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M&A 뛰어든 기업들
대부분 유동부채 너무 많아 우려
잘못하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

DS네트웍스, 중흥건설, 성정…. 최근 진행 중인 굵직한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참여를 저울질한 기업들의 면면이다. 모두 중견기업이라는 게 특징이다. 이들이 참여한 대우건설, 이스트항공 인수전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이유다. 하지만 석연찮은 뒷말도 나온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전에 발을 들여놓은 게 아니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들 기업의 자금력을 살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금 동원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사진=뉴시스]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금 동원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사진=뉴시스]

중견기업들이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슈를 끌고 있는 대우건설(매각주체 산업은행)과 이스타항공(매각주체 법원) 인수전에서 이런 양상이 두드러진다. 제법 규모 있는 기업들이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건데, 어찌 된 일인지 두 인수전을 두고 숱한 뒷말이 새어 나온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재정 상황이 썩 좋지 않아서다. 

익명을 원한 기업공개(IPO) 시장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자칫 잘못하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모두 휘청일 수 있고(이른바 승자의 저주), 피인수기업을 통해 잇속만 챙기다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그런 일은 종종 벌어져 왔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사례는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겪었던 ‘승자의 저주’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두가지 일이 모두 벌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업무 차량을 금호렌터카의 렌터카로 전량 교체해 이득을 취했지만, 승자의 저주에 빠져 2009년 대우건설을 토해냈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재무 상황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재무 상황은 어떨까. 대우건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부터 보자.

DS네트웍스의 재무 상황부터 보자. [※참고: 대우건설 인수전은 당초 DS네트웍스보다 5000억원이 많은 2조3000억원을 써낸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재입찰을 추진 중이다. 예비입찰 없이 바로 본입찰을 진행한 탓에 가격 차이가 너무 컸다는 게 이유다. 향후 입찰 공정성 논란이 두고두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사업보고서 기준 DS네트웍스의 유동자산은 2조147억원이다. 대우건설의 매각 금액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현재 주가 고려해도 약 1조8000억원)대로 거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력이 충분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유동부채가 꽤 커서다. 유동부채는 1년 내 기업이 갚아야 할 단기부채를 의미하는데, 이 회사의 유동부채는 6798억원이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4201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DS네트웍스는 IPO를 추진하기 위해 상장 주관사를 모집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에서 “대우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DS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미 재무적 투자자(FIㆍ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ㆍ투자전문회사 IPM)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다음 인수전에 참여했다”면서 “대우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IPO라는 건 우연히 일정이 맞물리면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중요한 건 FI와 함께 M&A에 참여할 경우, 인수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인수기업은 FI를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약속을 지키려다 보면 정작 인수기업이 원했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FI의 참여를 결사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흥건설의 재무제표상 현금 동원력은 훨씬 상황이 안 좋다. 유동자산이 4631억원이고, 이중 현금성자산은 1371억원이다, 유동부채는 유동자산의 절반 수준인 2110억원에 달한다. 유동자산을 모두 정리해도 대우건설 인수자금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자금을 대줄 FI도 없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재무제표상에 드러나지 않을 뿐 자금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로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이 모두 큰 손해를 입었다.[사진=뉴시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로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이 모두 큰 손해를 입었다.[사진=뉴시스]

한 M&A 전문가는 “재무제표상에 드러나지 않는 돈이 있다는 건 중흥건설이 사실상 대출을 받겠다는 의미”라면서 “만약 사주가 사재를 털거나 제3자의 자금을 동원한다고 해도 중흥건설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전입을 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중흥건설이 만약 자금마련책으로 ‘대출’을 감안하고 있다면 이것 자체로 리스크다. 그 M&A 전문가는 “완전한 자기자본이 아닐 경우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에서 대출을 일으켜 기존 대출금을 갚고, 부실을 피인수기업에 떠넘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면서 “돈 없는 기업의 인수전을 우려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자금력 형편없는 인수 후보들

중견기업들의 또다른 M&A 각축장이었던 이스타항공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택된 성정의 재무 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토공 및 부동산 사업을 하는 성정은 재무제표상 유동자산이 45억원(현금성자산 3억원)이다. 유동부채는 161억원이다. 이 회사는 이스타항공 인수가격으로 11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무제표만 보면 인수금액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인수금액에서 700억원은 채불임금과 퇴직금, 400억원은 회생채권 상환에 쓰인다. 이를 제외하고도 1000억여원의 유동부채가 더 있고, 이스타항공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또 별도다. 인수금액만 맞춘다고 해서 끝이 아니란 얘기다. 

시장에서 성정의 골프장(백제CC) 매각설이 나돈 건 이 때문인데, 형남순 성정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재만 해도 1000억원일 정도로 자금력은 충분하다”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은 ‘자금’이 많다는 거다. 하지만 중흥건설 사례에서 살펴봤듯 재무제표에 없는 자금은 리스크 요인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 

IB업계의 관계자는 “성정은 도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껏 사주가 사재를 털어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없다. 게다가 1000억원이 있어도 그걸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건 무리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상황이 걷힌 다음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해야 성정의 뜻을 알 수 있을 듯하다.”[※참고: 성정에 돈이 없음에도 최종 인수예정자가 된 건 인수가격 때문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어 채권자에게 빚잔치를 하는 게 우선이다. 따라서 현재 이스타항공의 매각은 말만 ‘기업회생절차’이지 실질적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매각이 아니다.]

한 M&A 전문가는 이렇게 유동성이 약한 중견기업들이 참여한 인수전의 현주소를 이렇게 꼬집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무리수를 두는 듯하다. 물론 무리수가 모두 실패로 귀결되는 건 아니지만, 이럴 경우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이 모두 힘들어질 수 있고,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을 이용해 잇속만 챙기고 버릴 가능성도 높다. M&A가 경제에 득이 되기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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