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역전」
인플레이션의 필연적 도래

저자들은 수십 년간 세계경제가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 인구의 급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들은 수십 년간 세계경제가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 인구의 급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경제학자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가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우리 상황에 비춰봐도 문제는 자명하다. 인구절벽 현상과 가파르게 빠른 고령화로 노동력 감소가 가시화하고 있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자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이 급증했고, 개인투자자 주식 열풍에 따른 ‘빚투’로 지난해 한국의 가계빚은 1700조원을 돌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인구 감소 및 노령화와 더불어 부채 부담이 폭발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경고했다. 장차 노령화와 관련된 의료비와 기타 부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인구 대역전」은 세계적인 거시금융정책 석학 찰스 굿하트과 마노즈 프라단이 전망한 세계 경제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들은 향후 30년 이내에 인구구조의 변화와 역세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고령화·치매·불평등·포퓰리즘·부채와 세금 등의 거시경제적 요인들을 통해 이를 증명하며 주장을 펼친다. 

두 저자는 이 책에서 ‘인구변동’과 ‘세계화’라는 두 변수가 지난 30년간 디플레이션 경향에 영향을 미쳤지만 앞으로 30년 정도는 두 추세가 역전하며 세계 주요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수십 년간 세계 경제가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 인구의 급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전후 베이비 붐 세대와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와 더불어 중국과 동유럽이 세계 경제에 통합되면서 노동 인구가 대규모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세계는 낮은 물가와 낮은 이자율을 유지했지만 동시에 노동소득분배율은 감소해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저자들은 지금 이런 추세가 급격하게 역전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세계화는 둔화하기 시작했고 가까운 미래에 고령화가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밀어올리면서 그간 늘어난 공공 부문의 부채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얘기다. 

두 저자는 “세계 경제의 생산성 상당 부분을 이끌어가는 선진국의 고령화는 예견된 수순이고, 새로 유입되는 중국의 노동자 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설상가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국경을 잠갔으니 세계화는 이런 역풍을 맞고, 가용노동인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급격히 감소할 거란 설명이다.

다른 한편에서 내세우는 “앞으로 경험할 대대적인 인구변동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줄어드는 노동 인구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상당 부분 대체 가능하다”란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자동화와 인공지능, 장노년층의 노동참여율 상승, 인도와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가 급격한 인구변동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저자들은 이런 기대 요인들이 ‘변화의 크기와 속도’를 메우기엔 충분치 못하다고 지적한다. 

수십 년 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세계 경제 흐름을 바꿀 거란 예상을 못 했듯, 앞으로의 세계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건 대역전은 이미 진행 중이란 거다. ‘미래는 과거와 완전히 다를 것’이므로 머지않아 닥칠 ‘당연하지만 잠재적인’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세 가지 스토리 

「그러라 그래」
양희은 지음|김영사 펴냄


올해로 데뷔 51년차이자 꽃다운 나이 ‘70’이 된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다.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나답게’ 살아가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늘 여유만만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에게도 흔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모진 바람을 맞으며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간 인생이었다’고 고백한다. 책 제목 ‘그러라 그래’처럼 어떤 근심도 툭 털어버리라는 응원을 전한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
정우철 지음|나무의철학 펴냄


정우철 도슨트(Docent)가 자신이 사랑하는 10명의 화가를 골라 그들의 인생과 대표작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그가 화가를 고른 기준은 별다른 게 아니다. 전례 없는 팬데믹 사태와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인물들이다. 이 책의 독자는 그들의 삶과 가치관을 들여다보며, 예술가 역시 그저 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지식’ 없이도 얼마든지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것까지.

「리멤버 홍콩」
전명윤 지음|사계절 펴냄


10여년간 홍콩 가이드북을 쓰며 밥벌이를 해온 작가가 남기는 마지막 홍콩 이야기다. 홍콩의 화려한 과거부터 불안한 현재, 알 수 없는 미래가 차곡차곡 담겨 있다. 특히 홍콩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홍콩섬이 처음 등장한 이후 170여년간 작은 섬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들을 관통한다. 1980년 광주, 1989년 천안문, 2019년 홍콩, 2021년 미얀마 사람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는 끈이기도 하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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