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
지능형 교통시스템 활용해야

도심지의 간선도로는 시속 50㎞ 미만, 이면도로는 30㎞ 미만으로 운전해야 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시행됐다. 예상하긴 했지만 운전자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속도 제한으로 통행시간이 늘어난 데다 단속도 심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안전속도 5030’ 정책은 과한 규제일까.

‘안전속도 5030’ 정책이 4월 17일 전국적으로 시행됐다.[사진=연합뉴스]
‘안전속도 5030’ 정책이 4월 17일 전국적으로 시행됐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17일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이제부터 도심지의 간선도로는 시속 50㎞ 미만, 이면도로는 30㎞ 미만으로 운전해야 한다. 그런데 정책을 시행하자마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뻥 뚫린 도로를 정책 때문에 천천히 달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책 시행을 빌미로 한 단속이 늘어났다는 푸념도 많다.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은 늦어지고 단속도 신경 써야 하니 운전자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3079명이나 됐다. 2008년(5870명) 이후 5000명대를 유지했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4년 4762명으로 감소했다. 2018년부터는 3000명대로 줄어들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친 탓이다. 하지만 자동차 운행속도를 낮추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사용하지 않으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더 이상 줄어드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여전히 많다. 실제로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7.3명(2018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8번째다. 이런 면에서 ‘안전운전 5030’ 정책의 의미는 크다. 시속 60㎞로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하면 10명 중 9명이 사망하지만 속도를 10㎞를 낮추면 사망자가 5명으로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효과를 입증하는 통계도 있다. 서울시가 2018년 종로구간의 제한속도를 50㎞로 낮추자 보행자 사고는 15.8%, 보행 사상자는 22.7% 감소했다. 제한속도를 낮추고 6개월 만에 나타난 효과다. 반면 속도제한으로 늘어난 운전 시간은 2분에 불과했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은 장점이 분명하단 거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첫째, 통행시간이다. 속도제한으로 늘어난 통행시간이 2분이라고 하지만 이는 운전속도가 아니라 신호의 문제일 수 있다. 도심지를 통과할 때 몇번이나 신호에 걸렸는지가 속도를 제한하는 것보다 통행시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호마다 차량이 정지하면 1~2분의 시간은 소요되는 만큼 신호체계가 중요하다. 시속 50㎞의 속도로 움직여도 앞의 신호가 차량의 흐름에 맞게 녹색으로 바뀌면 ‘운전시간이 길어졌다’는 불만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다. ‘녹색 흐름(Green Wave)’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잘 운용해야 한다.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구현하지 못하면 통행시간이 늘어나고, 운전자의 분노는 막기 힘들다.

둘째, 도로상황을 무시한 속도정책이다. ‘안전속도 5030’ 정책으로 간선도로에선 시속 50㎞로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경찰청은 도로의 상황에 따라 시속 60~70㎞로 달릴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지금도 속도 규정을 시속 60㎞로 유지하고 있는 간선도로가 많은 이유다. 이를 무작정 시속 50㎞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도로 기술은 상당히 발전했다.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도로가 확실하게 나뉘어 있다. 갓길과 차도 폭이 여유가 있는 곳에선 운전 중 시야를 확보하는 것도 충분하다. 속도를 높여도 안전한 운행과 보행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도로는 운행 속도를 현실적으로 높여서 차량 운행의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국민 홍보와 캠페인 강화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행했다고 해서 무작정 단속을 늘리는 건 능사가 아니다. 이는 운전자의 불만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좋은 정책이 잘 정착하도록 만들려면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무작정 단속을 강화하기보단 정책을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부분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속도 5030’ 정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이다. 속도 제한은 되레 환경오염을 악화할 수 있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낡은 디젤자동차일수록 차량 속도가 느려지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매연을 더 많이 배출한다. 매연저감장치인 DPF는 엔진의 온도가 낮아지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디젤차의 속도를 시속 50㎞ 미만으로 제한하면 배기 후 처리장치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연비도 문제다. 현재 자동차의 운행 경제속도는 차량에 따라 70~90㎞에 이른다. 저속 운행으로 자동차의 경제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등록된 차량 중 2400만대 정도가 내연기관차라는 걸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문제 중 하나다. 개선책이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은 필요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정책을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언급한 문제들을 개선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더 완벽하고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긴요하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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