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코인투자 손해로 불어난 대출금
복구 어렵다면 주변 도움 요청해야

여기 여행을 좋아하지만 코로나19 탓에 1년을 집에만 있어야 했던 신혼부부가 있다. 이들은 최근 백신을 접종해 다시 취미생활을 즐길 생각에 들떠 있는데, ‘돈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투자했던 주식과 코인에서 큰 손해를 본 데다 전세금이 오르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능력이 부부에겐 없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사면초가에 몰린 한 부부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대출까지 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건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출까지 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건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한상준(가명·33)씨. 접종을 마친 한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제주도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는 거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한씨는 싱글 시절 1년에 3~4번씩 국내외로 여행을 떠났고, 2년 전 아내 이현희(가명·31)씨와 결혼한 이후에도 휴가철엔 꼭 해외여행을 가곤 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탓에 1년이 넘도록 여행을 다니질 못했으니 한씨가 제주도 여행을 벼를 만했다. 게다가 아내는 일찌감치 백신을 맞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으니 한씨로선 ‘여행을 다녀도 문제가 없겠다’ 싶었다.

여행 갈 생각에 들뜬 남편과는 반대로 아내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계부 상태가 최악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좋지 않아서다. 아내는 “결혼 전부터 모든 게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내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결혼 직후 처음으로 서로의 월급을 합친 두 사람은 평소보다 늘어난 소득에 신바람이 났다. 그러다 보니 평상시엔 사지 못했던 비싼 제품을 쉽게 구매하고, 여행지에서도 카드를 마구 긁어댔다. 그래도 통장엔 돈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부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발생했다. 올해부터 현재 부부가 사는 빌라(전세금 1억원)의 전세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부부는 목돈이 없는 데다, 집이 두 사람의 직장과도 가까워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전세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로 전환해야 했고, 월세 50만원이 지출에 추가됐다. 그러면서 부부의 재정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매월 가계부는 마이너스 지출을 기록했고, 카드빚을 갚는 것조차 버거웠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재테크’도 말썽을 일으켰다. 남편 한씨가 투자하던 주식과 암호화폐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상품 수익에 구멍이 나면서 대출금도 갚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주식에 처음 입문하던 당시 한씨는 “시드머니가 많아야 한다”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마이너스통장으로 2000만원 대출을 받았고, 이후 신용카드 대출 5000만원까지 받아 암호화폐에도 발을 들였다.


주식과 암호화폐에서 수익이 날 때마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갔는데, 최근 계속 손해가 나는 바람에 7000만원이었던 투자금은 3100만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자연히 대출상환금은 부부의 가계부로 넘어오게 됐고,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졌는데도 한씨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씨는 제주도 여행루트나 맛집을 검색하는 등 돈 쓸 생각만 하고 있다. 한씨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굳어진 생활습관을 스스로 바꾸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보다 못한 이씨는 한씨에게 재무상담을 받고 솔루션을 받아보자고 제안했고, 한씨도 동의해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했다.

일단 가계부 상황이 어떤지 체크부터 해볼 필요가 있다. 둘 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542만원으로 남편이 265만원, 아내가 277만원을 번다. 정기 지출로는 월세 50만원, 공과금 14만원, 유류·교통비 45만원, 세탁비 15만원, 통신비 26만원, 식비·생활비 80만원, 부부 용돈 총 100만원, 보험료 37만원, 대출상환금 165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50만원 등 582만원이다.[※참고: 부부는 상여금으로 1년간 총 300만원을 받지만 월 소득이 아니므로 여기선 제외했다.]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은 경조사비(연 300만원·이하 1년 기준), 의류·미용비(400만원), 여행·휴가비(200만원), 명절비(100만원), 차량 유지비(100만원) 등 1100만원이다. 월평균 91만원씩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주택종합청약저축 4만원이 전부다. 부부는 총 677만원을 쓰고 135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생각보다 상황은 더 심각했다. 무엇보다 지금 가진 주식과 코인을 모두 팔아도 대출금을 100% 갚지 못한다는 점이 한씨 부부에겐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신용카드 대출 이자율이 연 10%를 훌쩍 넘기에 하루빨리 청산할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가면 부부가 빚더미에 앉는 건 시간문제였다.

필자는 주식·코인을 전부 환전하고 빚을 갚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가득한 한씨가 이를 실행으로 옮기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듯했다. 아내는 부모님께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고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게 어떠냐고 한씨에게 제안했다. 한씨는 다음 상담 때까지 부모님에게 이를 알리고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이제 이번 상담에서 줄일 수 있는 지출항목을 최대한 찾아봤다. 일단 식비·생활비(80만원)를 확 절감하기로 했다. 필자의 경험상 2인 가구 식생활비가 80만원이 나오면 십중팔구 배달음식이 원인이다. 더구나 한씨 부부는 점심값을 회사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하루 두끼만 지출로 빠져나간다.

카드 내역을 살펴보니 역시 배달음식을 시킨 내역이 줄줄이 나왔다. 집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도 배달시켜 먹은 게 눈에 띄었다. 배달음식은 가사노동 시간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 한씨 부부에겐 그런 여유를 챙길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부부는 앞으론 배달음식을 최대한 자제하고 반찬을 사먹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부부의 식생활비는 80만원에서 45만원으로 35만원 줄었다.

1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식생활비를 35만원 줄여 135만원의 적자를 100만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2차 상담에선 본격적인 ‘지출 다이어트’를 통해 흑자로 만들어볼 생각이지만, 그러려면 일단 부모님의 경제적인 지원이 꼭 필요해 보인다. 과연 부부는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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