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중국 진출 선언한 제네시스
성공 열쇠는 브랜드 차별화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시장에서 쓴맛을 본 현대차그룹이 최종병기를 꺼내든 셈이다. 그만큼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는 건데, 제네시스는 과연 중국을 호령할 수 있을까. 답은 제네시스만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느냐에 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뉴시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뉴시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연간 2500만대 수준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가 9000만대 안팎이라는 걸 감안하면 중국 시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는 수년간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하지만 그동안 현대차ㆍ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연신 고배를 마셨다. 실적은 되레 줄었고,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단행해야 했다. 

■중국서 고배 마신 이유 = 그럼 현대차그룹은 왜 중국 시장에서 쓴맛을 봤을까.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먼저 실패 이유부터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첫째, 중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리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디자인은 물론 기술력 면에서도 많은 진보를 이뤄냈는데, 중국 소비자로선 더 이상 값비싼 현대차ㆍ기아를 살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둘째는 중국 소비자가 눈독을 들일 만한 차종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중요한 자기표현수단이다. 그만큼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차종에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현대차ㆍ기아의 전략은 아쉬웠다.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부족한 건 단적인 예다. 

셋째는 중국 시장의 자체적인 특성 때문이다. 중국은 정경유착이 심하다. 정부의 지침이 시장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일도 숱하다. 그 때문에 중국 시장에선 글로벌 시장과는 다른 별도의 영업전략이 필요하다. 언제든 문제가 생기고 시장이 왜곡될 수 있는 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거다.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카드 =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이들은 최근 중국 시장을 겨냥해 새 전략을 꺼내 들었는데, 그 중심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있다. 제네시스는 그동안의 실패를 딛고 중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일단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제네시스는 국내 시장은 물론, 북미ㆍ러시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험이 있다. 차종이 다양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세단과 SUV 등 5개 차종이 있고, 전기차를 비롯해 2~3개 차종이 조만간 추가될 예정이다.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거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제네시스는 아직 유럽과 일본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 소비자들이 유독 전통적인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네시스가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중국 시장도 유럽이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얼마나 멋지게 차별화할 수 있느냐가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과제란 얘기다. 

 

기회는 있다. BMW나 벤츠 등의 해외 프리미엄 차종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 현지로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모두 한국에서 제작해 수출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중국에서 한국산은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제작된 제네시스는 이전 모델들과 다르다. 글로벌 수준의 품질과 성능으로 올라선 만큼 이를 강조하면 중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이미지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안착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제네시스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있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명품 메이커’란 칭호를 얻을지도 모른다.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 전략을 신중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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