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싱글맘 재무설계 下
소액이어도 목표 명확해야
위급상황 대비할 비상금 필요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저축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필자가 만난 상담자 대부분은 별생각 없이 예금·적금 통장에 돈을 붓고 있었는데, 목표를 명확히 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래야 필요 저축액, 저축 기간 등을 정하고 꼼꼼히 대비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게 5만~10만원의 소액 저축이라도 마찬가지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적은 돈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싱글맘의 재무설계를 도왔다.

소액 저축이라도 분명한 목표를 갖고 투자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액 저축이라도 분명한 목표를 갖고 투자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무설계 2편 Review = 12살 딸을 혼자서 키우는 이지희(가명·37)씨는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 필자의 상담실을 찾았다. 이혼한 뒤로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한푼도 지원받지 못한 이씨는 혼자서 자녀 육아를 책임져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남편이 이씨의 명의로 대출금(5000만원)을 빌리는 바람에 이씨는 남편 빚까지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자 “혼자서라도 아이를 당차게 키우겠다”던 이씨의 마음가짐은 흐트러졌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값비싼 네일숍과 미용실을 다녔고, 주말마다 교외로 드라이브를 다녔다. 그렇게 카드빚은 점점 쌓였고 급기야 지난달엔 신용카드 할부금으로만 149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씨의 마음 상태를 눈치챈 주변 지인들이 이씨를 걱정했고, 이씨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지만 혼자서 슬럼프를 극복하기 어려워했다. 이씨는 필자와의 재무 상담을 통해 체계적으로 문제를 파악한 뒤 솔루션을 받아보기로 했다.

필자는 1·2차 상담을 통해 이씨의 재정 상태를 면밀히 파악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씨의 월 소득은 225만원, 지출은 364만원이다. 저축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점, 신용카드 빚을 갚는 데만 한달에 149만원이나 쓴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또 무럭무럭 자라는 자녀의 교육비를 슬슬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씨는 소비습관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유류비와 식비를 대폭 줄이고,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빌려 카드값을 한번에 갚는 등 이씨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출을 364만원에서 174만원으로 크게 절감했고, 139만원의 적자는 51만원 흑자가 됐다.

■재무설계 최종편 = 이제 이씨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만 남았다. 1차 재무상담에서 이씨가 세웠던 목표는 ‘돈 모으기’인데, 필자는 이씨에게 가급적 상세하게 목표를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세운 이씨의 목표는 크게 3가지로, ‘비상금 500만원 만들기’ ‘자녀 교육비 마련’ ‘주택 보증금 마련’이다. 이씨는 비상금이 전혀 없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소득보다 지출을 많이 하면 신용카드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이씨에게 “비상금 500만원을 만드는 걸 최우선 목표로 정하라”고 주문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이씨는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 예금하기로 했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면 일반 저축상품보다 약간의 이자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달에 30만원이면 1년 안에 비상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500만원을 만든 다음엔 월세 집 보증금을 마련하는 데 쓰기로 했다. 현재 이씨는 부모님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데,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씨의 소득 수준을 생각하면 한동안은 집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월세로 들어가기 위한 보증금을 마련하는 쪽으로 목표를 작게 설정했다.

최소한의 보험으로 이씨는 주택종합청약저축통장도 만들어 월 2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청약통장은 아파트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기본조건이다. 그래서 필자는 청약통장이 없는 상담자들에게 반드시 청약통장을 만들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납입액을 많이 잡지 않아도 된다. 총 저축액보다는 저축 기간이 당첨확률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다음은 자녀 교육비다. 현재 초등학생인 자녀에겐 아직 사교육비가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따라서 장기 투자할수록 이득을 볼 수 있는 적립식 펀드에 10만원씩 불입하기로 했다. 이를 5만원씩 나눠 글로벌 펀드와 국내 성장형 펀드에 가입했다. 글로벌 펀드는 주로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기에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펀드는 자율주행·배터리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종목 관련 펀드에 가입했다. 두 펀드 모두 수익성을 중시해 결정했는데, 이씨가 재테크 초보라는 점을 생각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익성이 나빠질 경우 안전성이 높은 다른 펀드로 교체하기로 했다. 적립식 펀드는 손실의 위험이 있는 투자상품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CMA통장을 만들어 9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이는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을 감당하기 위함이다. 이씨의 가계부엔 자동차 관련 비용(연 150만원)과 명절비(연 20만원) 외에는 비정기 지출이 없는데, 그도 그럴 게 이씨가 자신의 용돈 안에서 여행비·미용비·의류비 등을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필자가 항상 얘기했듯 각각의 지출항목이 명확한 용도를 갖고 있어야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씨는 앞으론 앞서 언급한 지출들을 비정기 지출로 설정하고 이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지출이 예상보다 클 경우 CMA통장의 돈을 활용하면 된다. CMA통장은 투자상품이지만 하루 단위로 이자가 적용되는 방식이어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다. 은행 통장처럼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얘긴데, 재테크 초보인 이씨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이씨의 재무 설계가 모두 끝났다. 여유자금 51만원은 비상금·집 보증금 마련(비대면 계좌 예금 30만원), 청약저축(2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적립식 펀드 10만원), 비정기 지출 대비(CMA 통장 9만원) 등에 골고루 쓰였다. 언젠가 이씨가 홀로 독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