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은 누굴 위해 코웨이 M&A 꾀했던 걸까
윤석금 회장은 누굴 위해 코웨이 M&A 꾀했던 걸까
  • 김정덕 기자
  • 호수 361
  • 승인 2019.11.14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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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웅진코웨이의 재인수ㆍ재매각 과정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인물은 윤석금(74) 웅진그룹 회장이다. 웅진코웨이의 인수ㆍ합병(M&A)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웅진그룹과 계열사의 등기임원이 아니다. 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웅진 측도 “코웨이 M&A는 이사회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럼 윤 회장은 왜 전면에 나섰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이사회를 간접 지배할 수 있지만, 경영 의사결정에 책임을 질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사진=뉴시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이사회를 간접 지배할 수 있지만, 경영 의사결정에 책임을 질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사진=뉴시스]

2018년 10월 29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지 5년 9개월 만에 재인수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1989년 설립해 25년간 키워온 생활가전기업 코웨이를 2013년 1월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윤 회장이 코웨이를 재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슷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윤석금의 부활’ ‘다시 물 만난 윤석금’ 등의 수식어를 달고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도 윤 회장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웨이는 자식 같은 회사라 정말 팔기 싫었다. 매각 후 어떻게 하면 다시 인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희망하고 고민했다. 오늘에서야 결실을 맺어 감회가 새롭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실패한 오너라도 다시 키운 예가 없더라”면서 “모든 것을 바쳐서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인수 작업은 지난 3월 22일 완전히 마무리됐고, 코웨이의 사명은 다시 ‘웅진코웨이’로 변경됐다. 

주주도 등기임원도 아닌 윤 회장

그런데, 기쁨도 잠시. 지난 6월 27일 웅진코웨이의 재매각 소식이 들려왔다. 웅진씽크빅은 이날 공시를 통해 “웅진코웨이 지분 재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사업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지난 5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지주사인 ㈜웅진의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자금 운용이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엔 ‘예견된 승자의 저주’라는 분석과 함께 ‘윤석금, 또 좌절’ ‘윤석금, 3개월 만에 코웨이 재매각’ 등과 같은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웅진그룹 관계자의 발언은 ‘윤석금의 과감한 결단’으로 적혔다. [※ 참고: 웅진코웨이의 우선협상대상자론 게임업체 넷마블이 선정됐다.] 

그런데 이 3개월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고 재매각하는 주체는 웅진씽크빅인데, 전면에 나선 건 윤 회장이었다. 문제는 윤 회장에게 웅진코웨이 인수ㆍ합병(M&A) 관련 법적 의사결정권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웅진코웨이 인수와 재매각으로 웅진씽크빅과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는 훼손됐다.[사진=연합뉴스]
웅진코웨이 인수와 재매각으로 웅진씽크빅과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는 훼손됐다.[사진=연합뉴스]

먼저 윤 회장은 지주사 ㈜웅진의 주주가 아니다. 2013년 그룹 계열사 전체가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맞자 회생계획에 따라 감자가 진행됐고, 이로 인해 73.92%(당시 약 4455만주)였던 윤 회장의 ㈜웅진 지분도 6.95%로 대폭 줄었다. 윤 회장은 이를 두 아들(형덕ㆍ새봄)에게 넘겼다. 

아울러 윤 회장은 웅진씽크빅의 주주도 아니다. [※참고 : 윤 회장의 지분을 양도받은 두 아들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지분율을 25.0%까지 끌어올렸다. 이들은 이후 추가 매입 등을 통해 지분율을 총 27.74%까지 늘렸다. 현재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와 윤새봄 ㈜웅진 전무의 지분율은 각각 13.88%, 13.86%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회장의 직함은 회장이지만, ㈜웅진의 미등기임원이다. 웅진씽크빅의 등기임원인 것도 아니다. 원칙적으로 등기임원은 회사경영에 관한 이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미등기임원은 그렇지 않다. 미등기임원이 경영에 관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이유다. 

정황을 따져보면, ㈜웅진과 웅진씽크빅이 2조원에 가까운 기업(웅진코웨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법적 책임도, 권한도 없는 윤 회장이 주체로 떠올랐다는 거다. 이게 타당한 일일까. 

웅진그룹 측은 “윤 회장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코웨이를 인수하자는 아이디어는 당시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전무ㆍ현재 웅진코웨이 공동대표)이 낸 것이고, 이사회가 인수를 결정했다”면서 “이사회는 웅진코웨이를 창업해서 키운 당사자이자 사업도 가장 잘 아는 윤 회장에게 조언을 구했고, 윤 회장은 그 역할을 한 것뿐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요즘엔 가장 무서운 게 이사회다. 기업 오너라고 해서 이사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뭔가를 할 수도 없다. 웅진그룹에 그런 일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웅진그룹 측은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반론도 많다. 윤 회장이 ㈜웅진의 미등기임원이지만 직함은 ‘회장’이다. 웅진의 최대주주 역시 두 아들이다. 그중 차남인 윤새봄 전무는 ㈜웅진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장남인 윤형덕 씨는 웅진투투럽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윤 회장에게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다는 건 이상적인 얘기일 뿐이다. 웅진코웨이 M&A 과정에서 ‘윤석금’이라는 세글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윤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게 웅진그룹에 도움이 됐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의 M&A 이후 웅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기업가치는 크게 훼손됐다. 지난해 10월 초 2000원대 중후반이던 ㈜웅진 주가는 약간 하락세를 타다 웅진코웨이 매입 시기인 10월 29일 전후 잠깐 반등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다 올해 6월 27일 웅진코웨이 재매각 발표 시점엔 2025원으로 떨어졌고, 10월 29일 1490원까지 내려렸다. 이후 주가는 1500원대에 머물다 11월 11일 현재 1600원이다.

같은 기간 4000원 후반대였던 웅진씽크빅의 주가는 웅진코웨이 인수일에도 내림세를 보였다. 웅진코웨이 재매각 발표 시점엔 2930원으로 깜짝 반등했다가 11월 11일 현재 2850원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웅진씽크빅의 주가 하락은 실적이 전년 대비 약간 줄어든 탓도 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무리한 인수의 여파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웅진코웨이 재매각 발표에 주가가 깜짝 반등한 걸 봐도 그렇다. 

반면 웅진그룹이 사들인 웅진코웨이 주가는 거꾸로 움직였다. 웅진에 인수되기 전 8만원대 중후반에 머물던 주가는 인수 시점에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조금씩 이전 가치를 회복했다. 지난해 4분기 호실적에 이어 1ㆍ2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갱신한 덕분이다. 하지만 ㈜웅진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4월 이후부터 5월 사이에 7만원대로 크게 떨어졌다.

이후 5월 웅진코웨이와 웅진렌탈의 합병 이슈가 부각되고, 6월 재매각 결정 등이 이어지면서 웅진코웨이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3분기에 또다시 최대 실적을 갱신하면서 10월 30일 9만500원을 기록했다. 11월 11일 현재 주가는 9만2000원이다. 간단히 말해 호실적만으로 승승장구하면서 꾸준히 주가 상승을 노릴 수 있었던 웅진코웨이의 발목을 지주사가 잡은 꼴이다.

직원과 투자자 생각한다면…

M&A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는 건 ㈜웅진과 웅진씽크빅, 웅진코웨이의 직원들은 물론, 이들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까지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재인수한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을 통해 1조원이 넘는 돈을 빌려 웅진코웨이를 인수했다. 웅진에너지의 기업회생절차가 변수였다고는 하지만, 유동성 위기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이렇게 ‘승자의 저주’가 우려됐음에도 인수는 추진됐고, ㈜웅진과 웅진씽크빅의 기업가치는 타격을 입었다. 

웅진은 왜 얼굴마담으로 윤 회장을 내세운 걸까. 반대로 법적 의사결정권이 없는 윤 회장은 왜 코웨이 M&A를 이끄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걸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M&A 홍역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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