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폰 출구전략 아쉬움 남아
앓던 이 뽑는 것도 쉽지 않아

LG전자가 지난 6년간 스마트폰 사업에서 낸 손실만 5조원에 이른다. 가전 매출이 살아나도 스마트폰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LG전자가 ‘앓던 이’ 스마트폰을 정리할까 고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다고 끝이 아니란 점이다. 직원 고용유지 문제부터, 서비스센터 유지ㆍ축소 문제까지 얽혀있는 이슈가 적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LG 스마트폰 철수플랜과 남아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취재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전면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전면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슈가 본격 대두된 건 지난 1월 20일이다. 이날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 직원들에게 “모바일 사업의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게 시발점이었다.

LG전자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할 거란 시그널이었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MC사업부의 운명을 이렇게 내다보고 있다. “현재로선 매각보다는 철수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이들이 ‘철수설’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3월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식 발표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물밑 매각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사실 LG전자로선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LG전자 MC사업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그동안 낸 손실액만 4조6000억원에 이른다. 한때 30%에 육박하던 국내 시장점유율도 10% 초반대로 쪼그라들었다. 그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MC사업부를 정리하면 LG전자의 기업가치가 4조~5조원은 뛸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슈를 호재로 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LG전자가 더 이상 스마트폰 사업을 쥐고 있을 필요도 없어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LG전자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스마트폰 사업을 놓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스마트폰이 스마트홈 생태계의 핵심 디바이스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스마트폰 사업자보다는 이통사들이 스마트홈 시장의 헤게모니를 쥘 것으로 보이는데,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려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실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거다. 
하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철수하는 게 말처럼 간단하진 않아 보인다. 곳곳에 숨어 있는 복잡한 문제들이 적지 않아서다. 먼저 따져봐야 할 건 고용 유지 문제다.

권봉석 사장은 앞서 “MC사업부의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든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될 것”이라며 직원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스마트폰 사업 매각 시 고용 승계를 보장받거나, 다른 부서 및 계열사로 전환 배치가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다만, MC사업부의 운영 방향이 매각이 아닌 철수 쪽으로 가닥이 잡혔을 때도 100%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특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곳은 연구ㆍ개발(R&D) 부서다. 
LG전자 내부 관계자는 “개발자 중에서도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자나 프레임워크 개발자는 다른 사업부에서도 일할 수 있겠지만 하드웨어나 기구 쪽은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기존 소비자들이 입을 피해 문제도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 사후서비스(AS)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LG전자 측은 “사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른 제품군이 많기 때문에 서비스센터가 없어질 순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스마트폰과 다른 제품의 서비스센터 인력은 똑같지 않다.

LG전자가 지속적인 서비스를 약속한다고 해도 인프라 축소는 불가피할 공산이 크다. 이는 2017년 5월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팬택의 사례를 통해서도 어림잡을 수 있다. 팬택의 서비스센터는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 종료 이후 점차 수가 줄어 현재는 9곳(전국 기준)에 불과하다. [※참고 : LG전자는 지난 2019년 5월 서비스센터 직원 4000여명을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했다.]
 

산업적인 문제도 있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이탈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거란 지적이 많다. 중국 브랜드가 힘을 쓰지 못하는 국내 시장에선 오랫동안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3개 기업이 경쟁을 펼쳐왔다. 여기서 LG전자가 이탈하면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는다. 그중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제품은 삼성전자뿐이다. 사실상 독점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LG전자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10% 남짓이지만 삼성전자의 독점을 견제할 경쟁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면서 “이는 국내 소비자 대상 마케팅ㆍ서비스 질의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LG전자의 출구전략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상욱 연구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가 이탈하면서 빈자리가 생겼고, LG전자에도 충분히 기회가 있었다. 반反중국ㆍ반애플 수요가 분명히 있고, 삼성이 그 빈자리를 모두 메울 순 없다. LG전자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으면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LG전자의 결정은 다소 성급했다.”

LG전자가 앓던 이를 뽑는 것마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과연 LG전자 스마트폰은 어떤 운명을 맞을까. [※참고 : LG전자는 5일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사후 서비스는 사업 종료 이후에도 충분한 기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 유지 문제는 직원들의 직무 역량과 인력 수요를 감안해 다른 부서 및 계열사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스쿠프가 지적한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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