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쿠캣 | 320억원대 투자 유치

푸드 콘텐츠는 남녀노소, 국적불문 인기가 많지만 정작 푸드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쉽지 않다. 고만고만한 푸드 업체가 워낙 많은 데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푸드 컴퍼니 ‘쿠캣’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어쩌면 뻔한 콘셉트인 ‘푸드’를 내세워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어서다. 최근엔 CJ와 신세계 계열의 벤처캐피털 등이 쿠캣에 큰돈을 투자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SNS를 기반으로 성장한 쿠캣은 오프라인 마켓을 통해 해외까지 진출하고 있다. [사진=쿠캣 제공]
SNS를 기반으로 성장한 쿠캣은 오프라인 마켓을 통해 해외까지 진출하고 있다. [사진=쿠캣 제공]

지난 6월 SNS ‘오늘 뭐 먹지?’로 유명한 푸드 컴퍼니 ‘쿠캣’에 투자업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320억원대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2015년 10월 시리즈A 11억원, 2016년 9월 시리즈B 50억원, 2019년 6월 시리즈C 105억원에 이은 네번째 투자유치였다.

더 놀라운 건 이번 투자에 참여한 9곳 중에 CJ(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와 신세계(시그나이트파트너스) 계열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있다는 점이었다. 쿠캣이 대기업이 탐낼 만한 회사로 거듭났다는 얘기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쿠캣의 매출은 300억원을 넘어섰다. SNS 글로벌 구독자는 3400만명에 이른다. 어쩌면 ‘뻔한 콘셉트’의 푸드 컴퍼니가 이렇게 ‘특별해진’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은 사업 초기 효율적인 인수·합병(M&A)과 발 빠르게 트렌드를 좇은 PB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자! 시계추를 쿠캣이 처음 탄생한 2013년으로 돌려보자. 

푸드 컴퍼니 ‘쿠캣’은 SNS 채널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사업을 확장한 독특한 업체다. 쿠캣의 시작은 페북 페이지 ‘오늘 뭐 먹지?(2013년)’를 운영하던 ‘그리드잇’이다. ‘오늘 뭐 먹지?’는 유행하는 음식·레시피 등의 사진·영상을 올리는 채널로, 팔로워만 457만명(6월 28일 기준)에 달하는 유명 페이지다.

 

이런 그리드잇은 2016년 모두의지도(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아주는 앱)와 합병하면서 푸드 콘텐츠 업체로 발돋움했다.[※참고: 당시 그리드잇의 대표는 지금의 윤치훈 쿠캣 CPO(상품이사)고, 모두의지도 대표는 이문주 쿠캣 대표다.]

해외 유저를 타깃으로 짤막한 영어 설명과 함께 레시피 영상을 올리는 ‘쿠캣(Cookat, Cook+ Cat·요리하는 고양이)’ 페이지를 오픈한 것도 이때다. 몸집을 키운 그리드잇은 흥미롭게도 ‘오프라인’ 전략을 썼다. 

2017년 자사몰 ‘오먹상점’과 스프레드 전문 브랜드 ‘발라즈(Ballaz)’를 론칭하며 오프라인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각종 맛집을 모은 푸드 페스티벌 ‘잇더서울(Eat The Seoul)’도 개최했다. 이를 발판으로 식품시장에도 진출했다. 2018년 다이어트 식품 브랜드 ‘띵커바디(Think a body)’를 론칭한 건 그 신호탄이었다. 

식품사업이 큰 인기를 끌자 그리드잇은 2019년 사명을 간단하고 친숙한 쿠캣으로 바꿨고, 여세를 몰아 그해 5월 가정간편식(HMR) 전문몰 ‘쿠캣마켓’을 열었다. 쿠캣마켓은 ‘딸기쏙우유 찹쌀떡’ ‘매콤크림 닭갈비’ 등 트렌디한 PB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데, M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론칭 2년 만에 회원 수 100만명, 분기 매출 100억원대를 기록하는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오프라인 매장도 가파르게 늘어났다. 20 19년 4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한 쿠캣마켓은 2020년 5월에는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그로서란트(식료품점+레스토랑)’ 콘셉트의 대형 매장을 열었다. 

 

코로나 여파가 컸던 2020년 11월엔 홍콩 침사추이에 해외 1호점을 개점했고, 지난 6월에는 제주도에 2개 매장(센트럴점·탑동점)을 오픈했다. 2016년 10억원대에서 맴돌던 쿠캣의 매출이 4년 만인 2020년 390억원으로 늘어난 덴 이런 기발한 전략이 한몫 톡톡히 했다. 쿠캣이 굵직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쿠캣은 이번에 확보한 ‘실탄(320억원)’으로 성장동력인 쿠캣마켓을 강화할 계획이다. 쿠캣 관계자는 “브랜드 마케팅 강화, 신규 카테고리 확대, 물류 효율화 등 온라인 쿠캣마켓의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을 내세워 해외진출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로 취향 파악 후 판매

하지만 착실하게 성장해온 쿠캣도 풀어야 할 과제가 숱하다. 쿠캣의 핵심 아이템인 HMR 시장에선 출혈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유사한 브랜드가 워낙 많아서다. 오프라인과 연계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는 쿠캣에 HMR은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쿠캣 관계자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며 “트렌드 맞는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함을 통해 경쟁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SNS상에서 과장 광고가 난무하면서 SNS 광고 제품을 향한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SNS 마케팅이 중심인 쿠캣 측은 “PB 전 제품이 해썹(HACCP) 인증을 받고 있다”며 “여러 유통채널로 소비자와 꾸준히 접점을 늘려가며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푸드 컴퍼니 쿠캣은 숱한 과제를 풀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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