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시효과 길어야 반년
판매 공백기 메울 컬러 마케팅
반복되면 피로감 커질 수 있어

애플이 지난 4월 30일 ‘아이폰12 퍼플’을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했던 아이폰12에서 색상만 바꾼 모델이다. 애플이 출시 효과가 떨어진 아이폰12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한 전략인데, 삼성전자가 줄곧 사용해온 ‘컬러 마케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난 1월 갤럭시S21을 론칭한 삼성전자가 이번엔 어떤 색으로 승부를 걸지 주목되는 이유다. 하지만 ‘콘텐츠 없는 색깔전쟁’이 빛바랜 후유증만 남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은 출시효과가 짧다. 제조사들이 기존 모델의 색상만 바꿔 새로 출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은 애플이 지난 4월 출시한 아이폰12 퍼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은 출시효과가 짧다. 제조사들이 기존 모델의 색상만 바꿔 새로 출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은 애플이 지난 4월 출시한 아이폰12 퍼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상 스마트폰은 1년 주기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된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15개 모델을 공개했고,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12개의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했다. [※참고: 아이폰SEㆍ갤럭시노트 등 파생 모델을 제외한 플래그십 모델만 따졌을 때의 얘기다. 단 한번 예외가 있었다. 2017년 애플은 아이폰 10주년을 기념해 아이폰8과 아이폰X를 함께 출시했다.]

1년이면 출시 속도가 느린 편은 아니다. 세대교체가 너무 빠르면 되레 소비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 첨단 IT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을 매해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성숙기에 다다른 스마트폰의 기술적 성장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쏟아진 지 오래전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스마트폰 출시 주기를 둘러싼 제조사들의 고민은 적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의 출시 효과가 생각만큼 길지 않아서다. 스마트폰은 출시와 함께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몇달만 지나면 판매량이 뚝 떨어진다.

이런 추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변화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를 매년 2~3월에 출시하고 있다. 반면, 애플이 새 아이폰을 공개하는 시기는 9~10월께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애플은 하반기에 주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두 제품의 출시일 차이는 양사의 시장점유율 차이로 이어진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매해 1분기, 애플은 4분기에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가령,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는 21.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애플은 13.3%에 그쳤다. 4분기엔 삼성전자 19.1%, 애플은 이보다 높은 23.4%였다. 

 

지난해뿐만이 아니다. 이런 흐름은 두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부터 쭉 이어져왔다. 주력 제품의 출시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널을 뛰었다는 건데, 이를 뒤집어 말하면 신제품을 출시하고서 반년 정도만 지나면 뚜렷한 공백기가 찾아왔다는 거다. 

이런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꺼내든 카드가 있는데, 바로 ‘컬러 마케팅’이다. 뭔가 거창한 전략인 듯하지만 별건 아니다. 스마트폰 출시 후 수개월이 흘러 판매량이 떨어질 때쯤 새로운 색상을 추가로 출시하는 것이다. 기능ㆍ성능 면에선 기존 모델과 똑같다.

사실 이는 삼성전자가 줄곧 써온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일례로 2017년 3월 갤럭시S8을 출시한 뒤 3개월 후 삼성전자는 ‘코랄블루’ ‘로즈핑크’ 색상을 추가했다. 이듬해 3월 선보인 갤럭시S9에도 그해 5~6월 각각 ‘버건디레드’ ‘선라이즈골드’ 색을 덧입혔다. 

최근엔 애플도 컬러 마케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아이폰12 퍼플’을 출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아이폰12는 지난해 10월 출시돼 시장에 나온 지 6개월이나 지난 모델이다. 그럼에도 ‘아이폰12 퍼플’을 향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업계 관계자는 “퍼플 색상은 이미 아이폰11에서 선보여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전례가 있다”면서 “요즘 소비자들이 색상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춤하던 아이폰12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컬러 마케팅은 소비자들로부터 의미 있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가령, 지난해 2월 출시된 갤럭시S20은 ‘아우라블루(SK텔레콤)’ ‘아우라 레드(KT)’ ‘클라우드 핑크(LG유플러스)’ 등 해당 통신사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이통3사 전용 색상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SK텔레콤의 경우, 갤럭시S20플러스 4가지 색상 중 아우라블루를 택한 소비자는 40%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색상에 민감하다는 걸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참고: KT의 아우라 레드는 35.0%, LG유플러스의 클라우드 핑크는 35.6%(갤럭시S20 기준)였다.] 

 

문제는 컬러 마케팅만으로 신제품 공백기를 버틸 수 있느냐는 점이다. 스마트폰 판매점의 한 관계자는 “컬러 마케팅으로 색을 바꿔 출시할 때쯤이면 이미 소비자들은 경쟁사의 차기 스마트폰에 관한 소문으로 들떠 있을 것”이라면서 “색을 바꾼 것만으로 이들의 관심을 돌리는 데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2020년 6월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S20 플러스 방탄소년단(BTS) 에디션’은 훌륭한 컬러 마케팅의 사례라고 반박한다. 갤럭시S20 출시 4개월 후에 론칭된 이 에디션은 기존에 없던 색상인 보라색을 입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이름에 적혀 있듯 유명 연예인 BTS와 협업했다. 컬러 마케팅이 통했다기보단 글로벌 아티스트의 후광을 입은 결과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BTS 에디션이 오로지 ‘보라색’만으로 성공했다고 보기엔 무리”라면서 “특정 색상을 내세우는 것만으론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계점은 또 있다. 소비자들이 잇따른 컬러 마케팅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컬러 마케팅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직관성을 부여하는 일회성 마케팅의 성격이 강하다. 한번이면 모를까 이런 마케팅이 반복되면 소비자들은 제품에 식상함을 느끼기 쉽다. 심각한 경우엔 기껏 쌓아놓은 브랜드 이미지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애플은 보라색 아이폰12로 소비자들의 흥미를 잡아끄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이제 지난 1월 갤럭시S21을 선보였던 삼성전자의 차례가 돌아왔고,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컬러 마케팅을 펼칠지 주목하고 있다. 과연 이들 제조사들은 컬러 전략으로 부진했던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아니면 콘텐츠 없이 색깔로만 싸운다는 비판을 받게 될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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