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와 시진핑의 자신감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의 사진 아래에서 정치적인 말을 늘어놨다. 국제정치학자들은 마오쩌둥처럼 장기집권을 위한 선전포고란 해석을 내놨다. 국제경제학자들은 ‘시진핑의 또다른 속내’에 관심을 가졌다. “경제적 자신감이 배경에 깔린 정치적 선언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전문가들이 허를 찔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우린 무얼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발언 뒤에 숨은 경제적 자신감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발언 뒤에 숨은 경제적 자신감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

지난 6월 마지막주 중국. 개인들의 주식 신용거래 잔고가 1조7000억 위안(약 298조8400억원)대로 늘어났다.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상장주식 간 직접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통沪港通이 열린 2015년을 제외하곤 최고치였다.[※참고: 2015년 6월엔 개인 신용거래가 2조2700억(약 399조원) 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태양광·전기차·배터리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반도체·바이오산업에 얽혀있는 중소형 성장주에 중국 내 투자자들이 열광적으로 베팅했다.

이 사례들은 7월 1일 열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 얼마나 많은 기대가 쏠렸는지 잘 보여준다. 이를테면 증시를 뒤집어놓을 만한 ‘한 건’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개인과 증시의 심리를 흔들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경축대회’가 열린 7월 1일 이후엔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 기대감은 과연 시장에 ‘포만감’을 선물했을까.

그렇지 않다. 지난 2일 중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는 전일(5229.66포인트) 대비 2.8% 하락한 5081.12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성장주와 소비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100주년 경축대회 이후 중국 증시에 되레 ‘냉기류’가 흐른 셈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100주년 경축대회는 정치·이념적 성향이 강했다.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쏟아낼 것이란 전망이 빗나간 셈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시계추를 7월 1일로 돌려보자.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섰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 유일하게 중산복(인민복)을 입은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대형 초상화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고 한시간 넘게 연설했다.

내용은 강렬했다.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시 주석은 “외국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런 망상을 하면 14억 중국 인민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국제정치학 전문가들은 “장기집권 했던 마오쩌둥과 비슷한 상징성을 구축함과 동시에 3연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제경제학 전문가들은 그 이면에 깔린 셈법을 꿰뚫느라 바빴다. 이들은 시 주석의 말과 행동에 ‘경제적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생각했다.[※ 참고: 이는 7월 1일 이후 중국 증시에 찬바람이 분 것과 대조적인 해석이다. 사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도 ‘찬바람이 분 반대편’의 상황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8.5%


국제경제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기록한 중국의 경제성적표를 보고 “허를 찔렸다”고 말한다. 중국 경제가 예상과 달리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1조5989억 위안(약 1경790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조 위안을 돌파했다.

시 주석 집권 첫해인 2013년 GDP 56조8845억 위안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세계시장을 덮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2.3%)을 기록한 곳도 중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잡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6.1%)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담은 목표치였는데, 국제연구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는 더 높다. 세계은행(WB)은 6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1%에서 8.5%로 올렸다.

WB가 제시한 올해 전세계 성장률 전망치 5.6%보다 2.9%포인트나 높다. WB는 “중국의 공장과 소비자 활동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보다 활발할 정도로 회복됐다”면서 경제성장률 상향조정의 이유를 밝혔다.


주목할 점은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무엇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의 견제가 도통 먹히지 않고 있다. 일례로, 올 1~5월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8% 늘어났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유럽연합(EU) 등 G7과 함께 ‘B3W(Build Back Better World)’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국의 정책도 확정하기 어려운 시기에 20 35년까지 개발도상국에 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의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다. 중국의 지난 7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총 접종횟수는 13억3000만회다. 올해 중국 인구 14억4000만명으로 계산하면 접종률이 82.7%에 이른다. 백신 접종 속도가 경제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감안하면 좋은 시그널임에 분명하다.

중, 기술 독립 위해 물량 공세


물론 미국 등 서방국과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가파르게 늘어난 기업 부채와 부동산 버블 문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이런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더 많다. 우리가 시진핑의 행보와 자신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전 소장은 “내수 발전을 통해 대외 무역을 확대하겠다는 중국의 쌍순환雙循環 전략의 핵심은 국산화”라며 “생산에 필요한 공급 체인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기술적 독립을 이루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기술 독립을 위해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칠 것”이라며 “이는 침체된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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