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으로 위기 돌파하려는 삼성전자
고사양 스마트폰으로 1위 차지했지만
같은 전략 또 통할지 알 수 없어

스마트폰 1위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압도적이던 시장점유율이 매년 쪼그라들고 있어서입니다.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애플의 점유율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국 기업의 기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또다시 ‘혁신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과거 고사양 스펙의 스마트폰으로 애플을 추월했던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꺼내든 셈입니다. 이 전략, 두번 통할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의 혁신책에 숨은 위험요인을 취재했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애플의 건재함과 중국 기업의 약진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애플의 건재함과 중국 기업의 약진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스마트폰 업계에서 1위는 누구일까요? 사람마다 “삼성전자다” “애플이다” 의견이 갈리긴 합니다만, 점유율로만 보면 1인자는 삼성전자(2020년 시장점유율 20.6%·IDC)가 맞습니다.

한번 삼성전자의 역사를 간단하게 짚어볼까요?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있게 만든 건 ‘갤럭시 시리즈’입니다. 2010년 출시한 갤럭시S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중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해 세계시장에서만 2500만대를 팔아치웠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죠. 후속작 갤럭시S2는 “삼성전자의 역량이 집약된 걸작”이란 평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19.9%·IDC)가 애플(19.0%)을 제치고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것도 이 때입니다. 그 이후 제품들도 최고 수준의 사양을 뽐내면서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그 덕분에 갤럭시S4를 출시했던 2013년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32.3%(IDC)란 대기록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반면 그해 애플의 점유율은 15.5%로 전년(19.4%) 대비 3.9%포인트 줄었죠. 두 기업의 점유율이 2배나 벌어졌으니, 공히 ‘삼성 갤럭시S’의 시대라 부를 만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3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1위 자리는 용케 지켰지만 추락하는 점유율에 다시 날개를 다는 덴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6%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13년(32.3%)과 비교하면 11.7%포인트나 줄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빠진 점유율은 샤오미·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이들 기업은 초창기에 갤럭시S·아이폰 시리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30만원대)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자국은 물론 인도·유럽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기술적 진화에도 성공했습니다. 샤오미는 1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꾸준하게 출시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엔 폴더블폰 ‘메이트Xs’를 공개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후면에 카메라 3개를 장착한 스마트폰 ‘P20’도 내놓았었죠.

가성비와 기술력으로 무장했기 때문인지 두 기업의 점유율은 2015년 5.1%, 1.9%에서 지난해 14.6%, 11.4%로 약진했습니다. 각각 9.5%포인트 성장했는데, 흥미롭게도 같은 기간 삼성전자에서 빠진 점유율(11.7%포인트)과 엇비슷합니다. “삼성전자가 기술경쟁에만 몰두하다 가성비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진입을 허용했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중국 기업에 ‘한방’을 얻어맞은 반면, 애플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시장점유율도 2013년 15.5%에서 2020년 15.9%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충성 고객 등에 업은 애플

비결이 뭘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애플의 주요 소비층이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이른바 ‘애플 마니아’로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아이폰뿐만 아니라 이어폰(에어팟), 태블릿PC(아이패드) 등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열어젖힙니다. “애플이 애플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제품만 내놔도 먹고살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죠.

애플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또 있습니다. 애플은 하반기에 꼭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통계에서 ‘4분기’만 떼놓고 보면 애플이 1위를 차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2016년부턴 해마다 4분기엔 ‘애플의 추월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에도 삼성전자(19.1%)를 따돌리고 ‘점유율 1위(23.4%)’를 차지했는데, 아이폰12가 ‘대박’을 터트린 덕분이었습니다.

애플 입장에선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삼성전자엔 그렇지 않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4분기 점유율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4분기 두 기업의 점유율 차이는 고작 0.2%포인트였지만(삼성전자 18.0%·애플 18.2%), 지난해 4분기엔 4.3%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우려할 만한 상황입니다. 중국기업이 약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존재감’을 뽐내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마니아’가 확실한 애플의 점유율을 삼성전자가 쉽게 뺏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꺼내든 솔루션은 ‘혁신’이었습니다. 2020년 2월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이 대표적인 사례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가로로 접는 폴더블폰을 내놓을 거란 얘기가 무성했을 당시에 세계 최초로 세로로 접는 Z플립을 선보인 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87.0%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시장조사업체 DSCC). 폴더블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2020년 세계 판매량 220만대·전년 대비 10배 증가)을 생각하면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도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혁신을 적용한 기종은 폴더블폰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기간 출시한 ‘갤럭시S20’도 엄청난 성능을 뽐냅니다. 하이엔드 모델인 ‘갤럭시S20울트라’의 경우 1억800만화소의 카메라 화질을 자랑합니다. 광학줌을 이용한 100배 줌 기능도 탑재했죠. 이는 경쟁사의 스마트폰에선 찾아볼 수 없는 기술력임엔 분명합니다. 최신 기술과 최고 사양으로 무장한 스마트폰으로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건데, 과거 고사양 스펙의 스마트폰으로 애플을 추월했던 전적이 있는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같은 답을 내린 셈입니다.


고사양 스펙 스마트폰 통할까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혁신 전략은 이번에도 통할까요? 글쎄요, 일단 상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하반기 실적을 지탱해주던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올해엔 출시되지 않습니다. 상반기 출시한 스마트폰만으로 ‘하반기의 제왕’인 애플과 중국 기업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데, 혹여 혁신에 성공하더라도 부담스러운 게임입니다.

삼성전자가 또다시 꺼내든 혁신 전략에 소비자가 현혹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기대작이었던 갤럭시S20이 저조한 판매 성적을 냈습니다. 당초 삼성전자는 35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지만 갤럭시S20 시리즈의 상반기 판매량은 2000만대에 그쳤죠. 이는 하반기에 별 기대 없이 내놓은 저가모델 ‘갤럭시S20 FE’가 한달 만에 200만대씩 불티나게 팔린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과연 삼성전자는 ‘혁신책’으로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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