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지역 안전 함께 지키자는 데 착안
신고와 제안 활성화할 앱 제안

부천시는 경기도 내에서도 흉악범죄가 꽤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강력범죄(살인ㆍ강도ㆍ강간ㆍ방화 등 흉악범죄 기준) 발생 건수가 59.9건으로 동두천시(68.6건), 여주시(67.5건), 안산시(63.9건) 다음으로 높다. 그래서인지 안전이나 치안에 불안함을 느끼는 지역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어두운 골목길은 여전히 많고, 지저분한 골목도 숱하다. 가톨릭대학교의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소셜리빙랩’ 수업에 참여한 ‘안부인사팀’이 슬기로운 치안유지법에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부인사팀은 편하게 신고하고 처리 결과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앱을 제안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부인사팀은 편하게 신고하고 처리 결과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앱을 제안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목길을 지날 때 불 꺼진 가로등을 발견한 적 있는가. 그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칠 것이고, 누군가는 괜히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할 거다. 개중엔 가로등 수리를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실천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누군가에겐 신고 전화를 하는 것 자체가 귀찮거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어디에 얘기해야 할지 모를 때도 많다. 

“신고만 부담 없이 할 수 있어도 좋겠는데….” 지난해 가톨릭대학교의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소셜리빙랩’ 수업을 들었던 ‘안부인사팀(김민형ㆍ차민정ㆍ정보경 학생ㆍ이하 안부인사팀)’의 고민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참고: 소셜리빙랩은 수강생들이 지역 내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서 실험하는 수업이다. 시에 정책 제안까지 하는 게 목표다.] 

팀 내 막내인 정보경 학생의 말을 들어보자. “공공의 미흡한 점을 발견했을 때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 역시 그렇고요.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구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안부인사팀은 부천시 역곡2동 주민과 상인, 가톨릭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지역 내 안전과 치안 상황에 관한 인식을 묻기 위함이었다. 뜻밖에도 응답자의 절반(50.0%)이 ‘안전과 치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해진 후엔 길이 너무 어두워 안심하고 다니기 어렵다거나 CCTV가 낡아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이들이 많았다. 보도블록이 깨져 있어 위험하다거나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진 곳들이 많아 범죄가 일어나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는 이들도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든 안부인사팀은 고민했다. “모두가 좀 더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할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지자체 재정이 탄탄하다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았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안부인사팀은 지역주민이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데 착안했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신고앱’을 만들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신고앱은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무엇보다 지역민과 공무원의 활발한 소통을 토대로 한다. 앱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다양한 신고나 제안을 한다. 신고나 제안이 이뤄지면 주민들이 인스타그램처럼 공감 혹은 비공감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공무원은 공감 버튼이 많은 제안을 우선순위에 두고 처리한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곧바로 주민들의 피드백이 돌아온다.

차민정 학생은 이 앱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같은 신고앱이 론칭되면 신고나 제안이 더 활발해지고, 공무원 역시 주민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돼요. 아울러 신고나 제안이 내키지 않던 이들을 지역 커뮤니티로 들어오게 할 수도 있죠.” 

문제는 돈이다. 앱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하려면 비용이 필요해서다. 안부인사팀이 생각한 해결책은 간단했다. 이 앱의 기능을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앱에 추가하는 것이다.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개발해놓고도 정작 이용자가 많지 않아 관리조차 되지 않는 공공앱이 숱하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공공 모바일 서비스 운영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공공앱 중 32.7%가 폐기 권고 대상이었다. 

과제는 또 있다. 지역주민이 앱을 통해 신고나 제안을 했을 때 어떻게 보상하느냐다. 안부인사팀이 생각한 보상은 지역화폐다. 신고자와 제안자에게 지역화폐를 적립해주면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지고, 지역경제까지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거다. 김민형 학생은 “주민들이 적극적인 신고자이자, 제안자, 감시자가 되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그래야 ‘깨진 유리창(범죄를 유발하는 환경)’까지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학생들이 구상한 이 앱은 주목할 점이 많다. 무엇보다 ‘내가 머무는 지역의 문제를 남의 노력이 아니라 내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주민과 지자체, 공공기관이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 앱의 철학이 신선하다. 앱을 구현하는 게 어렵지도 않다. 안부인사팀은 “가톨릭대 앱 동아리에 현실화를 물어봤더니 어렵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어떤가. 인스타그램 같은 신고앱이 등장하면 주민의 목소리가 공적 조직에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 이제 공공영역에서 응답할 차례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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