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캐릭터 마케팅 명암

귀엽거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부캐)를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많다.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귀엽거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부캐)를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많다.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기업들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캐릭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어떤 기업은 ‘귀여운’ 캐릭터를 내놓고, 어떤 기업은 기업의 색을 띤 자체 캐릭터를 제작해 승부를 걸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대표 제품을 의인화해 사이버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이런 캐릭터 마케팅의 중심엔 ‘귀여움’이 있다. ‘귀여워서 통한’ 사례는 많다.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직후 10여일 만에 신규계좌 200만개를 유치하며 화제를 모았다.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회원을 모은 덴 우수한 수수료·금리혜택·접근성 등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카카오프렌즈’의 힘이 컸다.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 계좌를 개설하거나,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를 갖고 싶다’는 이유로 체크카드를 발급한 고객이 숱했기 때문이다.

2020년엔 EBS ‘자이언트 펭TV’의 캐릭터 ‘펭수’가 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펭수는 귀여운 겉모습과 함께 ‘남극에서 온 자이언트 펭귄’이라는 설정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펭수의 인기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않는 ‘부캐(부캐릭터)’의 대중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캐릭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데다 소비력까지 갖춘 성인들이 펭수에 열광하자 기업들은 펭수를 모델로 쓰기 위해 줄을 섰다. 실제로 SPC삼립은 ‘펭수빵’ 출시 2주 만에 100만개를 판매하는 등 효과를 봤다. 

캐릭터의 힘을 실감한 기업들은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마케팅에 나섰다. 빙그레는 2020년 2월 SNS를 통해 ‘빙그레나라’의 왕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캐릭터를 공개했다. 더불어 빙그레는 대표제품인 메로나·슈퍼콘·비비빅·더위사냥을 의인화해 ‘빙그레나라’ 국민으로 설정하는 등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순정만화 같은 외형에 흥미로운 스토리로 캐릭터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빙그레 측은 “MZ세대 소비자에게 기업의 인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유쾌하고 친근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올해도 캐릭터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눈에 띄는 건 hy(사명 변경 전 한국야쿠르트)다. hy는 5인조 사이버 아이돌 그룹 ‘HY-FIVE’를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멤버는 의인화한 대표 제품 5종(윌·MPRO3·쿠퍼스·하루야채·야쿠르트라이트)이다. 현재 데뷔곡 작업 중으로, 8월 말 음원을 출시할 예정이다. hy 외에 세븐일레븐(브니패밀리), 신세계면세점(심삿갖), SSG닷컴(오반장) 등의 기업이 자체 캐릭터를 SNS에서 활용하거나 관련 굿즈를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캐릭터가 카카오프렌즈나 펭수만큼 효과를 발휘하는 건 아니다. 소비자가 캐릭터의 외양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활용도까지 중시해서다. 단순히 기업이나 제품 홍보만을 목적으로 만든 캐릭터라면 뜨기 어렵단 얘기다. 올해 나온 캐릭터 중에서도 팬층을 확보할 만큼 큰 인기를 끈 건 찾기 힘들다. 

기업 차원에서 캐릭터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캐릭터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는 만큼, 가볍게 접근했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캐릭터 콘텐츠를 만들어 게시할 때 문제가 될 요소가 있는지 신경을 많이 쓴다”며 “불편하게 느끼는 소비자가 없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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