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렌털시장 점유율 1위
미국 · 말레이 시장서 성장세
넷마블과 시너지는 아직…

웅진코웨이에서 코웨이로, 다시 웅진코웨이로 되돌아갔다가 끝내 코웨이로 회귀. 렌털 1위 업체 코웨이는 숱한 부침을 겪어왔다. 대부분 모기업의 부실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2019년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설왕설래가 숱했다. 게임업체 넷마블이 코웨이를 통해 뭘 하겠느냐는 거였다. 그로부터 500여일, 코웨이는 훌륭한 ‘우산’ 밑에서 날개를 펴고 있을까.

코웨이가 3년 연속 3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웨이에 잠재된 리스크도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코웨이가 3년 연속 3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웨이에 잠재된 리스크도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국내 렌털 시장점유율 1위는 코웨이다. 이 회사는 1998년 국내 최초로 정수기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한번도 1위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누적 렌털 계정 수는 636만개(2021년 1분기 기준)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SK매직 · 청호나이스의 계정 수가 각각 200만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따라잡기 힘든 수치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후발업체들의 렌털 계정 수가 분기당 8만~10만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코웨이가 선점한 렌털 업계 1위 자리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코웨이는 숱한 부침을 겪어왔다. 웅진코웨이에서 코웨이로, 다시 웅진코웨이로 돌아갔다가 코웨이로 사명이 바뀐 건 녹록지 않았던 그들의 역사를 보여준다. 널리 알려져 있듯 코웨이는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1989년 설립했다. 정수기 판매로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윤 회장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렌털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위기를 돌파했다. 2004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코웨이(당시 웅진코웨이)는 중견기업 대열에 올랐지만 모기업인 웅진그룹이 발목을 잡았다. 극동건설 인수 등 무리하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웅진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알짜사업 부문인 코웨이는 2013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하지만 ‘렌털 원조’의 꿈을 버리지 못한 윤 회장은 2019년 웅진씽크빅(웅진그룹 자회사)을 통해 다시 코웨이 인수에 나섰다. “전공 아닌 곳에 가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윤 회장의 포부와 달리 업계 안팎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가 흘러나왔다. 1조6800억원(지분 22.17%)에 달하는 코웨이 인수대금 대부분이 빚이었기 때문이다.

[※참고: 웅진그룹은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웨이를 인수했다. 인수대금 중 1조1000억원은 대출(한국투자증권), 나머지 5000억원은 웅진씽크빅이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했다. 이후에도 웅진그룹은 2000억원을 추가 지불해 코웨이 지분율을 25.08%로 높였다.] 무리하게 추진한 코웨이 인수는 ‘3개월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웅진그룹이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2019년 코웨이는 또다시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이렇게 버려진 코웨이(지분 25.08%·인수가 1조7400억원)를 품에 안은 건 게임개발사 ‘넷마블(2020년 2월 인수)’이었다. 넷마블 측은 “코웨이 인수를 통해 2023년 227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렇다면 코웨이는 새 둥지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현재로선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모회사인 넷마블의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다. 배당정책(2020~2022년)도 변경해 연간 2000억원에 달하던 배당금 지급 부담을 지난해 870억원으로 줄였다.

긍정적인 지표는 또 있다. 넷마블 인수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코웨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2374억원으로 전년(3조189억원) 대비 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4%(4582억원→5198억원) 늘었다. 호실적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3%, 23.0% 증가했다.

국내 렌털 시장을 개척한 코웨이가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코웨이 모델 BTS.[사진=뉴시스]
국내 렌털 시장을 개척한 코웨이가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코웨이 모델 BTS.[사진=뉴시스]

코웨이가 이렇게 알찬 성과를 거둔 덴 해외 사업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06년 진출한 미국과 말레이시아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로 촉발된 ‘휴지대란’부터 7월 서부를 강타한 최악의 ‘산불사태’가 코웨이의 성장세에 불을 지폈다. 미국 가정 내 ‘비데’와 ‘공기청정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 효과까지 더해졌다. 코웨이 관계자는 “미국에선 아마존과 협업해 선보인 공기청정기 필터 자동 배송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구독경제 트렌드에 발맞춘 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선 ‘중저가 정수기’ 등 신제품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소득 수준에 눈높이를 맞춘 제품들이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웨이의 주력 품목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차츰 입소문이 나는 등 해외 사업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참고: 코웨이는 미국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중국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 6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다. 올해 1분기 해외 법인의 매출액은 294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해외 렌털 계정 수는 210만개로 같은 기간 32.7% 증가했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SK매직부터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춘 LG전자까지 후발주자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코웨이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 경쟁 강도가 높아지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외 렌털 계정이 32.7%(이하 1분기 기준) 늘어나는 사이 국내 계정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모회사인 넷마블이 제시했던 ‘구독경제를 통한 스마트홈 서비스’도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1월 코웨이에 신설한 IT 전담조직 ‘DX(Digital Transformation)센터’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제품ㆍ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의문은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회사인 넷마블이 어떤 방식으로 렌털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자칫 ‘고객 불편’과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코웨이는 설치ㆍAS 업무를 담당하는 ‘CS닥터’ 노조의 파업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코웨이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방문판매점검원 ‘코디ㆍ코닥’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이라는 점도 문제다.

코웨이 측은 “코디ㆍ코닥의 근로자성은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코웨이 노조 3개 지부(코웨이지부, 코디 · 코닥지부, CL지부)는 공동 투쟁 본부를 구성하고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 관계자는 “코웨이 측이 교섭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좀 더 진정성 있는 대화가 오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재만큼 악재도 적지 않은 코웨이는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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