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꽁초어게인’ 꿈부기팀
담배꽁초 제대로 버리기 프로젝트

담배꽁초에선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필터 때문이다. 하수구로 들어간 담배꽁초가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분해되면서 바다에 유입되는 양이 하루 0.7톤(t)에 이르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담배꽁초를 제대로 버리면 된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 수업에서 만난 ‘꿈부기팀’이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거리로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함부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팔을 겉어붙인 꿈부기팀의 기세빈·권효정·김민형 학생(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함부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팔을 겉어붙인 꿈부기팀의 기세빈·권효정·김민형 학생(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 담배꽁초 문제를 다룬 이유가 궁금합니다.
권효정 학생(이하 권효정) : “처음엔 심곡동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무단투기 문제를 다뤄보려고 했어요. 동대표와 지역 국회의원 등이 모여 심곡동 문제를 얘기하는데, 이 문제가 거론됐거든요. 한글로 적혀 있는 분리수거 안내문을 읽지 못해서 쓰레기를 한데 버린다는 얘길 듣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이 편하게 소통하며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라운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 그런데 왜 담배꽁초로 바뀐 거죠?
권효정 : “솔직히 말하면 저희 셋 다 심곡동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심곡동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했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말이죠.”


✚ 그랬더니?
기세빈 학생(이하 기세빈) : “부천역 앞에 피노키오 상가라는 큰 건물이 있어요. 그 앞 공터에서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와 직면을 하게 됐어요. 현장 답사를 다니다가 주제가 바뀐 셈이죠.”


✚ 그곳에 담배꽁초 쓰레기가 많았나요?
김민형 학생(이하 김민형) : “거기가 부천역 앞이고 상가와 유흥주점이 밀집해 있어서 유동인구가 꽤 많아요. 평일 오후나 저녁시간에 그곳에 놀러온 사람들과 장사를 하는 분들이 피노키오 상가 앞에서 담배를 피우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굉장히 많았어요.”


✚ 흡연구역인가요?
권효정 : “아뇨. 그렇지 않아요. ‘금연구역’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도 그랬어요. 그 스티커도 주변 상인들이 붙이셨다고 하더라고요.”


✚ 그럼 쓰레기 투기 장소인가요?
권효정 : “그것도 아니에요. 배전함으로 빙 둘러져 있는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냥 쓰레기를 버리는 거예요.”

김민형 : “‘어? 쓰레기가 있네? 그럼 나도 여기 버려야지.’ 이런 심리인 거죠.”


✚ 그래서 담배꽁초 수거함을 만들기로 한 건가요?
권효정 : “근처 카페에 앉아서 3시간 동안 그곳을 오가는 흡연자들을 면밀히 관찰했어요. 어떻게 실험해보면 좋을지 의견도 많이 나눴고요.”


✚ 어떤 답이 나왔나요?
기세빈 : “담배꽁초를 수거해서 재활용해볼 생각을 먼저 했어요.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했다는 팀이 있어서 연락도 해봤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일단 모아서 잘 버리는 데까지라도 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 총 3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고요.
권효정 : “쓰레기통을 활용해 만든 원통형은 일반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입구를 철망으로 만들었어요. 우체통 모양 수거함도 만들었는데, 이건 우체통에 들어간 편지가 누군가에게 배송되듯 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누군가에게 해로움을 전달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꽁초픽은 흥미에 중점을 둔 수거함인데요. ‘부천역의 장점은?’이란 설문을 적어놓고 각각의 통에 담배꽁초를 넣어 답을 하는 식입니다.”

김민형 : “꽁초픽은 영등포구에서 했던 걸 참고했어요. 길바닥에 버릴 담배꽁초도 이런 걸 보면 재미삼아 한번 수거함에 넣어보고 싶지 않을까 해서 저희도 한번 시도해봤습니다.”


✚ 수거가 좀 됐나요?
기세빈 : “셋이서 고무장갑 끼고 수거함에 모인 꽁초 개수를 일일이 다 세어봤어요.”


✚ 얼마나 되던가요?
권효정 : “일주일 동안 실험을 해보니 하루 평균 200개 내외의 꽁초가 수거되더라고요.”


✚ 3가지 중 어느 수거함에 담배꽁초가 가장 많이 모였나요?
권효정 : “수거한 담배꽁초의 80%가 원통형에서 나왔습니다. 우체통 모양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긴 했는데, 의외로 수거된 건 가장 적었어요.”


✚ 왜 그랬을까요?
기세빈 : “담배는 대부분 삼삼오오 모여서 피우잖아요. 그러다 보니 잠깐이라도 생각을 해야 할 우체통이나 꽁초픽엔 아무래도 손이 안 가는 거 같더라고요. 편리성만 강조한 원통형이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김민형 : “거리흡연이라는 게 빨리 한대 피우고 자리를 떠나고 싶잖아요. 괜히 남들 시선도 의식되고요. 그런 걸 고려한다면 크고 편리한 게 좋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꽁초픽도 괜찮은 거 같아요. 저희가 만든 건 좀 부실했지만 지자체에서 만든 건 꽤 크고, 그럴싸해 보이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만들어서 널리 보급하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 사실 담배꽁초 쓰레기는 미화적인 문제도 있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잖아요.
권효정 :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가 하수구를 통해 하수처리시설로 흘러들고, 그것이 분해되면서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바다에 흘러가는 양이 하루 0.7톤(t)에 이른다고 해요. 담배꽁초가 물고기밥이 돼서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 있단 얘기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사실들을 잘 알지 못하죠. 실제로 ‘연초 담배에 웬 플라스틱?’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입에 닿는 필터 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는데 말이죠.”


기세빈 : “그래서 수거함 주변에 ‘당신이 버린 담배꽁초는 미세플라스틱의 주된 원인이며 길거리에 버릴 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홍보보드도 설치했습니다.”

✚ 실제로 캠페인을 해보니 어때요?
김민형 : “담배꽁초 수거함은 여기서 담배를 많이 피우라는 게 아니라, 어차피 피울 거면 여기저기 버리지 말고 한군데에 버리라는 취지거든요. 그런데 잘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 어떤 식으로요?
김민형 : “원래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면 흡연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 피우는 걸 막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두고 볼 수만은 없잖아요.”

기세빈 : “담배꽁초를 수거함에 제대로 버리기만 해도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화재도 예방할 수 있어요.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그런 점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었어요.”


✚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면 무단투기 문제는 사라질까요?
권효정 : “일주일 동안이었지만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엔 바닥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도입한다면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직접 지역 현안에 뛰어들어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기세빈 :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초기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만 찾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가 축적되는 걸 경험하면서 30분 동안 자료 찾는 것보다 현장에서 사람을 5분 만나는 게 더 가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근 상인들께서 ‘안 그래도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너무 큰 문제였다’며 공감해주신 것도 감동이었습니다.”


김민형 : “공감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큰 힘을 얻었답니다.”

권효정 : “지자체의 문제를 우리 같은 학생들이 풀어나가는 게 생각보다 꽤 흥미롭더라고요. 눈에 띄는 결과를 얻은 것도 뿌듯했어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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