갚는 방식)는 미국의 난색으로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가 B플랜·C플랜을 부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11월 집단면역은 정말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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