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각자 대표체제와 매각플랜
노동조합의 반기에 숨겨진 의미

대우건설이 다시 매각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 듯하다. 사업대표와 관리대표를 구분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징후다. 분위기도 좋다. 2018년 대우건설 인수를 노리던 호반건설이 발을 뺀 이후 실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하지만 각자 대표 체제 도입 등 대우건설의 매각 플랜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는 쪽도 있다. 다름 아닌 직원들이다. 왜일까.  
 

대우건설은 4월 23일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대우건설은 4월 23일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이번엔 새 주인을 찾을까. 2009년 KDB산업은행에 넘어온 이후 11년째 주인을 만나지 못한 대우건설 이야기다. 워낙 굵직한 매물인 탓에 노리는 곳은 많았지만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2017년은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견되면서 호반건설은 이듬해 발을 뺐다. 그렇다고 대우건설의 내실이 허약한 건 아니다. 매각 실패 이후 대우건설은 되레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엔 적자의 늪에 빠져 있었지만 2017년 흑자전환(4290억원)에 성공했고, 그 이후에도 썩 괜찮은 영업이익(2018년 6287억원, 2019년 3641억원, 2020년 5583억원)을 남겼다.[※참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건 2018년이지만 당시 평가 기준은 2017년 실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업이익률은 2019년 4.2%에서 2020년 6.9%로 2.7%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수주액도 2020년 13조9126억원을 기록, 5년 만에 다시 13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수주 잔고액 37조7799억원은 5년 만에 최고치였다. 

실적이 갈수록 탄탄해지자, KDB산업은행은 또다시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에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대우건설이 4월 23일 각자 대표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김형 대표를 사업대표로 재선임함과 동시에 정항기 전 CFO(최고재무관리자·부사장)를 사장으로 승진시켜 관리대표를 맡겼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각 업무를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매각과 사업 부문을 구분해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항기 대표는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대우건설의 영업이익률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매각 절차를 앞당기기 위해 재무제표 등 각종 지표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대우건설 노조가 “재무제표의 숫자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 아니냐”면서 반기를 들고 있다. 사실 대우건설 노조는 회사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음에도 정작 핵심 인력은 이탈한 것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

일례로, 2017년 5804명이었던 직원은 2020년 5452명으로 줄었다. 인력 감축은 플랜트 부문에서 두드러졌는데, 같은 기간 1428명에서 1069명으로 25%(359명)나 감소했다. 다시 매각의 돛을 올린 대우건설은 어떤 플랜을 그리고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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